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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구직자들이 코로나19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면접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21년 3월 26일 서울역 인근 대관회의실에서 열린 한 기업의 면접시험장 모습.
 청년 구직자들이 코로나19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면접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21년 3월 26일 서울역 인근 대관회의실에서 열린 한 기업의 면접시험장 모습.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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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직원을 뽑는 회사가 별로 없어요. 그나마 채용을 하는 회사는 취업준비생들이 엄청나게 몰려서 경쟁률이 너무 높아요. 어렵게 회사를 찾아서 (입사) 시험을 보고 있지만, 면접 준비는 정말 어렵네요."

지난 26일 서울역 앞에서 만난 이아무개(23)씨는 취업을 위한 면접 스트레스로 힘겨운 모습이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학을 전공한 이씨는 올해 2월 졸업 후 전공 관련 회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며칠 전 시험 본 회사 면접에서 너무 떨려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경쟁률이 높아 합격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니, 면접에서도 더 긴장하게 된 탓이다.

"교통비 가장 부담... 면접 당일 밥 안 사 먹고 돈 아꼈다"

이씨는 학교에 다닐 때 카페, 식당 등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장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취업을 위한 시험, 면접 등으로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서 틈틈이 시간제나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구했다고 한다. 그마저도 코로나19 때문에 자리가 많지 않았다. 경제적 형편이 좋을 리 없었다.

정장 대여비, 헤어 관리비, 교통비, 숙박비 등 면접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이씨에게 큰 부담이다. 이씨는 "면접 보러 다니면서 가장 부담이 되는 게 교통비"라며 "면접 당일 밥은 굳이 밖에서 사 먹지 않고 참았다가 집에 와서 먹는 식으로 돈을 아꼈다"고 했다. '면접용 정장이 따로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장 살 돈이 없어서) 그냥 있는 옷 중에 가장 정장과 비슷한 옷을 깨끗하게 차려입고 간다"며 부끄러워했다.

기업은 좋은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시험을 보고 면접을 진행한다. 지원자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하찮게 여겨지지 않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기업은 그런 지원자에게 채용 여부와 상관없이 현금, 상품권 등 면접비를 지급하기도 한다. 지원자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다. 아무리 기업이 '갑'이고, 구직자가 '을'인 세상이지만, 회사를 지원해준 구직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인 셈이다.

그런데도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들을 제외하고 채용 시 면접비를 주는 기업은 드물다. 지난해 10월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대·중소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면접비 지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면접비를 지급한다고 답한 기업은 111곳(27.8%)이었다.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면접비를 주지 않은 것이다.

앞서 '사람인'이 같은 해 8월 구직자 152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면접 비용'에 대한 조사에서도 면접비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면접 경험자(1166명) 중 31.8%에 그쳤다. 응답자 중 68.2%는 면접비용 지출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고, 면접비용이 부담돼 면접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32%나 됐다.
 
경기도 청년면접수당 포스터
 경기도 청년면접수당 포스터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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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비 부담으로 구직 포기"... 이재명표 '청년면접수당' 시행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경기도가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도는 면접비 부담으로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 청년면접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표 청년정책 중 하나인 청년면접수당은 구직활동 중인 만18∼39세 청년들의 면접활동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용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인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드는 면접비용 부담을 줄여 취업 준비 기간을 단축하는 게 목적이다. 1회에 3만 5000원씩 최대 6회, 21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는 산하기관인 경기도일자리재단과 함께 지난해 4차에 걸쳐 신청을 받았고, 모두 3만 7891명이 참여해 11만 3016건의 면접수당 신청서를 접수했다. 부정 수급을 미리 방지하고 공정하게 지급하기 위해 3단계 검증 절차를 진행했고, 서류 미비, 부정 신청 건 등을 제외하고 총 9만 3099건, 약 33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경기도는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에 따른 기업 불황, 신규 채용 감소 등 국내 경제 상황 악화로 애초 목표 대비 신청률이 낮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참여자 모집 홍보 확대, 지인 추천 증가에 따른 사업 인지도 향상으로 하루평균 신청 건수가 1차 모집 기간 394건에서 4차 모집 기간 1783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세심한 제도와 지원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힘"

