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최근 '무야호'는 인터넷 밈으로 큰 인기를 얻는 신조어다.

MBC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최근 '무야호'는 인터넷 밈으로 큰 인기를 얻는 신조어다. ⓒ MBC

 
"무야~호!"


​최근 인터넷 공간을 뒤덮고 있는 신조어가 TV 속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 신조어는 바로 '신난다'는 의미의 '무야호'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무야호' 유행은 요즘 SNS를 넘어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도 쏠쏠한 웃음을 선사하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MBC <놀면 뭐하니?> 등 지난주 방영된 예능에서도 '무야호'라는 자막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사실 '무야호'는 사실 11년 전 MBC 인기 예능 <무한도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미국 알래스카 현지 촬영으로 제작되었던 '오마이텐트' 편의 한 장면이 한참 세월이 흐른 지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1년 전 '무한도전' 첫 등장... 커뮤니티에서 이미지로 부활
 
 지난 2010년 방영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  이때 처음 등장한 '무야호'는 11년이 지난 지금 각종 인터넷 공간의 인기 신조어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2010년 방영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 이때 처음 등장한 '무야호'는 11년이 지난 지금 각종 인터넷 공간의 인기 신조어로 각광받고 있다. ⓒ MBC

2010년 3월 제작된 <무한도전> '오마이텐트' 편은 '알래스카에 가서 김상덕씨 찾기'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마련된 특집이었다. 멤버들이 무의식중에 말한 내용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만드는 <무한도전> 특유의 제작 기법으로 탄생한 해당 방송은 당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무한~ 도전!"이라는 구호를 외치려다 얼떨결에 "무야호~"라고 말한 현지 노인회장님의 정체불명 단어에 멤버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정형돈은 "그만큼 신나시는 거지"라며 상황을 수습한다. 이 때만 해도 그냥 지나가는 장면 중 하나였던 '무야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토트넘 홋스퍼FC의 조제 모리뉴 감독 인터뷰 영상에 '무야호'를 삽입시킨 게시물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이렇게 형성된 밈(Meme: 인터넷 놀이문화)은 그후 SNS,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통해 점점 더 확산됐고 각종 패러디물을 양산하기에 이른다.

유재석 출연 예능에서 적극 활용... 더 큰 웃음 유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선 방송 자막 및 공식 SNS를 통해 '무야호'를 사용해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선 방송 자막 및 공식 SNS를 통해 '무야호'를 사용해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 CJ ENM


인터넷, SNS, 유튜브 속 움직임을 발빠르게 반영하는 TV 예능에서 이와 같은 '무야호' 열풍(?)을 놓칠 리 없다. 그 중에는 <무도>의 기둥, 유재석이 현재 출연 중인 <유 퀴즈>, <놀면 뭐하니?>도 포함되었다.

지난 17일 방영된 <유퀴즈> '끝까지 간다' 편에선 소설 번역가와의 인터뷰 장면 도중 "무야호!" 자막을 삽입하는가 하면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지한 방탄소년단 특집 홍보 게시물에서도 이 단어를 넣어 시청자 및 구독자들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놀면 뭐하니?> 역시 요즘 유행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방송된 내용에서 나홀로 고급 레스토랑을 들른 유재석이 스테이크 한점 입에 베어물고 맛에 심취할 때 "무야호..." 자막을 등장시킨다. 유재석이 직접 만들거나 말한 단어는 아니지만 해당 신조어의 탄생에 일정 부분 기여도를 지닌 인물임을 감안해본다면 이들 예능 제작진들은 절묘한 사용처를 찾아낸 셈이다. 

​여기에 <놀면 뭐하니?>는 한술 더 떠 종업원의 영어 닉네임을 잘못 말해 당황한 유재석을 놓고 무려 14년 전 <무한도전> 때의 비슷한 장면을 덧붙여 웃음의 강도를 높인다. 당시 스테파니라는 어린이 이름을 '싸브레'(?)로 언급해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던 상황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활용되고 있기에 '무야호'와 맞물려 시청자들의 폭소를 유발시켰다.

컨텐츠 자체가 지닌 힘 + 요즘 세대의 성향 맞물려​
 
 무려 14년 전 <무한도전> 속 장면은 2021년 <놀면 뭐하니?>를 통해 재발굴되어 재미를 키우기도 한다.

무려 14년 전 <무한도전> 속 장면은 2021년 <놀면 뭐하니?>를 통해 재발굴되어 재미를 키우기도 한다. ⓒ MBC

 
그런데 요즘 '무야호' 인기를 놓고 드는 한가지 의문이 생길 법하다. 왜 하필 이 단어였을까? 먼저 손꼽을 수 있는 요인으론 <무한도전>이란 컨텐츠가 지닌 힘이다.

지상파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3년 전 종영된 <무한도전>은 여전히 인기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MBC가 유튜브를 통해 운영 중인 <오분순삭> 채널에서 가장 환영받는 예전 예능 역시 <무한도전>이다. 이를 보고 성장한 기성 세대에겐 추억을 선사함과 동시에, 2000년대 <무한도전>를 보지 못했던 요즘 어린 세대에겐 색다른 즐길거리가 되어준다.  

​그런 과정에서 발견된 '무야호'는 특히 누리꾼들에게 그들만의 놀이이자 소통수단으로 활용이 되었다. 10~20년 이상 옛 TV 예능이 지금 다시 보면 손발 오그라들 만큼 촌스럽거나 다소 민망한 내용으로 인해 선뜻 손이 가기 힘든 경우도 많았지만 <무한도>만큼은 예외였다. 지금의 시선에서도 충분히 재미와 웃음 생산이 가능한 예능이기에 재발굴도 속속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내 본인의 생각과 의사를 전달하는 요즘 세대에게 <무한도전>은 최적화된 스케치북이자 색종이 같은 수단이 되어준다. 뿐만 아니라 10여 년 이상 지속된 방송 속 각종 상황극이 만들어낸 멤버들의 다채로운 캐릭터는 현재의 관점에선 '부캐' 유행의 원조로 평가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우연찮게 그 시절 언급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절묘한 일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빗대어 미래 예측 예능으로 <무한도전>을 재평가하게 만든다. 잘 만들어진 그 시절 예능은 젊은 세대들의 취향 및 생활 습관과 맞물려 2021년 3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마력을 발휘한다. 역주행 인기는 비단 가요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예능에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그때의 <무한도전>이 입증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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