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최근 성소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이를 애도하며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했다.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최근 성소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이를 애도하며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점심시간이 한창이던 22일 낮 12시 15분, 의원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기사 봤는데, 이게 성소수자 혐오 발언인가요?"

오전 11시 30분에 보도된 기사 <김종민, "그린벨트 해제, 성별 바꾸는 것보다 어려워" 발언>( http://omn.kr/1sj4x ) 때문이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당 선대위 회의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비판하던 도중 "그린벨트 해제는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일이다. 남성을 여성으로, 여성을 남성으로 성별을 바꾸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말까지 있다"라고 발언했다. 이 말을 보도한 기사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란 비판이 예상된다"고 썼다.

김 최고위원은 집권 여당 지도부의 일원이다. 최고위원 중에서도 수석최고위원이다. 사석에서 흘러가듯 나온 실언도 아니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당의 공식 회의석상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는 상황이었다.

"이해가 안 돼요. 그 발언이 어떻게 성소수자 혐오로 이어지는지. '(그린벨트 해제가) 성별 바꾸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게 왜 혐오예요?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항간에 있었다는 말이잖아요."

수화기 너머의 그는 재차 "의원실에선 이게 왜 혐오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기사에 대해) 논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게 성소수자 혐오 발언인가요?"라는 전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곧장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 한 선배 기자가 즉답했다.

"어제(21일) 김은혜 대변인도 '꿀 먹은 벙어리'라고 했다가 비판 받자 논평을 수정했는데…"

그랬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21일 박영선 후보를 겨냥해 "3000원짜리 캔맥주, 만원짜리 티셔츠에는 '친일' 낙인 찍던 사람들이 정작 10억 원이 넘는 '야스쿠니 신사뷰' 아파트를 보유한 박 후보에게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라고 발언했다. 당장 장애인 혐오 발언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김 대변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지난해 8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가 장애인 비하 비판이 일자 '절름발이' 표현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다양성을 향한 지속 가능한 움직임(다움)' 활동가 창구(활동명)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김 최고위원의 해당 발언이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이라고 단언했다. 창구는 "트랜스젠더 개인의 생존을 위해 성별을 정정하는 일을 단순히 자본적 이익을 위한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일'(그린벨트 해제)에 비유해 작금의 현실에서 여전히 성별 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랜스젠더들에게 상처를 남겼다"면서 "민주당이 또 한번 성소수자의 삶에 대해 가볍게 입에 올렸다"라고 지적했다. 

창구 활동가는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다루고 혐오표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면서 "김 최고위원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공식 논평을 냈다. 정의당은 "성소수자 차별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해당 발언을 두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무지와 오만함, 그 자체"라고 혹평했다. 그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트랜스젠더가 겪는 어려움을 가볍게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트랜스젠더는 우리 곁에 있다"라며 "정치인의 역할은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고, 트랜스젠더 인권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트랜스젠더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내용과 함께 중요한 것, 타이밍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또 다른 선배 기자의 반응은 이랬다.

"최근 트랜스젠더들이 연이어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고, 사망의 배경에 편견과 사회적 차별이 있었는데… 이런 문제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걸 의원실에서 굳이 확인해주는군요."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의 문제의식도 이와 비슷했다. 최근 변희수(23) 하사, 김기홍(38)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등의 연이은 사망으로 트랜스젠더 인권이라는 한국 사회의 치부가 부각된 상황을 감안하면, 해당 발언이 더더욱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한채윤 활동가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굳이 그런 예를 들 필요가 없었다"라며 "더구나 그런 식의 발언이 하필 왜 지금 이 타이밍에 나왔는가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 활동가는 "현재 트랜스젠더 인권 문제는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돼 있고, 이로 인해 모두가 슬퍼하고 있다"라며 "정치인으로서 이를 전혀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 활동가는 "성별 정정이 어렵다는 것은 그렇게 가볍게 할 말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현재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슬픈 현실"이라고도 했다. 한 활동가는 "정치인으로서 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해가는 게 아니라, 성별 정정이 당연히 어렵고, 어려워야만 하는 일인 것처럼 말하는 건 대단히 무책임하다"라고 평가했다. 

"정치인의 혐오 표현은 더 넓고 빠르게 전파된다"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최근 성소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이를 애도하며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했다.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최근 성소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이를 애도하며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월 5일 발간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혐오표현 모니터링 보고서'(수행기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보면, 지난해 총선 선거운동 기간(2020년 4월 2일~4월 14일) 동안 집계된 혐오표현 총 92건 중 성소수자와 관련된 것이 25건으로 가장 많았다. 장애인(14건), 여성(13건) 관련 발언이 그 뒤를 이었다.

혐오표현 모니터링 보고서에는 혐오표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① 어떤 속성을 가진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함 ②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대상 집단이나 그 구성원을 모욕, 비하, 멸시, 위협하거나 그에 대한 차별, 폭력을 선전 선동함 ③ 대상 집단에 대한 물리적 공격이 아닌 언어 등을 사용한 언동 등의 기준, 또 혐오표현이 기존의 차별의식을 정당화 하거나 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가지는 경우 등의 요소들을 감안하여 혐오표현을 선별 분류했다"고 밝혀놨다.

인권위가 모니터링 보고서를 낼 만큼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각종 차별·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했던 김대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관악갑 후보, 세월호 텐트에 대한 막말로 파문을 일으킨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22일 하루만 해도 각종 '혐오·차별표현'이 튀어나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두고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보살피고 기르는 마음가짐, 딸의 심정으로 어르신을 돕는 그런 자세를 갖춘 후보"라고 한 것은 성역할 고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박 후보를 향해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라고 비난한 것 역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인권위 보고서 중 한 대목을 끝으로 붙인다.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의 혐오표현은 더 넓게 더 빠르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고 그 파급효과도 매우 크다. 또한 정치인의 혐오표현은 대상집단에 대한 불관용과 편견을 강화하여 대상집단 구성원의 혐오표현으로 인한 공포감을 더욱 현실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효과가 있으며, 정치인이 공인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는 자원이 더 많기 때문에 논의의 과정에서 혐오표현에 의한 왜곡의 가능성도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정치인 등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혐오표현에 대한 태도가 혐오표현을 확산시키거나 제어하는 것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또한 정치인의 경우 정책 결정과정에 직접적 행위자로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크다.

[관련 기사]
김종민, "그린벨트 해제, 성별 바꾸는 것보다 어려워" 발언 http://omn.kr/1sj4x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