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정상가족이란 무엇일까? 연재 '비정상가족은 없다'를 통해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와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사고, 출생등록제를 통해 본 위기가족, 비혼 출산 등 가족 정책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편집자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2020년 6월 16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베이비박스 유기아동 입양률 제고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인 주사랑공동체 교회 이종락 목사도 함께 한 자리였다. 골자는 다음과 같다. 2013년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아동 입양을 위해서는 먼저 친부/모가 출생등록을 해야 하는데 여성이 아동을 출산하고 입양보낸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아 아동 유기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현행법을 개정하고 그 대안으로 김미애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하여 '위기임신' 여성이 입양을 원한다면 익명으로 출산하고 출생신고 없이 입양보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자는 것이다.

김미애 의원의 논리를 따라가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입양특례법은 아동의 유기를 유도하는 맹점이 많은 법이다. 그러나 법이 개정된 이유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에는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입양이 이루어졌다. 한국은 전쟁 이후 약 21만 명의 아동을 입양 보냈다. 너무 많은 아동이 해외로 나갔고 이것은 아동이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아동 보호의 차원에서 손쉽게 박탈하는 것이기도 했다. 입양이 이렇게 많이 이루어진 데는 2013년 이전까지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버려지는 아이'에게 입양을 우선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입양특례법이 도입된 이유

따라서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고아호적'을 만들어 서류에 아동 1인만 기록되게 하였다. 따라서 아동이 성인이 되어도 공적 기록에서 삭제된 자신의 친생모 등에 대한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기록이 깨끗하게 정리된 '입양되기 적합한 몸'을 만드는 법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자신의 원가족을 찾고자 하는 입양인에게는 가혹한 법률이었다.

특히 해외입양인의 경우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에 위탁된 입양기록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다고 믿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들어 유아 때 김OO으로 미국으로 입양되어 현지 이름을 갖게 된 아동이 자신의 기록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고아원에서 함께 지내던 김OO으로 서류 조작되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례도 있었다. 디안 보르쉐이(Deann Borshay) 감독이 자신의 스토리로 만든 다큐멘터리 <1인칭 복수(First Person Plural)>가 바로 그런 내용이다.

둘째, 입양숙려제의 도입이다. 기존에는 임신상태에서 미혼모시설 입소시 '친권포기각서'를 쓰고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입양기관에서 데려갔다. 그러나 2013년 이후에는 임산부에게 일주일이라는 최소한의 숙려기간을 주어 아이 양육 혹은 입양을 결정하게 했다. 사실 출산과 동시에 입양기관으로 보내지는 아동은 한국에만 있는 시스템은 아니었다. 호주가 그랬고, 미국이 그랬고, 영국이 그랬다. 서구사회가 미혼모와 원주민에 대한 '대단한 낙인'을 갖고 있을 때 그랬다.

호주와 영국은 미혼모에게 입양을 강제한 것을 인정하고 정부에서 공식적 사과하였다. 미혼모의 경우 안정되지 않은 현실에서 양육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위기의 상황에서 입양과 양육을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정하라는 것은 그야말로 야만적인 절차이고 국제사회도 이러한 절차를 불법으로 규정하였다.

입양특례법 시행에는 그 외 수많은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김미애 의원에 따르면 입양특례법이 오히려 아동 유기를 증가시켜 아동의 권익을 실현시키지 못한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보호대상아동(유기) 현황보고
 보호대상아동(유기) 현황보고
ⓒ 보건복지부

관련사진보기


표를 보면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2013년을 기준으로 특별히 아동 유기가 증가했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1990년대 중후반 아동의 유기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보면 사회경제적 상황이 개인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특히 미래를 전망할 수 없는 불안정성은 여성에게 양육을 선택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

베이비박스의 아이들이 입양특례법 시행으로 증가했다는 이종락 목사의 증언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베이비박스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것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 쏠림현상으로 나타난 것이지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아동의 유기가 증가했다고는 볼 수 없다.

왜 여성은 아이를 포기하나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은 개정 근거도 미약하지만 개정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고 또한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기도 한다. 먼저 '보호출산'이란 임산부가 자신의 신원을 감추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하는 것을 말한다. 제시된 법안 제1조에서는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을 보호하고 그 태아 및 자녀에게 안전한 출산과 양육환경을 보장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골자는 위기임신 여성과 태아에 대한 대처로 '여성이 원하면' 비밀출산을 허용하여 여성에게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아동은 입양이 원활하게 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크게 2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이것은 입양인의 입장에서 매우 후퇴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전쟁 이후 급격히 증가한 혼혈아동을 '처리'하기 위해 1961년 고아입양특례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안의 요지는 기관의 장이 아동 보호자 권리를 대신하게 하여 보호자 없이도 입양이 가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법으로 해외입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입양 절차를 수월하고 매끈하게 하여 입양을 그야말로 촉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입양인 개인이 자신의 역사를 알 권리를 말살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부/모가 있는 아동도 입양 시스템으로 '고아호적'을 만들어 개인의 역사를 삭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과거의 뼈아픈 역사적 경험인 것이다. 이런 역사로의 회귀는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입양과 양육을 결정하기에 앞서 여성이 왜 아이를 포기하려 하는지 그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였다. 혼인하고 임신한 여성에게 입양과 양육 중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질문하지 않는다. 그러나 혼인하지 않은 여성은 임신과 낙태 혹은 출산 양육을 '선택'해야 한다. 결혼 제도 밖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 밖 출산과정이 원활하고 매끄러운 앞날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낙인과 차별이 있으니 입양과 양육을 '선택'하라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가 아니라 미혼 임신 여성을 정상가족의 테두리로 판단하는 것을 어떻게 없애야 하는지 그 고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법안을 면밀히 검토하면 여성이 입양을 선택할 경우 어떤 진행과정을 거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양육을 선택한 경우 어떤 지원을 받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양육을 원하는 여성에게 상담내용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며 어떤 사회적 지지와 자원을 연계할 수 있는지가 생략되어 있다. 법안 자체가 입양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막 입양에서 원가족 보호로, 좀 더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로 들어가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여성이 자신의 어떠한 환경적 조건으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낙인과 차별에 민감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현재 제출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은 외면한 채 손쉬운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