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정규 시즌 60경기를 치르는데 그쳤던 메이저리그는 2021년에는 방역 지침이 확립된 가운데 정상적인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4월 2일(이하 한국 시각) 개막을 목표로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개막전에서 관중을 받겠다는 경기장도 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정상적인 개막 일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지난 해까지 맏형이었던 추신수(SSG 랜더스)가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FA 계약이 끝난 뒤 KBO리그로 떠났지만, 새롭게 맏형 역할을 이어 받게 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필두로 각자의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캠프는 메이저리그 신분이 보장된 40인 로스터 이외에도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나 일부 베테랑 선수들을 초청하여 함께 치른다. 시범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마이너리그 캠프로 이동하며, 개막 시점까지 26명을 남기는 방식이다.

벌써 77구 던진 류현진, 개막전 출격 준비 순조

류현진은 3월 22일 미국 플로리다 주 더니든의 블루제이스 스프링 캠프장에서 시뮬레이션 게임에 나섰다. 원래 블루제이스는 이 날 뉴욕 양키스와의 시범경기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류현진은 이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유는 찰리 몬토요 감독의 전략 때문이었다.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있는 블루제이스와 양키스는 이번 정규 시즌에서도 162경기 중 무려 19경기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같은 지구 상대 팀들에게 전력 노출을 숨기고자 류현진은 연습 경기에서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이 날 시범경기에서는 양키스의 에이스 게릿 콜이 선발로 등판하여 블루제이스 타선을 상대로 5이닝 8탈삼진 1실점의 투구를 선보였다. 이날 류현진과의 맞대결이 불발되어 아쉬울 만도 했지만, 사실상 개막전 선발이 유력한 류현진과 콜은 4월 2일 정규 시즌 개막전에서 맞대결 가능성이 높다.

자체 시뮬레이션 게임에 등판한 류현진은 5이닝 77구를 던졌다.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내줬지만, 탈삼진 5개를 잡아내면서 실점 없이 등판을 마쳤다. 류현진은 다음 등판에서 100구를 던지는 것을 목표로 컨디션을 끌어 올릴 예정이지만 시범경기에 등판할 지 자체 시뮬레이션 게임에 등판할 지 알려지지는 않았다.

초청 선수 양현종, 5년 전 이대호의 기적을 재현할까

한편 텍사스 레인저스의 초청 선수 자격으로 스프링 캠프를 치르고 있는 양현종은 자력으로 캠프에서 생존하고 있다. 양현종은 아직까지 선발로 등판하지 않았지만, 경기 중후반에 등판하여 점점 투구수를 늘려가고 있다.

양현종의 최근 등판은 3월 20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시범경기였다. 이 날 양현종은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3이닝 3피안타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는데, 3이닝을 던지는 동안 투구수가 37구에 불과했을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함께 스프링 캠프를 치르는 일본인 선발투수 아리하라 고헤이는 22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연습 경기에 등판했다. 연습 경기의 특성을 감안하여 투구수에 따라 이닝을 일찍 마무리하기도 했기 때문에 기록은 4.1이닝이었지만 실제 아웃 카운트는 7개만 잡았다.

문제는 이 아웃 카운트 7개를 잡는 동안 아리하라의 투구가 불안했다는 점이다. 1회에만 볼넷을 3개나 허용하는 등 4볼넷 2사구를 내주는 등 안정적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1회에 3볼넷 1사구를 허용한 뒤 잠시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2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면서 아웃 카운트는 7개만 기록된 것이다.

아웃 카운트 7개를 잡는 동안 아리하라는 무려 5점을 내줬다. 몸의 밸런스, 팔의 움직임 등의 동작도 불안했고, 동작이 불안하니 구위와 제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레인저스는 카일 깁슨을 제외하고 최근 4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던 투수들이 모두 흔들리면서 올 시즌에 대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레인저스에서 선발 로테이션이 확정된 투수는 깁슨(우), 아리하라(우), 마이크 폴티네비치(우) 3명 정도다. 1997년 생의 젊은 왼손 투수 콜비 알라드(좌), 1994년생의 대인 던닝(우)과 카일 코디(우) 그리고 테일러 헌(좌) 등과 더불어 양현종(좌) 등이 나머지 로테이션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서도 양현종에 대해서 비교적 좋게 평가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사실 스프링 캠프에서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26인의 자리에 들어간다는 것은 부상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소 20명 이상은 정해진 상태에서 캠프를 시작한다.

초청 선수의 신분으로 개막 로스터에 들어간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현실이라는 뜻이다. 물론 뛰어난 기량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는 베테랑 선수들이 가끔 나오는 정도다.

한국인 선수들 중 초청 선수의 장벽을 뚫고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한 최근 사례로는 2016년의 이대호(당시 시애틀 매리너스)가 있다. 당시 이대호도 초청 선수로 스프링 캠프를 시작했으나 끝까지 생존했고, 결국 로스터에 포함되었다. 물론 컨디션 난조로 인해 한 차례 마이너리그 옵션이 적용되기는 했지만 일시적 조절이었다.

일단 양현종이 주어진 기회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이대호의 사례처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할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투수들에게 최소 3타자 이상을 상대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 만큼 이닝을 길게 던질 수 있다는 점은 생존에 있어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1할 대 타율도 위험한 김하성, 생존 여부 장담 못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고 있다. 22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렸던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루수 6번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아쉽게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이 날 에인절스의 선발투수는 일본인 투타 겸업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였다. 김하성은 2회 말 1사 첫 타석에서 오타니를 상대했지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4회 말 1사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오타니는 4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오랜만에 호투했으며, 타석에서도 2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김하성은 6회 말 1사 주자 1루 기회에서 들어선 세 번째 타석에서는 타이 버트레이에게 삼진을 당했고, 7회 초 대수비 에지 로사리오로 교체됐다.

