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에 힘들게 시즌을 치르면서 KBO리그의 각 구단들은 심각한 운영난에 빠졌다. 이에 일부 구단들은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는데 만약 KBO리그 구단이 매각된다면 이는 모기업 없이 스폰서십으로 운영되는 키움 히어로즈나 모기업 사정이 어려워진 두산 베어스가 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25일 신세계 이마트 그룹에 야구단을 총액 1352억 원에 매각한 팀은 바로 재계순위 3위의 SK그룹이 운영하는 SK 와이번스였다.

SSG랜더스는 SK 구단의 직원들과 선수단을 그대로 이어 가면서 연고지 이전을 하지 않고 인천야구의 전통을 잇기로 했다. 그리고 SSG 랜더스는 지난 2월23일 메이저리그에서 16년 동안 활약했던 '추추트레인' 추신수를 연봉 27억 원에 영입했다. 1년 후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지만 SSG의 류선규 단장은 "SSG가 영입한 첫 번째 슈퍼스타를 유통업 라이벌 팀으로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추신수라는 스타가 가진 존재감이 워낙 크다 보니 많은 야구팬들은 작년 정규리그 9위로 부진했던 SSG가 올 시즌엔 충분히 5강 안에 포함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SSG는 추신수뿐 아니라 FA 2루수 최주환과 홀드왕 출신의 불펜투수 김상수를 영입하며 여러 약점을 메웠다. 과연 SSG는 김원형 신임 감독 체제로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9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던 '인천야구의 봄'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투수진] 폰트-르위키는 작년 악몽 씻어줄까
 
 2021 시즌 SSG 랜더스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2021 시즌 SSG 랜더스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작년 최하위 한화 이글스에도 워윅 서폴드라는 10승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가 있었다. 6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KIA타이거즈의 두 외국인 투수는 22승을 합작했다. 하지만 SK는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와 닉 킹험(한화)이 시즌 내내 6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6승 모두 핀토 혼자 기록한 것인데 핀토는 6승을 따내는 동안 15패(리그 최다)를 당했고 평균자책점(6.17)은 규정이닝을 채운 20명의 투수 중에서 가장 높았다.

SK는 정규리그가 끝나자마자 일찌감치 외국인 투수를 윌머 폰트와 아티 르위키로 교체했고 SK를 인수한 SSG가 두 선수를 데리고 올 시즌을 시작한다. 작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하며 류현진과 한 팀에서 뛰었던 폰트는 빅리그 6년 동안 7승을 따낸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투수다.  르위키는 빅리그에서 승리는 없지만 제구력이 좋고 마이너 레벨에선 선발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2019년 11승에 이어 작년에도 평균자책점3.65를 기록하며 고군분투한 문승원과 최근 4년 동안 3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거둔 박종훈은 SSG의 든든한 토종선발로 올 시즌에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킬 예정이다. 우완 이건욱과 정수민, 사이드암 김주한 등이 경쟁하는 5선발 후보들 역시 양적으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자리를 대신할 '토종 에이스'가 마땅치 않은 게 SSG 토종 선발진의 약점이다.

불펜에서는 2019년 36세이브로 KBO리그 첫 해 세이브왕에 오르며 혜성처럼 떠오른 하재훈이 마무리 자리로 복귀해 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작년 1승1패4세이브 평균자책점7.62로 무너진 후 15경기 만에 시즌 아웃된 하재훈이 2019년의 구위를 회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하재훈의 복귀가 여의치 않다면 SSG는 작년에 이어 뒷문단속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작년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며 12홀드8세이브를 기록했던 서진용과 2승1패4세이브11홀드2.42로 맹활약한 박민호가 여러 보직을 돌면 불펜의 위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8년과 2019년 최고의 불펜투수로 활약했다가 작년 1승6패4홀드7.40으로 체면을 구긴 좌완 김태훈과 사인앤 트레이드로 영입한 베테랑 우완 김상수의 활약도 올 시즌 SSG 불펜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타선] 추신수-최주환 가세, 화력 뽐낸다

