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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덴마크의 열린 교도소 사진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 소개된 덴마크 교도소 모습이었다. 덴마크 열린 교도소는 재소자들이 학교로 등교하고, 직장으로 출근하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진에 소개된 교도소 재소자의 방은 더 놀라웠다.

서울의 고시원보다 넓은 방에 책상, 냉장고, 수납장, 세면대가 갖춰져 있고, 노트북 PC와 캡슐커피 기계 등이 갖춰져 있었다. 면회도 자유롭고 가족단위의 면회도 가능하고 면회 온 어린 아이를 위한 놀이터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더구나 교도소에는 철창도 철문도 존재하지 않았다. 재소자가 열린 교도소를 견학 온 사람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는 교도소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덴마크 수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a Søbysøgard) 열린교도소 생활관에 있는 재소자 톰의 방. 서울의 고시원보다 넓은 방에 책상, 냉장고, 수납장, 세면대가 갖춰져 있고, 노트북PC와 캡슐커피기계 등이 갖춰져 있다.
 덴마크 수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a Søbysøgard) 열린교도소 생활관에 있는 재소자 톰의 방. 서울의 고시원보다 넓은 방에 책상, 냉장고, 수납장, 세면대가 갖춰져 있고, 노트북PC와 캡슐커피기계 등이 갖춰져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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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는 왜 열린 교도소를 운영할까? 재소자에게 고통스럽게 죗값을 치르게 하지 않을가? 재소자에게 자유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많은 의문이 생겼다. 꼬리는 무는 질문에 대한 답은 재소자도 사회의 일원이고 누구의 가족이고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이었다.

범법자를 격리하고 처벌하는 것은 쉽지만 그들이 다시 사회에 돌아와 적응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제한 환경을 통해 재소자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열린 교도소의 운영 방침이었다.
소년을 읽다 책표지
▲ 소년을 읽다 책표지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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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범법자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비록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범법 행위를 하고 소년원 재소자가 되는 순간 그들에 대한 시선은 차갑고 사늘해진다.

<소년을 읽다>를 읽으며 우리나라에 열 개의 소년원이 있고, 소년원에 갇힌 청소년이 1000여 명이는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소년원의 아이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과연 돕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소년을 읽다>는 소년원의 아이들을 가르친 국어 선생님의 경험담이다. 특별한 것도 없도 대단한 것도 없다. 그런데 자꾸 마음이 아프고 울컥하는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책장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 감정은 바로 '결핍'이었다.

소년원이라는 공간은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결핍의 공간이다. 모든 활동은 통제되고 몇 발자국 움직일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이다. 그런 열악한 공간에 심리적으로 방치되어 있는 소년원의 아이들을 차가운 마음의 벽을 쌓고 살아가고 있었다.

<소년을 읽다>에 나온 소년원의 아이들의 모습은 상상과는 달랐다. 수업에 온 아이들은 험상궂은 얼굴도 아니고 욕설과 비속어를 쏟아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국어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숙제로 내준 책을 자발적으로 읽고 매번 외우는 시도 잘 외워 왔다. 수업에 대한 참여도와 열의는 일반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왜 소년원에 오게 된 것일까? 불우한 가정환경과 불량한 친구들, 반항적이고 충동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심리적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관심과 사랑을 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악인으로 태어난 아이는 없다. 열악한 가정환경과 무관심한 사회환경이 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나중에 선량한 시민으로 성장한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인생에서 한 번은 방황하거나 범죄의 유혹에 빠져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의 과오가 있다고 해서 소년원의 아이들을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고 사회에서 배제한다면 결국 그들은 다시 범죄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과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고 사회에서 격리하는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소년을 읽다>를 읽으며 척박한 이 땅의 교육을 생각하게 된다. 소년원과 같은 구조의 학교 건물,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입시교육을 강요받는 아이들, 적자생존의 논리 속에서 상처받고 소외되는 아이들, 자유롭게 뛰어놀 자유조차 박탈 당하고 학원과 문제집에 갇힌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세히 보면 소년원 아이들의 상황과 평범한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은 나의 마음을 채우지만, 멀찌감치에서 보면 이 일은 흔적 없는 일이다. 투명 망토를 뒤집어쓰고 하는 일과 같다. 죄를 짓고 벌을 받기 위해 가둔 아이들이니, 환경이 열악해도 되고 인권을 보호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곳이다. 이 아이들이 책을 읽고 영혼이 가는 길을 바꿔서 인간답게 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타인에 대한 위해를 가하지만 않으면 되는 낮은 곳의 인간, 또는 남들 눈에 잘 띄지 않는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혹시 아닐까. -  <소년을 읽다> 중에서
 
이 문장을 읽고 가슴이 뜨끔했다. 어른들은 말 잘 듣는 학생, 공부만 하는 학생, 어른들의 지시에 순응하는 학생들을 원한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기득권 중심의 사회에 순응하고, 차별과 혐오를 내면화하고 살아가게 된다. 국가 교육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의 문제로 환원하여 본질적인 문제를 은폐한다. 학벌 위주의 사회나 입시 위주 교육의 모순점을 숨기고 아이들을 경쟁에 밀어 넣는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나 AI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예전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서글픈 상황이다.

꿈이나 적성보다 좋은 일자리와 정규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이 바라보는 현재 우리 사회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할 것이다. 사회 변화의 출발점은 교육에 있고 미래의 희망은 아이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이제 어른들은 책임감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고백하자면, 강의 중에 나도 모르게 이 소년들에게서 범죄의 흔적을 읽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놀랍게도, 저 맑은 눈을 가진 소년들이 범죄자라고? 인생에서 처음 선입견의 부정적 의미를 완벽하게 배운 날이었다. 한 녀석이 '선생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돼요? 요청했고 나는 적어주는 손길이(두려움에) 떨리지 않았는지 스스로 검열했다. 뒷이야기지만, 그 녀석은 전화하지 않았다. 반은 안도했도 반은 슬펐다. 안도했으므로 슬펐고, 연락이 오지 않아 다시 슬펐다. - <소년을 읽다>중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정말 믿고 있는 걸까,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도록 기회를 주었는가, 좌절한 아이들과 낙오된 아이들을 실패자라고 낙인찍고 포기하지 않았는가, 경쟁에서 밀려나면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교육의 본질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존감을 키우게 된다.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고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타인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은 변해야 한다. 그러나 가슴 아프게 소년원에도 학교에도 가정에서도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마음의 감옥에 아직 갇혀 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 같이 싣습니다.


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은이), 사계절(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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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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