이날까지 김하성의 시범경기 타율은 0.103(29타수 3안타)으로 더욱 떨어졌다. 다음 경기에서도 2타수 이상 무안타가 이어질 경우 김하성의 타율은 1할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김하성에게 있어서 불안한 요소는 2021년 첫 시즌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윤석민(은퇴)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뒤 한 시즌을 통째로 트리플A에서만 보냈고, 이후 40인 로스터에서도 제외되자 바로 KBO리그에서 FA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다.

김현수(현 LG 트윈스)의 경우는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었기에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어떻게든 진입을 했다. 그리고 당시 플래툰 경쟁 상대였던 조이 리카드(좌투우타, 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부진하면서 4월 말부터 기회를 늘렸다.

물론 4년 2800만 달러가 최소 보장되어 있는 김하성은 2021년 파드리스 로스터에서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021년 171만 달러)보다도 연봉이 많은 고액 연봉 선수로 분류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가 건강하다면 기회를 우선적으로 얻는 비즈니스 세계이긴 하다.

이는 어느 정도 연봉을 받는 선수에게 있어 스프링 캠프는 시범경기 성적보다는 몸 상태가 더 중요한 시기로 여겨질 수 있다. 김하성이 큰 부상이 없을 때 어떻게든 백업으로라도 활용하지 않는다면 팀 입장에서는 고액 선수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제적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봉이 최소한의 보험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윤석민이나 박병호(현 키움 히어로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구단이 연봉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아예 양도 지명(Designed for Assignment)을 거쳐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과 최지만은 부상, 개막전 로스터 합류 불투명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지난 해와 달리 어느 정도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스프링 캠프를 시작했다. 일단 카디널스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왼손 투수의 가치가 희귀하기 때문에 김광현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2경기에 등판했지만 내용이 그렇게 좋지는 못했다. 그나마 첫 경기에서 39구, 두 번째 경기에서 48구를 던지는 등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에서의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긴 했다.

그런데 3월 14일 불펜에서 공을 던지다가 등에서 긴장 증세가 보였다. 김광현은 이 날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등판을 취소하고 휴식에 들어갔다. 김광현이 다음에 언제 등판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은 2020년 시즌을 마친 뒤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었다. 최지만은 245만 달러를 원했고, 레이스는 185만 달러를 원했으나 오프 시즌 동안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결국 연봉 조정 청문회까지 가서 최지만이 원했던 245만 달러를 받게 됐다.

최지만은 경쟁 선수들 중 일부가 팀을 떠나면서 레이스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다른 경쟁 선수들이 남아 있어서 아직 플래툰의 입지를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일단 최지만은 시범경기에서 한때 5할 타율까지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최지만은 무릎 염증으로 인하여 3월 14일부터 치료 중이다. 처음에는 회복까지 10일 정도를 예상했으나 현 시점에서 무릎 상태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레이스 측에서는 개막전까지 준비가 쉽지 않다고 예상하며 일단 최지만을 대체할 임시 1루수 자원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준과 배지환, 메이저리그 캠프 체험 후 마이너리그 이동

박효준은 2019년까지 뉴욕 양키스 산하 더블A에서 활약하다 2020년 트리플A로 승격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의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되었고, 2021년에는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초청을 받았다.

일단 박효준은 스프링 캠프가 끝나면 마이너리그로 가서 트리플A 시즌을 치르게 된다. 다만 40인 로스터에서 일시적으로 빈 자리가 생길 경우 임시로 출전할 수 있는 명단에 등재되어 아직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대기하고 있다.

박효준의 가장 큰 걸림돌은 1996년 생의 나이로, 병역 문제에 대하여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처럼 어느 정도 해결책을 생각해야 할 때다. 최지만은 일단 영주권을 확보하면서 만 37세까지 병역 계획을 미뤄 둔 상태다.

배지환은 피츠버그 파이리츠 초청 선수로 스프링 캠프를 시작했다. 배지환도 박효준과 마찬가지로 일단 마이너리그 로스터로 이관되었지만 임시 출전 명단에 등재되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대기하고 있다. 2019년 싱글A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아직 메이저리그 진입보다는 경험을 쌓기 위한 기회로 보인다.

여기까지 정리를 해 보면, 22일 현 시점에서 메이저리그에서 개막을 맞는 것이 확정된 선수는 류현진 1명이다. 김광현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고 최지만은 남은 마이너리그 옵션이 없기 때문에 부상이 회복된다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하겠지만 그 시점이 불투명하다.

김하성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고 양현종은 초청 선수 자격이기 때문에 두 선수는 캠프가 거의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박효준은 트리플A 첫 시즌이고 배지환은 더블A 첫 시즌이 예상되며, 상황에 따라 승격을 노려야 하는 입장이다.

만일 류현진 이외에도 김광현과 김하성, 양현종, 최지만까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하여 경기에 출전한다면 한국인 선수들의 경기를 시간대 별로 볼 수도 있다. 홈 연고지를 기준으로 류현진과 최지만이 먼저 경기를 시작하고, 김광현과 양현종이 다음 시간대를 맡으며 김하성의 경기까지 이어지는 식이다. 한국인 선수들이 국내 팬들에게 오전과 오후 시간대를 나눠 맡아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한국인선수근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