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코리아컵을 모두 마친 신남방 선수들과 나이지리아 선수단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 코리아컵을 모두 마친 신남방 선수들과 나이지리아 선수단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박장식

 
대한민국에서 6개월 이상 머물며 훈련을 해왔던 슬라이딩 신남방 4개국(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선수들이 모든 훈련을 마치고 3월 말 고국으로 돌아갔다. 문체부가 추진하는 '신남방 썰매 종목 챔피언 육성 사업'에 참여한 나라의 선수들은 처음 찾은 나라, 처음 맞이하는 겨울의 가운데에서 추위를 견디며 훈련했다. 선수들은 국제대회 참가라는 귀중한 성과를 얻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향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3월 8일부터 25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선 2021 봅슬레이·스켈레톤 코리아컵 대회가 열렸다. 한국을 포함한 신남방 선수들, 그리고 호주, 이스라엘, 멀리 나이지리아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가 선수들이 1차부터 3차 대회에 참가하며 열띤 분위기를 이어갔다.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4개 국가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 하나로 자국의 국기를 달고 훈련하고, 대회까지 뛰었다. 2주 자가격리를 감수하며 한국으로 와 코로나19 이후 첫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해외 선수들의 요모조모를 담았다. 

'쿨 러닝' 방불케 한 나이지리아 선수들

자메이카의 선수들이 봅슬레이에 도전한다는 내용의 1993년 영화 <쿨 러닝>. 영화 속 주인공들을 닮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한국에서 봅슬레이를, 그리고 스켈레톤을 타고 슬라이딩 센터 위를 활주했다. 첫 실전이었던 탓에 썰매가 뒤집히고, 제 속도를 내지도 못했지만 선수들의 도전만큼은 인상적이었다. 
 
 피니시 하우스에 닿지 못한 나이지리아 봅슬레이 선수들이 심판의 도움을 받아 썰매를 끌어올리고 있다.

피니시 하우스에 닿지 못한 나이지리아 봅슬레이 선수들이 심판의 도움을 받아 썰매를 끌어올리고 있다. ⓒ 박장식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1차 대회 즈음에 참가 신청을 한 뒤 비행기를 타고 코리아컵 3차 대회에 부랴부랴 참가했다고 한다. 대다수는 10대 청소년들로 이번 대회 이전에 실제 트랙은커녕 연습조차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단다. 이들은 이번 대회 참가를 계기로 첫 트랙 경험을 쌓게 되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탑승했던 썰매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해 피니시 하우스까지 올라오지 못한 것은 예사였고, 주행하는 와중에 봅슬레이가 뒤집히는 바람에 모두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다행히 선수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들은 사고를 처리한 뒤 멋쩍게 웃으며 피니시 하우스까지 걸어 올라왔다.

속도 그리고 사고 위험의 두려움으로 인해 3차, 4차 주행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선수가 100km/h를 넘나드는 속도 속에서 자신을 극복하며 네 번의 레이스를 마쳤다. 마치 평창 올림픽 당시 처음으로 출전한 여자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번 대회에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은 세운 아디군 나이지리아 연맹 이사의 힘이 컸단다. 평창 올림픽 때 나이지리아의 첫 동계 올림픽 선수로 봅슬레이에 출전했던 세운 아디군은 올림픽 이후 슬라이딩 종목의 후학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평창에서 대회를 한다고 하니 바로 참가하게 되었다고.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역시 첫 대회를 즐겁게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 봅슬레이 종목으로 참가했던 유스프 하마드 콜라올리 선수는 "멀리서 온 데다, 자가격리까지 하게 되어 힘들었지만 경기에 뛸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아 너무 기뻤다"면서, "한국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기 전에도 올림픽을 통해 썰매 종목을 공부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트랙 위에서 뛴 것은 처음이다. 처음으로 트랙을 달리니 너무 기뻤다"면서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계속 훈련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6개월의 어려움 끝에... 결실 이루고 돌아가는 신남방 선수
 
 봅슬레이·스켈레톤 코리아컵 3차 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베트남 응웬 단-트랑 쿠이 조가 트랙을 출발하고 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코리아컵 3차 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베트남 응웬 단-트랑 쿠이 조가 트랙을 출발하고 있다. ⓒ 박장식

 
신남방 선수들은 지난 10월께부터 한국에 입국해 겨우내 훈련에 매진했다. 코로나19 탓에 고국에도 돌아갈 수 없어 처음 맞는 추운 겨울을 서로에 의지해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 덕분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대회 참가 기준 3분의 1 정도를 충족하며 기분 좋게 귀국길에 올랐다.

6개월 동안 훈련에 매진한 선수들은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여자 스켈레톤에 출전한 베트남의 응우옌 카인 선수는 국내 고교, 연맹 선수 등을 누르고 4위에 올랐다. 다른 선수들 역시 기초 체력 등을 갈고 닦으면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봅슬레이의 스레이 리치보스 선수(캄보디아)는 "6개월 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집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국 분들이 친절하게 인사도 나누어주시곤 했던 덕분이었다"라면서 "대회에 나서고 한국 대표팀과 함께 대회에 뛰었던 점도 너무 좋았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하기도 했다.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던 히스 스펜스 신남방 챔피언 육성 사업 코치는 "처음 썰매에 임하는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은 항상 어렵지만, 그래도 2018 평창기념재단에서 적극적으로 장비와 인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준 덕분에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라면서 감사를 표했다.

선수들이 한국의 추위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물론 어려워했다. 추위에 익숙해지기 위해 바깥에서 훈련을 하도록 지도했는데, 짜증을 내지 않고 열심히 해주었다"라고 덧붙였다. 

히스 스펜스 코치는 "신남방 국가 선수들을 통해 동계 스포츠가 더욱 많이 알려지기를 바란다"라면서 "선수들이 훈련에 이어 이번 코리아컵 대회 참가를 성장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마쳤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평창 슬라이딩 센터 봅슬레이 스켈레톤 신남방 나이지리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