청년 구직자에게 면접비는 단순히 교통비, 여비라는 의미에만 그치지 않는다. 반복되는 취업 실패로 자존감이 바닥을 친 청년 구직자에게 청년면접수당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신청자들의 후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인 박아무개씨는 "누군가는 몇 푼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세금을 함부로 쓴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한 채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에게는 면접수당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제도인지 모른다"며 "정말 아끼고 아껴서 사용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면접 최종합격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때마다 자책하고 풀이 죽었지만,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걱정하실 게 뻔하고, 친구들은 모두 취업한 상태라 창피해서 혼자 속으로 삼키고 자책하곤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런 저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주고 힘을 내라고 위로해주는 건 경기도일자리재단이었다"며 "'면접에서 떨어져도 괜찮아. 조금만 더 힘내자. 포기만 하지 말자'라고 응원해주는 기분이 들어서 자책을 덜 하게 되고, 다시 시작해보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경기도에서 받은 면접수당으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기도 하고, 낭비일 것 같아 몇 달 참았던 따뜻한 커피도 오랜만에 사서 마셨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목표했던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다.

박씨는 "면접수당이 없었다면 자격증 공부도 하지 않고 그냥 자포자기하고 있었을 것 같다"면서 "세심한 제도와 지원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청년면접수당으로 경제적인 위로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격려를 받은 것은 김아무개씨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몇 날 며칠을 준비하더라도 면접결과가 좋지 않으면, 면접을 위한 노력이 다 허사가 된 것만 같은 허탈감이 찾아온다"며 "경기도 청년면접수당이 저에게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며,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면접수당은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결과가 아닌,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첫 제도였다"고 평가했다.
 
경기도 청년면접수당 인터뷰 모습
 경기도 청년면접수당 인터뷰 모습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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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인 안아무개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에 성공하면서 경기도 청년면접수당의 도움을 받았다. 안씨는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기에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이런 것들을 챙겨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자존감도 회복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면서 "한 회에 3만 5000원, 금액을 떠나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도전하는 걸 응원한다'는 것 같아 많은 위로가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역시 경기도 청년면접수당 도움으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정아무개씨는 "면접 결과가 좋지 못해도 '내가 그렇게 못나지는 않았구나, 면접비 정도는 받을 가치는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힘든 취업 준비 시기에 좀 더 안정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면접 준비를 위해 미용실과 세탁소에서 청년면접수당을 썼고, 면접 복장을 갖추는 데도 알뜰히 사용했다고 한다.

청년면접수당은 청년들의 구직 활동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받았으며, 실제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12일간 경기도 청년면접수당 참여자 1만 655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만족도 조사 결과, 55%인 9078명이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면접수당이 구직활동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78.3%였다. '교통비·식비·의상비 등 비용 부담 완화' 측면에서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70.5%로 가장 많았고, '심리적 안정과 마음의 위안'(13.4%), '동기부여, 적극적 구직활동'(9.7%) 등의 순서였다.

제윤경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청년면접수당이 구직 중인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효과가 참여자 절반 이상 취업 성공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1년 5월부터 연 3회 모집, 1인당 최대 30만 원 상향 지원

경기도는 올해부터 청년면접수당 1회 지원금을 기존 3만 5000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해서 추진한다. 올해 5월부터 연간 3회 모집을 통해 1인당 연 최대 30만 원의 청년면접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청년 구직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신청률을 높이기 위해 면접수당 지급단가를 현실화한 것이다. 청년 구직자들은 면접 1회당 평균 5만 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경기도 행정사무감사 당시 경기도의회로부터 면접수당 지급액을 증액할 것을 권고받기도 했다.

경기도는 면접 미지급 관행 인식 개선과 기업의 면접비 지급 문화 활성화 등을 위해 '면접수당 지급기업 인증제' 사업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면접수당 지급기업 인증제'는 면접수당을 지급하는 기업들을 발굴해 인증, 각종 혜택을 지원함으로써 건강한 구인·구직 문화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지난해 경기도 내 총 48개 기업이 면접수당 지급기업 인증을 받았다.

정현아 경기도 청년복지정책과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구직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청년들에게 청년면접수당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많은 민간 기업들에도 면접비 지급문화가 확산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태그:#면접비, #경기도취업면접수당,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재명, #경기도청년복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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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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