3할 타율과 함께 2년 연속 20-20 클럽에 가입했던 2009,2010년의 추신수, 나란히 4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던 2018년의 제이미 로맥과 한유섬(개명 전 한동민), 46홈런113타점으로 홈런왕에 오른 2017년의 최정. 만약 SSG의 상위타선이 각 선수들의 전성기 시즌을 기준으로 꾸려 진다면 현재 다른 구단이 아닌 KBO리그 역사에서 상대할 팀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SSG의 중심타선은 한 시대를 평정했던 최고의 타자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추신수-최정-로맥-최주환-한유섬으로 구성될 SSG의 상위타선이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한다는 보장은 없다. 올해 한국나이로 33세가 된 1989년생 한유섬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30대 중반 이상의 노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유섬은 커리어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최정 역시 2017년이 마지막 3할이었다. 사실 SK의 주력타자들은 당장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성적하락)가 시작돼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하지만 추신수와 최주환이 가세한 SSG의 타선이 팀 타율(.250), 팀 득점(634점) 9위에 그쳤던 작년에 비해 훨씬 강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실 추신수로 시작해 한유섬까지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구축해 놓고도 방망이가 터지지 않아 고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이는 선수들의 기량이 아닌 팀 내 불화나 코칭스태프의 리더십 등 외부적인 요인에서 원인을 찾는 게 빠를 것이다.  

여기에 작년 시즌을 통해 부쩍 성장한 최지훈과 오태곤에 경험이 풍부한 김강민과 정의윤이 지킬 외야진도 양적으로 대단히 풍족하다. 특히 작년 시즌 120안타를 기록하며 2000년 채종범(NC 타격보조코치)이 기록했던 구단 역사상 신인 최다안타 기록(113개)을 20년 만에 갈아치운 최지훈은 올 시즌 SSG의 붙박이 중견수이자 풀타임 1번타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노장 추신수나 어깨가 약한 고종욱은 수비에 나설 일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주인이 없는 유격수 자리는 SSG 라인업에서 최대약점으로 꼽힌다. 베테랑 김성현이 작년 시즌이 끝난 후 2+1년 총액 11억 원에 FA계약을 했지만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기엔 공수에서 아쉬움이 있다. 김원형 감독은 5년 차 유망주 박성한이 김성현의 자리를 이어 받길 기대하고 있지만 박성한 역시 통산 1군 출전은 85경기에 불과하다. 가을야구, 그 이상을 노리는 팀의 풀타임 주전 유격수가 되기엔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주목할 선수] 이재원의 부활, 선택 아닌 필수

이재원은 SK구단 역사상 최악의 1차지명으로 꼽히는 선수다. 인천고의 포수 이재원을 지명하느라 거른 선수가 바로 동산고의 류현진(토론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는 류현진 없이도 2000년대 후반 왕조를 건설했고 이재원은 박경완과 정상호의 뒤를 이어 SK의 주전포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4년 타율 .337, 2018년 타율 .329를 기록했을 정도로 리그에서 공격력이 뛰어난 대표적인 포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재원은 작년 시즌 손가락 부상으로 80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타율 .185 2홈런21타점 OPS(출루율+장타율).514로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아무리 부상이 있었다곤 하지만 통산 타율이 .290에 육박하던 이재원이 1할대 타율에 허덕인 것은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SK는 이재원이 부진하자 이흥련을 영입하기 위해 강속구 투수 이승진을 두산 베어스로 보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포수를 2명이나 지명했다.

이재원은 올 시즌을 통해 주전 포수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만약 이재원이 올해도 작년처럼 흔들린다면 이흥련이나 이현석 같은 백업포수들에게 출전기회를 빼앗길 수 밖에 없다. 2018 시즌이 끝나고 SK와 4년69억 원에 FA계약을 맺은 이재원은 내년까지 10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다. 그런 이재원이 2년 연속 부진을 면치 못한다면 인천 야구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2019년 두산의 박세혁과 작년 NC의 양의지가 그랬던 것처럼 강 팀에는 언제나 뛰어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포수가 있었다. 2018년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재원 역시 그라운드에서 충분히 강한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좋은 포수다. 그리고 이재원이 다시 2018년 같은 활약과 존재감을 보여 준다면 SSG는 작년의 부진을 씻고 KBO리그에서 더욱 의미 있는 첫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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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SK 와이번스 추신수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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