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23 18:55최종 업데이트 21.03.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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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능선이 싹뚝 잘려나갔다. 왜 그랬을까? ⓒ 최병성

 
산 능선이 싹둑 잘려나갔다. 지하로도 깊이 팠다. 생태축인 능선부까지 훼손됐다. 산을 잘라낸 바로 그 자리에 물류창고가 들어섰다. 줄지어 서있는 대형트럭들이 작은 개미처럼 보일만큼 거대한 물류창고다.
 

산을 잘라낸 자리에 거대한 물류창고가 들어섰다. ⓒ 최병성

 
숲을 훼손하고 들어선 물류창고.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드넓은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 한 장 없다.

경기도 용인의 또 다른 물류창고. 옆에 있는 4층 빌라가 초라하게 보일만큼 크다. 지붕이 엄청나게 넓다. 그러나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단 하나도 없다.
 

4층 빌라단지가 개미처럼 보일만큼 거대한 물류창고. 그러나 지붕 위에 태양광이 없다. ⓒ 최병성

 
최근 대형물류창고들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쇼핑 증가와 수송규모 확대에 따라 물류창고들이 대형화되고 있다.
 

급경사 산지에 자그마한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섰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 신병문 항공사진작가

 
경북 군위의 한 야산. 까만 벌레가 경사진 산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 태양광 벌레다. 저렇게 급경사진 산림에 작은 면적의 태양광이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산지 태양광보다 더 큰 면적의 지붕을 지닌 창고들이 속속 건축되고 있지만,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물류창고를 찾기 어렵다.

도심 안에 태양광을 설치하기 좋은 물류창고와 산업단지의 공장 지붕을 놔두고 도심에서 먼 곳의 산만 훼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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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한국처럼 안 한다

네덜란드의 한 물류창고다. PVH 유럽(PVH Europe)이 네덜란드 벤로에 위치한 첨단 창고·물류 센터에 태양광을 설치했다. 사용 전기의 100%를 태양광 발전 전기로 이용한다. 
 

네덜란드의 물류창고 지붕 위에 태양광이 가득하다. ⓒ Business Wire

 
세계적으로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라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캠페인이 한창이다. 2014년 뉴욕 기후주간에 처음 발족되어 구글·애플·GM·이케아 등 263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들이 동참했다.

글로벌기업들은 자발적으로 RE100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부품을 납품하는 해외업체들에게도 RE100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는 RE100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RE100에 가입한 이케아의 광명점 지붕이다. 태양광 발전시설로 가득하다. 그런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이케아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붕 위에 자동차만 주차되어 있다.
 

지붕 위에 태양광이 가득한 이케아 광명점과 태양광이 없는 이케아 용인점 ⓒ 최병성

 
태양광을 설치하기 좋은 국내 많은 창고 지붕들은 왜 다 텅 비어 있을까? RE100에 가입한 이케아가 광명점과는 달리 용인점과 고양점 지붕엔 왜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답은 간단하다. 국내 전기료가 싸고, 자가 발전에 대한 규정과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 소비 1위 기업의 수준

2030년 신재생에너지 20% 달성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 아래 오늘도 전국에서 산과 바다와 농지 훼손이 진행 중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광풍으로 인해 피눈물 흘리는 농민들의 아우성이 전국에 가득하다. 신재생에너지라면 이렇게 환경을 파괴하고, 농민들의 터전을 빼앗아도 아무 문제없는 것일까?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2030년 신재생에너지 20% 달성과 2050년 탄소 제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 있다. 그 해결책은 대한민국 전기 소비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2020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 중 <최근 10년간 용도별 전력 소비량 비중 추이>에 따르면, 산업용 53.8%, 상업용 32.7%, 그리고 주택용이 13.5%다.
 

