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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직 판사들에게 첫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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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최초의 사법농단 연루 판사가 나왔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반면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와 심상철 광주시법원 원로법관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재판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상임위원과 이 전 실장의 공소사실이 앞선 네 명 '윗선'들의 혐의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이날 판결에서도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들로 통칭되는 사법농단 '키맨'들의 이름이 공모자나 범행 주도자로서 등장했다. 이 전 위원의 양형이유에서도 "(일부) 범행을 주도한 것은 박병대·임종헌"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이규진 범행에 양승태·박병대 공모사실 인정"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개입과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정책에 반대하는 성향을 가진 판사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받았다. 

이 전 상임위원은 2015년 2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처장, 임종헌 차장의 지시로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위 혐의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아래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이 전 상임위원이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에게 지시했던 내부 정보는 헌법 재판소가 심리하고 있는 법원 내 주요 사건을 총정리하고, 관련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의견 분포를 종합해 보고하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정당한 범위에서 벗어나 재판의 독립에 반하는, 위법 부당한 지시가 담긴 보고서를 (파견 판사로 하여금) 세 번이나 작성·보고하게 했다"면서 "헌법재판소 법이 정한 서면 비공개 원칙에도 반하고, 판사 파견 취지에도 반한다"라고 위헌성을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위 혐의를 두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의 공모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이 전 상임위원에게 헌법재판소 문건 작성을 최초로 지시했으며, 문건의 최종 종착지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4월께 이 전 상임위원이 '한정위헌' 취지 사건 재판에 개입한 것도 직권남용죄로 인정된다는 판단도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규진은 당시 재판 사무 담당 판사였던 염기창 등이 행정처의 권고에 따른 결정을 내리게 했다"면서 "끝내 아무 판단도 내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재판권 행사를 현실적으로 2번이나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판사 모임 와해... 임종헌이 주도, 이민걸이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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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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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모임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 하고, 그 소모임활동을 저지하려 했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임종헌 전 차장이 이를 주도하고, 이 전 실장이 이에 가담했다고 봤다.

먼저 재판부는 "(임종헌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반대세력이라고 생각하며 장애물로 여겼고, 그들이 의견을 내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면서 "임종헌 차장이 사법행정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실장을 두고는 "이민걸은 이같은 임종헌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면서 "(연구회를 와해시키기 위한) 중복가입해소조치에 관해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중략) 마지막까지도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혀 끝까지 주무실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라고 유죄 판단의 근거를 밝혔다.

이 전 실장이 2016년 10월께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 기획법관이었던 나상훈 판사에게 '국민의당' 의원들 재판의 심증과 재판 관련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도록 지시한 것도 유죄로 인정됐다. 언급된 재판의 피고인으로는 왕주현 당시 국민의당 사무부총장과 박선숙·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거론된 바 있다.

법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나 판사는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전 실장에게 메일을 보내고 "보석은 허용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유죄로 인정된다면 의원직을 유지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얘기했다"는 내용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피고인 이민걸은 나상훈에게 국회의원이 피고인인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심증을 확인해 보고하라는 위법·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나상훈은 담당 재판부의 심증을 확인하고서 이를 피고인 이민걸에게 보고했다"면서 "법관윤리강령에서 정한 사항에 위배되며, 재판 사무에 대한 공정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범행이다"라고 지적했다. 

"재판개입 행위, 직권남용죄 인정한 최초 판결" 

하지만 유죄로 인정된 위 혐의를 제외하고 상당수의 공소사실은 무죄로 결론났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이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의 행정소송 1·2심과 상고심 재판에 개입한 혐의, 옛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행정소송 1심에 개입한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한편, 이날 무죄가 선고된 방창현 부장판사는 당시 법원행정처 요구에 따라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이유를 누설한 혐의를, 심상철 부장판사(원로법관)는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이 특정 재판부에 배당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방 부장판사가 결론적으로는 자의로 재판했다면서, 직권남용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 부장판사를 두고는 "피고인 심상철이 해당 행정소송 항소심의 사건번호가 부여되거나 배당되는데 (관여한 것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가 끝난 직후, 이 전 실장은 취재진에게 "1심 판결이 난 것이기 때문에 아직 재판 자체가 끝난 건 아니다. 추후 입장은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입장문에서 "사법행정권자의 위헌적인 재판개입 행위에 대하여 직권남용죄의 유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한 범죄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그 죄와 책임에 상응하는 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