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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16일) 오후, 요즘 내가 며칠간 집에 있음을 알고 있는 친정 언니가 전화했다. 오랜만에 북한산에 가자는 거였다. 잠시 망설이는 것을 눈치챘는지 덧붙인다. "평일이니까 사람들이 많지 않을 거야."

칠남매 중 특히 마음이 맞아 친정과 관련된 것들을 가장 많이 의논하곤 하던 언니다. 그러다 보니 의기투합해 친정 일을 하러 가는 것은 물론 종종 산행과 당일치기 여행을 함께했다.

언니는 돌아오는 5월에 귀향할 계획이다. 결혼하지 않은 조카 둘끼리 살도록 두고, 혼자 계신 엄마와 함께 살고자 40년 가까운 도시 생활을 접기로 한 것이다. 언니가 엄마와 살겠다니 백번 천번 반갑고 고마운 일인데, 여행이나 산행을 함께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생각에 막연히 아쉬워지곤 했었다.

이런지라 선뜻 마음 내키지 않았지만 함께 가자 약속했던 것이니, 저녁 밥상에서 그에 관해 가족들에게 미리 알렸다. 그러자 남편과 딸은 이렇게 반응했다.

"기어이 가기로 한 거야?"
"정말 가려고? 갈 수 있겠어?"


사실 남편과 딸의 반응은 당연하다. 설 연휴 남편과 딸,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산행하며 겪은 일 때문이다.  

마스크 안 쓰고 산행, 턱스크도 다수

설 연휴 며칠 전, 딸이 하루쯤 가족끼리 산행하자고 했다. 나는 2009년 무렵부터 산행을 즐겼다. 예전부터 딸과도 산행을 몇 번 했었는데 최근 3~4년 나나 딸이나 바빠 산행을 못 했다. 그러던 중 딸이 먼저 제안해 반가웠다.

남편과의 산행도 2년 만이다. 특히 남편과 딸이 함께 산행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지난 한 해 여행다운 여행을 못 한 터라 우린 모처럼의 산행에 다소 들떠 있었다. 
   
그날 우리는 구기동에서 출발해 승가사를 거쳐 사모바위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혹시 모르니까 여분의 마스크도 챙겨야겠지? 산에서는 걸려 찢길 가능성도 있잖아."
"그렇지. 소독젤도 가져갈까?"


이렇게 준비해 가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여분의 마스크도 챙겼다.

그러나 산에서 만나는 사람 세 명 중 한 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거나 '턱스크'(턱에 마스크를 걸쳐 쓰는 행위)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도 모자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였다. 연휴라서 그런지 사람이 참 많았다. 인파를 피한다고 가던 길을 멈추고 등지고 섰다 가기 일쑤. 그런 그들이 마주 오는 것이 두려웠다. 나중엔 어서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마스크 쓰지 않고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더러 접하긴 했다. 지난해 여름 어느 날, 산행 갔던 남편이 돌아와 산에 사람이 너무 많아 당분간 가지 말아야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천천히 가더라도 마스크를 써야 하지 않을까
 
설날 연휴 셋째날인 2월 13일 북한산 사모바위 일원 코로나19 방역관련 안내문 일부. 이런 안내문은 산행 내내 질리도록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질릴 정도로 많았다. 사모바위 인근 여러 사람이 앉아 쉴 수 있는 넓은 공간에는 출입금지를 표시해 놓았다. 그럼에도 어기고 모여 앉아 쉬는 사람들도 간혹 보였다.
 설날 연휴 셋째날인 2월 13일 북한산 사모바위 일원 코로나19 방역관련 안내문 일부. 이런 안내문은 산행 내내 질리도록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질릴 정도로 많았다. 사모바위 인근 여러 사람이 앉아 쉴 수 있는 넓은 공간에는 출입금지를 표시해 놓았다. 그럼에도 어기고 모여 앉아 쉬는 사람들도 간혹 보였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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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부터 새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등 실내다중이용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등산이나 공원 산책처럼 야외에서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한 경우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는 아니다. 하지만 등산객이 많은 주말이나 연휴, 거리두기가 어려운 코스 등에서는 만일을 대비해 마스크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등산로 입구에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안내판이 있었다.

게다가 설 이후 확산을 막고자 5인 이상 집합금지 등의 방역수칙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이제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그래서 산에도 마스크 쓰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 하고 갔는데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했다. 

이런지라 자연스럽게 집을 나서며 했던 "이렇게 자주 산행하자"의 약속은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산에는 오지 말자"로 바뀌었다. 그런 내가, 그것도 그날 가장 불안해 했던 내가 산에 가겠다니 남편과 딸이 그리 반응한 것이다.
   
지난 18일 산행 당시 사진. 평일이라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지 않았거나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있었다.
 지난 18일 산행 당시 사진. 평일이라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지 않았거나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있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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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계곡 넓은 산행로에 설치돼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설치물과 안내문. 외에도 코로나19 방역관련 안내문들이 자주 보였다. 사진은 지난 18일.
 북한산 계곡 넓은 산행로에 설치돼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설치물과 안내문. 외에도 코로나19 방역관련 안내문들이 자주 보였다. 사진은 지난 18일.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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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친정 언니와 함께 목요일(18일) 산행에 나섰다. 이번엔 다른 코스로 갔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산행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좋았다. 그래도 불편했다. 일부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스크인 사람들이 여전히 있어서였다. 게다가 흩어져 가지만 5인 이상의 단체 산행으로 의심되는 무리도 있었다.

코로나19 국내 유행 초기,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에 '마스크를 쓰면 호흡이 가빠져서 힘들다'는 댓글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마스크를 쓰고 좀 천천히 가는 방법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무리해서까지 힘든 코스 가지 말고, 마스크를 쓰고서도 힘들지 않을 완만한 곳으로 가거나.'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태그:#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 #깽깽이풀꽃, #제비꽃, #북한산 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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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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