한국의 전기 소비 구조를 알면 해결책이 나온다. 86%가 넘는 산업용과 상업용 전기 요금의 현실화와 전기 절약 대책이 없는 그린뉴딜은 결코 탄소제로를 이룰 수 없다. ⓒ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그동안 정부는 전기 소비가 늘어나는 여름철에 가정용 전기에 누진제로 비싼 전기요금을 부과하며 국민들에게 전기 절약을 강요해왔다. 그러나 주택용 전기는 전체 전기 소비량 중 13.5%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전기의 86.5%를 산업용과 상업용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들이 가정에서 전기를 절약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

요즘엔 아파트 베란다를 비롯하여 주택 지붕 위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쉽게 볼 수 있다. 비록 전기 소비량의 13.5%에 불과하지만, 작은 물방울이 모여 강물이 되듯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국민들의 참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이 소비하는 전기는 13.5%에 불과하지만, 지붕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주택들이 증가하고 있다. ⓒ 최병성

 
그렇다면 86.5%의 전기를 소비하는 기업들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 전력사용량 상위 20위 기업 중 몇몇 기업들을 돌아보았다.

국내 전기 소비 제1위인 현대제철의 인천공장이다.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수입한 고철을 녹여 철을 생산한다. 전기 값이 싸니 전기로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철을 만든다. 현대제철이 전기 소비 1위인 이유다. 그런데 그 넓은 공장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 하나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전기 소비 1위 기업인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면서도 지붕 위에 태양광이 없다. ⓒ 최병성

 
2012년 기준 전기 소비 제13위인 ㈜동국제강 지붕 위에도, 18위인 ㈜동부제철의 넓고 평평한 지붕 위에도 태양광 발전시설 하나 없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기업들의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찾아보기 어렵다. ⓒ 최병성

 
일본 도요타와 한국의 자동차 공장들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는 사용 전기의 45%를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이용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자동차 공장들은 어떨까? 광명시에 있는 기아자동차공장을 찾아가 보았다. 공장 지붕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었다. 그러나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찾을 수 없었다.
 

기아자동차 광명 공장. 드넓은 공장 지붕 위에 태양광을 찾아볼 수 없다. ⓒ 최병성

 
202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세계 10위(전망치)이고, 인구는 세계 27위다. 그런데 전기 사용량이 전 세계 6위다. 인구 1인당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세계 최고의 전기 소비 국가다. 국민이 전기 소비를 많이 해서가 아니다. 기업들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면서, 왜 공장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하지 않는 것일까? 전기료가 너무 싸기 때문이다. 전기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 태양광 시설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3년 한전 감사 결과, 적자 원인이 대기업에 값싼 전기를 공급해주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기업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해 한전이 입은 손해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5조 23억 원에 이른다. 제조업 등에서 OECD 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저렴한 전기를 과다하게 소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주요 원인이다.

2021년 현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국전력 홈페이지에서 수입과 지출 내역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막대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6.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해당된다. 일본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2021년 현재 20%로 문재인 정부 2030년의 목표치인 20%와 같다. OECD는 대한민국의 값싼 전기료가 신재생에너지를 가로막는 장애물임을 지적한 바 있다.

해결 방법 간단한데

탄소 제로 달성 방법은 지금처럼 산과 농지를 훼손하며 태양광, 풍력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탄소 제로로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첫째, 산업용 전기료의 현실화
둘째, 기업들의 대체에너지 의무화다.

외국과 같이 전기료가 현실화되면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전기 절약을 하게 되고 기업 스스로 태양광 등의 대체에너지를 설치하게 될 것이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연구원 원장은 지난 2월 26일 <서울비즈> 기고문에서 "현재의 우리나라 모든 전력을 태양광으로 생산한다면 400GW가 필요하다. 100GW는 별도의 토지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도시 건물과 시설물을 활용해 설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 중 '주요 발전원별 연도별 발전 추이'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20.1GW이고, 2030년 목표량이 58.0GW다. 또 2034년 77.8GW다. 임춘택 원장의 이야기와 같이 산과 바다와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도심 건축물 지붕만 이용해도 문재인 정부 2030년 목표치인 58.0GW 보다 더 많은 100GW의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지금처럼 산과 농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도심 건축물 지붕과 시설물만으로도 문재인의 2030 목표 20%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처럼 전기가 필요한 도심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더 많은 전기 생산 시설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빨리 만들 수 있다. 지금처럼 전국에서 벌어지는 산림의 환경 훼손도 발생하지 않고, 농민들의 농토를 빼앗을 이유도 없다.

