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에서 키움 선수들이 3-1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지난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에서 키움 선수들이 3-1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8일 정규리그 3위를 달리고 있던 키움 히어로즈의 손혁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아무리 10월 들어 6경기에서 2승4패로 부진했다지만 부임 첫 해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 확률이 매우 높았던 손혁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는 야구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결국 키움은 김창현 감독대행(키움 수석코치) 체제로 잔여시즌을 치렀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트윈스에게 패하며 포스트시즌을 한 경기로 마감했다.

시즌이 끝난 후 차기 감독 선임을 미루던 히어로즈는 지난 1월 21일 히어로즈에서 10년 넘게 수비코치와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홍원기 수석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김창현 감독대행이 수석코치에 임명되면서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자리를 바꾼 셈이 됐다. 히어로즈 팬들은 예상 가능했던 인사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염경엽, 장정석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성공사례를 떠올리며 홍원기 감독에게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에게 닥친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키움은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4번타자 박병호가 작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후 처음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마무리 조상우는 부상으로 최대 4개월 결장이 유력하다. 과연 홍원기 감독은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추구하는 팀의 기조를 살려 올해도 히어로즈를 좋은 성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투수진] 탄탄한 선발진 속 조상우 공백 치명타
 2021 시즌 키움 히어로즈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2021 시즌 키움 히어로즈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2019년 에릭 요키시는 그저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준수한 좌완투수였다. 하지만 KBO리그 2년 차를 맞은 작년의 요키시는 12승 7패 평균자책점 2.14로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내며 리그에서 가장 짠물투구를 하는 투수로 거듭났다. 요키시는 작년 12월 키움과 옵션을 포함해 총액 90만 달러에 계약했는데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요키시가 매우 적은 금액에 키움과 계약했다고 평가했다. 

요키시가 3년째 히어로즈의 에이스로 활약할 예정인 가운데 히어로즈는 2017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43승23패1홀드3.70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해준 제이크 브리검과 작별을 선택했다. 대신 빅리그 5년 동안 6승을 기록했던 조쉬 스미스를 총액 60만 달러에 영입해 요키시와 원투펀치로 세울 예정이다. 스미스는 지난 2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1자책으로 무난한 투구를 펼쳤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10승 투수가 된 최원태는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가 작년 7승 6패 5.07로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내리막길을 경험했다. 하지만 최원태는 여전히 키움 선발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토종 에이스다. 좌완 이승호가 올해도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높은 가운데 키움팬들은 시범경기부터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뿌리고 있는 안우진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하성의 빅리그 진출 만큼이나 키움 전력의 큰 악재는 바로 마무리 조상우의 부상이다. 조상우는 스프링 캠프 도중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약 4개월 정도 마운드에 오르기가 힘들다. 여기에 2017년과 2018년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베테랑 김상수(SSG랜더스)도 사인앤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베테랑 좌완 오주원과 잠수함 양현,우완 김태훈 등을 실험하고 있는 홍원기 감독은 시즌 개막 전까지 새 마무리 투수를 정해야 한다.

장정석 전 감독의 아들이자 덕수고 1학년 때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를 요청 받은 '슈퍼루키' 장재영은 2006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던 한기주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9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키움에 입단했다. 물론 28일 현재 시범경기에서 3.2이닝3자책(평균자책점7.36)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워낙 좋은 재능을 가진 대형 유망주인 만큼 키움이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타선] 아버지 닮은 '천재성' 가진 이정후  

한국 나이로 24세. 같은 나이에 아버지는 건국대를 졸업하고 막 프로 무대에 입성한 풋내기 신인이었다. 하지만 이미 프로에서 4년을 보낸 아들은 두 번의 골든글러브와 함께 통산 타율 .336 716안타 29홈런 273타점 368득점 48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조금은 이르지만 어쩌면 아버지를 능가하는 선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현존하는 KBO리그 최고의 좌타 외야수이자 히어로즈의 간판스타 이정후 이야기다.

작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내야수 에디슨 러셀을 영입했다가 큰 낭패를 봤던 키움은 지난 2월 총액 60만 달러에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를 영입했다. 프레이타스는 빅리그 경력은 3년 59경기(타율 .200 1홈런 8타점)에 불과하지만 2019년 트리플A에서 무려 .381의 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검증된 방망이 솜씨를 자랑한다. KBO리그에 잘 적응한다면 주전 지명타자로 중심타선 한 자리를 맡을 것이 유력하다.

김하성의 이탈로 장타력이 크게 떨어진 키움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박병호의 부활이 절실하다. 2년 간의 미국활동을 마치고 복귀한 후 2018년 43홈런(공동 2위), 2019년 33홈런(1위)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던 박병호는 작년 타율 .223 21홈런에 머물렀다. 만약 박병호가 올해도 작년처럼 타석에서 상대 투수에게 공포를 심어주지 못하면 오는 겨울 FA시장에서 많은 노장들이 겪었던 설움을 박병호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양의지의 NC 다이노스와 박세혁의 두산 베어스, 장성우의 kt 위즈, 유강남의 LG가 그런 것처럼 상위권 팀들은 대부분 확실한 주전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키움은 작년 박동원이 75경기, 이지영이 50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두 포수가 절묘한 균형을 이뤘다. 단순히 주전과 백업의 관계가 아니라 선발투수의 유형과 특징에 따라 포수를 바꿔가며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구단들이 갖지 못한 키움만의 큰 장점이다.

히어로즈의 최대 격전지는 역시 김하성이 빠져 나간 유격수 자리다. 물론 지난 3년 동안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최고의 활약을 해준 김혜성이 붙박이 주전 유격수가 된다면 고민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내심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로 지명된 신일고 출신의 루키 김휘집에게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김혜성이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김휘집이 김혜성의 자리를 물려 받아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주목할 선수] 키움의 질식 좌타선에 '용규놀이' 가세

코로나19로 인한 각 구단의 운영난으로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방출의 아픔을 당했다. 하지만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은 선수들은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었고 많은 선수들이 원치 않은 쓸쓸한 은퇴를 선택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이 끝나자마자 한화 이글스 구단의 옵션 행사 포기로 FA시장에 나온 이용규는 팀을 나온 지 5일 만에 키움과 계약하며 '재취업'에 성공했다.

사실 이용규는 작년에도 팀 내에서 유일하게 규정 타석을 채우며 가장 높은 타율(.286)과 가장 많은 안타(120개), 득점(60점), 도루(17개)를 기록한 선수다. 방출이 아니라 팀 내 MVP를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활약이었다. 하지만 18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등 46승 3무 95패라는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한화의 당면과제는 바로 '세대교체'였고 새해가 되면 한국나이로 37세가 되는 이용규는 정리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임병욱의 입대와 김규민의 방출로 가뜩이나 아쉬움이 남았던 외야가 더욱 헐거워진 키움은 사정이 다르다. 통산 1850안타와 1038득점 363도루를 기록중인 베테랑 이용규는 키움 외야의 무게감을 더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홍원기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이용규는 지난 2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서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를 상대로 투런홈런을 터트리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키움은 서건창과 이정후, 박준태 등 뛰어난 선구안과 기동력을 갖춘 좌타자가 즐비한 팀이다. 여기에 '용규놀이'의 창시자 이용규가 가세한다면 제구가 썩 좋지 않은 우완투수나 잠수함투수를 선발로 내보낸 팀은 크게 고전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시즌엔 한 번도 야구팬들을 실망시킨 적 없는 이용규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올해 자신의 4번째 팀 히어로즈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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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키움 히어로즈 에릭 요키시 이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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