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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6일 오전 8시 37분]
 
당진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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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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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턱스크 공무원 갑질'에 대한 이야기의 끝이 비극이 되고 있다. 한쪽 당사자인 카페 주인은 카페를 폐업했고, 턱스크 공무원은 극단적 선택 끝에 중상을 입어 병상에 누워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당진의 민주주의가 커다란 위험에 빠졌다는 점이다. 천천히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풀어보자.

시작은 그 당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카페나 마트 등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친 사람과 이를 지적하는 사람 간에 다툼은 흔했다. 사건의 배경이 된 그 카페에서 좀 다른 점이 있었다면, 턱스크를 쓴 사람이 나중에 당진시 간부 공무원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전국적 보도 후에 해당 공무원은 징계를 받고 자숙했다. 이후 당진지역 풀뿌리 언론사인 <당진시대>가 후속보도로 징계(직위해제) 받은 공무원의 의견을 실명과 함께 보도했다. <당진시대>는 객관적 사실을 시민에게 온전하게 전달할 목적에서 실명 보도를 했을 것이다. 이로써 이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후 문제가 커졌다. 지역의 커뮤니티와 사람들의 입을 통해 턱스크 공무원의 신상이 회자됐다.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덕적 결벽증과 유사한 방향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사건의 경중을 안 가리고 철저하게 단죄를 하려 드는 경향 말이다.

'턱스크'는 일반 시민이라면, 십만 원의 벌금을 내면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갑질을 한 턱스크 공무원도, 해당 행위로 인한 그에 맞는 정도의 대가를 치르면 될 일이다. 턱스크가 그 사람의 모든 인생까지 부정당할 만한 일은 아니다. 때문에 해당 공무원이 이기지 못할 만큼 사회적 비난이 과도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건이 있고 2개월 지난 시점에서 해당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후,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당진시에서 행정력을 동원한 응징으로, 해당 카페가 스스로 폐업하도록 만든 것이다. 한 달 동안 여러 부서가 떼로 나서 4차례에 걸쳐 집중단속을 벌였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생각은 이 때문이다. 시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보복이 무서워서 참을 수밖에 없다면, 침묵을 강요당한다면, 민주주의는 사라진다.

당진을 조선왕조로 되돌리지 말라

카페 주인이 무슨 죄가 있는지, 당진시에 묻는다. 행정력은 시민들이 잘 살 수 있게 만드는 데 써야 한다. 당진시민에게 벌을 주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당진시 전체를 감옥으로 만들 셈인가. 몇 년 동안 가만히 있다 갑자기 갖은 단속 권한을 총동원해 괴롭힌 당진시의 행위는 누가 봐도 명백한 보복이며 선택적 정의다. 만약 논을 메꾸어서 주차장을 만들었다면, 비슷한 사례와 형평을 맞추고 합당한 해결 방안을 찾을 일이었다.

민주주의 기초를 망가뜨리는 당진시 행정력의 남용은 다시는 생겨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도 당진시는 정당한 행정절차라고 강변하고 있다. 관련 일에 대한 철저한 조사, 재발 방지를 위한 공무원 교육 강화, 또한 관련자들에게는 잘못된 행위에 대한 조치를 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당진시는 사실 보도, 실명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당진시대>에도 보복을 하였다. 당진시가 구독하던 <당진시대> 신문 70부 중 50부를 끊었다. 물론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지나치게 사회적 비난이 쏠린 데 대한 동료 공무원들의 항변은 이해된다.

하지만 한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원인을 지역 언론에 떠넘기고 표적으로 삼는 건 용인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정 신문의 기자를 가해자로 지목한 마녀사냥과 다름없다. 시민의 세금으로 구독하는 신문에 절독이라는 방법으로 보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주 유치한 언론탄압에 지나지 않는다.

당진시장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민선시장이 자기 휘하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 파괴를 지켜만 보고 있는가. 공무원 노조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공직자 개개인의 전횡을 막지 못하면서 시장 자리에 있는다는 게 창피하지도 않다는 말인가. 

김홍장 당진시장이 지난 15일 유감의 뜻을 나타내면서 소속 공무원들에게 신중한 행동을 당부했지만 때늦은 감이 크고 시민의 감정에 비해 사과의 강도 또한 낮다. 게다가 보복 행정의 중심인 공무원노조는 아직까지 아무런 답이 없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사적인 린치(보복)를 금지한 것이 근대사회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귀족사회 계급사회를 타파하고 모두가 평등한 민주사회로 발전한 것이다.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사적 린치를 가하는 신귀족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사적 감정을 공적 수단으로 해결하는 원님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정중히 당진시민에게 사과하는 게 옳다. 

당진을 조선왕조로 되돌리지 말라.

태그:#당진시, #턱스크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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