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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실제 변호사윤리시험에서 출제된 문제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윤리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변호사 甲은 A로부터 그의 친구 B가 운전 중 야기한 교통사고로 인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건의 형사변론을 의뢰받고 수임하였다. 甲은 피고인 B와의 면담과정에서 실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A인데 B가 운전자라고 허위자백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관한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① B가 "A 대신 처벌을 받을 테니 정상변론을 해달라"고 요구하더라도 甲은 이에 응하지 않아야 한다.
② 甲이 A, B의 의사에 반하여 실제 범인은 A라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비밀유지의무에 위반되는 것이다.
③ B가 재판 도중 실제 범인이 A라는 사실을 실토할 뜻을 비치자, 甲이 A로 하여금 B에게 상당한 액수의 금전을 대가로 지급하고 B가 허위자백을 유지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하더라도 이는 비밀유지의무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다.
④ 甲이 증인으로 하여금 B의 허위자백에 부합하는 거짓 증언을 하도록 교사하는 것은 비밀유지의무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이런 상황은 현실에서도 발생하고,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 어떠한 조언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가 경제적 선택보다는 윤리적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 수임료를 돌려주더라도 위법행위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 여긴다. 변호사법 제1조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위 문제의 정답은 의심할 여지 없이 3번이다. 비밀유지의무 등 그 어떤 사유도 의뢰인의 위법행위 협조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변호사 윤리장정"에도 '위법행위 협조금지'에 대해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윤리규정을 위반할 경우 변호사징계절차가 작동된다.
 
제11조[위법행위 협조 금지 등] ① 변호사는 의뢰인의 범죄행위, 기타 위법행위에 협조하지 아니한다. 직무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범죄행위, 기타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 때에는 즉시 그에 대한 협조를 중단한다.
② 변호사는 범죄혐의가 희박한 사건의 고소, 고발 또는 진정 등을 종용하지 아니한다.
③ 변호사는 위증을 교사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게 하거나 이러한 의심을 받을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변호사윤리 기출문제... 현실에서는 어떨까?
 
지난 22일 검사장 출신 유상범 변호사의 자문내용이 MBC 뉴스를 통해 공개됐다. 2018년 파주의 한 병원에서 무면허 의사와 영업사원이 수술한 뒤 환자 두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발생 후 병원 측은 그 당시 검사장을 그만두고 변호사를 개업한 유상범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았다. '명의상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페이백도 해줘야 한다. 그러면 무혐의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유상범 변호사의 자문내용이 육성을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유변호사의 자문은 단순한 법률상담을 넘어 진실을 은폐하는 행위를 조언해 준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유변호사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이고, 2020년 4월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이러한 자문내용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이 요구됐다. 그러나 유상범 의원은 MBC 기자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변호사가 변론을 하는 과정에서 실체를 숨기고 변론을 했다 그러면 책임을 지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나는 변론 자체를 안 했다는 말이에요. 그럼 아무 관여를 안 한 거잖아요."
 
2021. 3. 21자 MBC 보도영상 캡쳐
 2021. 3. 21자 MBC 보도영상 캡쳐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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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범 의원의 답변은 사실일까?

유상범 의원은 2018년 12월 MBC 보도를 통해 대리수술 의혹이 세상이 밝혀진 직후 변호인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문내용대로 실제 변론하지 않았다고 법적, 윤리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변호사는 크게 송무변호사와 자문변호사로 나뉜다. 송무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재판 또는 수사과정의 변론을 수행하고, 자문변호사는 의뢰인의 질문에 대해 답변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유상범 의원의 말대로라면 변호사윤리장전은 송무변호사에게만 적용되고 자문변호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송무와 자문은 그 역할의 차이일 뿐 둘 다 변호사의 업무인데 변호사윤리장전의 적용범위가 송무에만 국한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도 이후 현재까지 대한변호사협회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상범 의원은 변호사비용을 모두 돌려줬다는 것 이외 추가 입장 또는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피해유족들은 이 사실을 접하고 변호사징계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검사장 퇴임 이후 전관변호사로서 자문해 준 내용이 공개되며 변호사윤리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시민들은 '변호사윤리' 기출문제의 정답이 현실에서도 똑같은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누가 해야 할까?

변호사윤리에 대한 판단과 징계 권한은 관련 법상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맡겨져 있다. 피해 유족들이 변호사 징계를 요청하기 전에라도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시민들이 가지는 의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상범 의원 또한 변호사윤리위반 여부를 떠나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준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변호사윤리, #국회의원 유상범, #위법행위 협조금지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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