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방탄소년단(BTS)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의 첫번째 그래미 수상 도전은 아쉽지만 불발됐다.​

​15일 거행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BTS가 후보로 이름을 올린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Rain On Me'가 수상했다. 

​한국가수뿐만 아니라 아시아 출신 음악인으로는 처음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8월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에 오른 'Dynamite'로 도전에 나섰지만 팝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수상한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역시 지난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으며 미국 빌보드지, 영국 가디언지 선정 올해의 노래 1위에도 선정되면서 일찌감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방탄소년단이 이번에 후보자로 경합을 벌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과거 '베스트 팝 컬래버레이션 위드 보컬'(1995~2011), '베스트 팝 퍼포먼스 바이 듀오/그룹 위드 보컬'(1966~2011), '베스트 팝 인스트루멘탈 퍼포먼스'(1969~2011) 등 3개 개별 상을 통합해 지난 2012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즉, 각자 따로 활동하던 음악인들이 일시적인 합작으로 발표한 노래, BTS나 마룬5처럼 원래 고정적인 단체팀들이 발표한 노래, 팝 연주곡에 대해 이뤄지던 시상을 하나로 묶은 셈이다.

BTS, 희망을 쏜 후보 지명 및 단독 무대
 
 방탄소년단(BTS)

방탄소년단(BTS)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수상의 기쁨을 누리진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시상식에서 'Dynamite로 단독 무대를 펼치는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동양인 가수로는 보기 드물게 팝 장르 중요 부문에 후보 지명을 받았고 각국에 생중계되는 축하 공연도 성공적으로 펼치는 등 지난해의 맹활약을 미국 주류 음악계로 부터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한국 출신 음악인으로는 소프라노 조수미,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 등이 클래식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으며, 이번 63회에선 한국계 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이 트로피를 받는 등 비 팝 분야 중심으로만 후보 및 수상자로 선정되어 왔다. 

​오랜 기간 그래미는 특유의 보수성으로 인해 '백인 음악인들의 잔치'라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특히 올해 행사에선 지난해 'Blinding Lights'로 팝 음악계를 석권한 위켄드를 후보 지명부터 배제하면서 큰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밖에 비욘세, 저스틴 비버 등 스타 음악인들도 불참을 선언하는 등 여전히 반쪽 짜리 축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다소 혼란스런 상황에 지속되고 있지만 미국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방탄소년단은 스스로의 힘으로 바늘 구멍 같은 그래미의 문을 두드리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확실한 인지도와 인기, 음악성까지 두루 갖추면서 당당히 세계적인 팝스타로 성장한 만큼 이번 63회 시상식을 계기로 BTS는 훗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비록 상을 받지 못했지만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공식 트위터, 위버스 커뮤니티 등에 "아미 사랑해 알러뷰(I love you)", "올해 더 열심히 달립시다!", "Watch out for the performance!" 등의 글을 남기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보수 성향 논란 여전했지만... 흑인, 여성 음악인 강세 ​
 
 허(H.E.R)의 싱글 'I Can't Breathe' 표지.  빌보드 차트 등 상업적으론 주목받지 못했지만 BLM 목소리를 담으며 그래미 '올해의 노래'에 선정되었다.

허(H.E.R)의 싱글 'I Can't Breathe' 표지. 빌보드 차트 등 상업적으론 주목받지 못했지만 BLM 목소리를 담으며 그래미 '올해의 노래'에 선정되었다. ⓒ 소니뮤직코리아

 
한편 이번 63회 그래미 시상식에선 흑인, 여성들이 중요 부문을 차지하면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데뷔와 동시에 전 세계 음악 팬들을 사로 잡았던 빌리 아일리시는 'Everything I Wanted'로 '올해의 레코드' 부문 2연패에 성공했다. '올해의 음반' 에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 Folklore >, '올해의 노래'로는 허(H.E.R.)의 'I Can't Breathe', 신인상에는 메간 디 스탤리온이 선정되는 등 본상 4개 부문이 모두 여성 음악인들이 휩쓰는 돌풍을 연출했다.  

​특히 허(H.E.R.)의 수상은 파격에 가까울 만큼 이변으로 손꼽을 만했다. 음악성을 중요시 여기는 시상식이라지만 다수의 수상작들은 대부분 상업적인 성공(빌보드 순위 상위권)을 거둔 곡, 음반들 위주로 선정이 되어왔다. 올해 역시 4관왕을 차지한 비욘세를 비롯해서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해리 스타일스 등 톱스타들이 대거 트로피를 차지한 데 반해 허는 그에 비하면 인기나 인지도 면에서 다소 부족한 인물이었다. 피처링 싱글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빌보드 싱글 차트 4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었고 국내에서도 일부 마니아들 외엔 미지의 존재와 다름 없었다.

​'I Can't Breathe' 역시 빌보드 R&B 차트에 진입했을 뿐 상업적인 인기곡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가 죽기 직전 했던 말을 제목으로 정하면서 BLM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메시지를 적극 담아내는 등 미국 사회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 공로를 인정받게 되었다. 이와 함께 래퍼 릴 베이비가 꾸민 축하 공연에선 경찰에게 사살되는 흑인의 장면을 재연하는 등 저항의 목소리가가 올해 그래미 시상식을 지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방탄소년단 BTS 그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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