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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족이란 무엇일까? 연재 '비정상가족은 없다'를 통해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와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사고, 출생등록제를 통해 본 위기가족, 비혼 출산 등 가족 정책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편집자말]
우리 사회에서 가족 구성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계에 나타나는 혼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 비중은 2000년에는 48.2%에 이르렀으나 2019년에는 29.9%로 감소하였다. 

반면, 1인 가구는 2000년 15.5%에서 2019년 30.2%로 증가하였다. 자녀 없이 부부 만으로 구성된 가구 비중 역시 2000년 12.3%에서 2019년 16.7%로 증가했다.

가족의 가치도 변하고 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의하면 결혼해야 한다는 견해는 감소하고 있다.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는 비율은 매년 증가하여 2020년에는 동의 비율이 59.7%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가족은 그 형태와 구성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 변화를 반영해 추진해야 할 가족정책의 근거가 되는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우리 가족의 현실과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협소한 가족 정의와 다양한 가족의 배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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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만으로 이루어진 개념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정작 가족정책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가족들을 포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 주변에 노년의 삶을 함께하는 고령층 커플들은 여러 사정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가족을 이루어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들 황혼의 동거 가족은 현행법에 근거해 가족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이들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규정하는 "가족" 정의에 해당되지 않는다.

최근 아동학대 등 이슈로 아동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양육되는 위탁 가족의 경우 가족정책을 통한 상담이나 필요한 가족지원서비스를 제공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위탁가족은 입양을 하지 않는 한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 정의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의 협소한 가족 정의는 오히려 가족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 사회 다양한 가족들을 정책 대상에서 배제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05년 "동 법률상의 혼인 및 혈연 중심의 가족‧가정 개념은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혼인·혈연·입양에 기초하지 않은 가족형태 및 가정형태에 대한 차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건강가정기본법은 협소한 가족개념에서 그때그때 특정 유형의 가족을 하나씩 덧붙여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이 특정 가족을 유형화한 명칭으로 추가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차별적일 수 있으며, 추가될 때마다 또 다른 가족들은 정책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건강한 가정과 건강하지 못한 가정, 그리고 차별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법률명에서부터 "건강"가정을 표방하고 있다. 법의 목적을 "건강가정 구현"에 기여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령정보를 검색해보면 '건강가정기본법' 외에 "건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본법"은 '건강검진기본법' 밖에 없다.

건강검진기본법에서의 "건강"은 비유적이거나 해석이 필요한 상징적 형용사 표현이 아닌, 해석상 명확성을 가진 명사로서 말 그대로 당해 기본법의 정책 영역인 "건강검진"을 표기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한국에 존재하는 "기본법"의 명칭을 가지는 법령 중, 법제의 해석에 있어 다의적인 형용사적 표현을 법률명에 포함하고 있는 법령은 200여 개 기본법령 중 건강가정기본법 및 동 시행령, 시행규칙이 유일하다.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강가정"이라는 용어의 더 큰 문제는 법 규정의 결과로서 개념상 건강한 가정과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 도출되고, 법에서 지향하는 건강가정의 개념에서 벗어난 가족들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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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가정기본법은 "건강가정 구현"이라는 법 취지에 따라 "가족구성원 모두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건강가정기본계획의 수립에 포함되는 사항의 하나로 "가족해체예방을 통한 사회비용 경감"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문 표현은 이혼 한부모가족 등을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가족으로 문제시하는 관점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일 수 있고, 당사자 가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가족 해체 예방을 위한 가족구성원의 노력을 의무로까지 부과하면서도, 정작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당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보호와 가족지원에 관련한 규정은 미약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권고에서 건강가정기본법의 법률명에 대해서, "동 법률에서 말하는 건강한 가정의 전형적 형태는 혼인으로 이루어진 부부와 그 사이의 자녀를 의미하는 것이고 다른 유형의 가족형태를 건강하지 못한 가정으로 보는 것으로, 법률이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강화시켜 다른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정'이라는 대상 앞에 '건강'이라는 가치개념을 포함하는 용어를 덧붙임으로써, 해석상 '건강가정'과 '비건강가정'의 이분법적 분류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므로, 다른 기본법과 같이 중립적인 법률명으로 표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모든 가족에게 도움되는 기본법으로 거듭나야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정책의 근거가 되는 기본법으로서 특정 가치를 계도하는 것이 아닌, 가족정책의 기본법으로서의 위상과 그에 걸맞은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국회에서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제야말로 가족정책을 필요로 하는 모든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족정책의 기본법으로의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송효진 시민기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태그:#건강가정기본법, #가족정책,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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