발상의 전환

태양광·풍력 관계자들은 국내 공장 건축물들이 오래되어 태양광을 설치할 곳이 많지 않다며 산과 바다를 훼손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태양광을 그대로 지붕 위에 올리기 위해서는 건축물 구조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가볍고 효율 좋은 박막형 모듈 태양광(CIGS Flexible Thin Flim)일 경우, 무게가 가벼워 지붕 구조검사가 필요 없다. 부드럽고 잘 휘기 때문에 종합운동장 같은 곡면 지붕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가볍고 부드러운 박막형 태양광으로 주택용 지붕 위에 간단히 설치하고 있다. 곡면과 벽면 등 어떤 곳이든 설치가 가능하다. ⓒ 최병성. BIPV Korea

 
건축물 지붕에만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게 아니다. 건축물의 수직 벽면에도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다. 최근 국내 A사는 서울시 염창동 청년주택의 한쪽 벽면에 태양광을 설치했다. 햇빛이 잘 드는 남향이 아니라, 햇빛이 들지 않는 서향이다.
 

서울 염창동의 서울시 청년주택의 서쪽 수직벽면에 태양광이 설치되었다. (좌) 설치 중인 모습 (우) 완공된 모습. ⓒ BiPVKorea

 
지붕 위에 경사각 30도의 태양광 효율을 100%로 계산할 경우, 남향 수직벽면이 65%의 발전량을 보인다. 염창동의 청년주택 벽면 태양광은 빛이 들지 않는 서향 수직벽면임에도 불구하고 52%의 발전량을 나타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산과 바다와 농지의 소중함과 태양광 설치를 위한 토지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면, 도심 건축물의 동서남북 모든 벽면에 태양광 설치를 하여 태양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에는 벽면까지 태양광으로 가득 채운 고층빌딩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태양의 도시로 가기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산과 바다를 훼손하고, 농지를 잠식하는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수직벽면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중국의 고층빌딩들. ⓒ BiPVKorea

 
도심 건축물의 지붕과 벽면뿐만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고속도로 평균밀도의 7배일만큼 고속도로가 많다. 전국에 10만 km가 넘는 도로와 3300km에 이르는 철도변의 유휴지와 지붕을 이용하면, 산과 바다를 훼손할 이유가 없고 농지를 잠식하는 태양광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태양광 패널의 전기 효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을 건축물 디자인에 응용하는 곳도 늘고 있고, 심지어 투명 유리 태양광 기술도 개발되었다. 도심 건축물 전체가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의 도시'로 거듭날 수도 있다. 진짜 그린뉴딜은 바로 이것이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 육성하여 상용화를 앞당겨 세계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예방한다며 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전국의 산과 바다의 환경을 훼손하고 농지 잠식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하려는 이유는 기후위기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도심의 건축물과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의 공장 지붕을 나두고 산림과 농촌을 파괴하는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은 결코 탄소 제로도 이룰 수 없고, 국민들의 동의도 받을 수 없다. ⓒ 신병문 항공사진작가

 
그런데 잘 따져보자. 오늘 대한민국 탄소 발생의 주된 요인은 값싼 전기를 펑펑 소비하는 기업들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드넓은 공장 지붕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그냥 버리고 있다. 심지어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미명 아래 전국의 산과 바다와 농지를 훼손하며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전기 소비의 주범은 기업들인데 '전기료 인상과 대체에너지 의무화'라는 신재생에너지 자구책 마련은 없고, 오히려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이로 인해 산과 바다가 파괴되고, 농민들은 농토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서 멈추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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