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FC 서울 기성용(오른쪽)이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를 앞에 두고 공 줄 곳을 찾는 순간

전반전, FC 서울 기성용(오른쪽)이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를 앞에 두고 공 줄 곳을 찾는 순간 ⓒ 심재철

 
축구 게임 꽉 찬 90분이 15초밖에 남지 않은 순간 믿기 힘든 극장 골이 들어가면서 더비 매치 어웨이 팀이 활짝 웃었다. 마침 그 주인공은 전 소속 팀으로 돌아와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기성용이었다. 발등에 묵직하게 맞은 중거리 슛 궤적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듯했지만 바로 앞에서 이 슛을 막으려는 상대 선수 몸에 맞고 방향이 반대로 바뀌며 골문으로 빨려들어간 행운의 골이었다. 이 결승골 하나만으로도 FC 서울은 '잘 되는 날'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박진섭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이 13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원 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종료 직전 터진 기성용의 극장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5위(6점 2승 2패 4득점 3실점)까지 뛰어올라 상위권을 넘볼 수 있게 됐다.

송시우의 퇴장, 그리고 극장 골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번 시즌 홈에서 열린 두 게임 모두 제한된 허용 관중 수 1930석을 모두 채우는 기분 좋은 기록을 이어갔다. 일주일 전 대구 FC와의 첫 홈 게임을 2-1로 이겨 이전 시즌들과는 사뭇 다른 출발에 들뜨기도 했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 일을 그르치기도 하며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축구임을 실감하고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이상한 기운이 게임 시작 후 20분만에 일어났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키다리 골잡이 김현이 프리 헤더로 골문을 직접 겨냥한 순간 상대 팀 수비수나 골키퍼가 아닌 동료가 그 슛을 가로막았다. 세컨드 볼을 따내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던 송시우였다. 분명 일부러 막은 것은 아니지만 김현으로서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첫 골을 터뜨릴 수 있는 궤적이었기에 몹시 아쉬워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의 왼발 슛을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과 수비수들이 몸을 날려 막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의 왼발 슛을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과 수비수들이 몸을 날려 막는 순간 ⓒ 심재철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안 되는 날이라는 느낌은 후반전 중반에 더 이어졌다. 72분 오반석의 크로스를 받은 김현이 헤더 패스로 공을 떨어뜨렸을 때 이번에는 송시우가 제대로 세컨드 볼을 확보했다. 그리고 측면으로 드리블하여 날카로운 왼발 슛까지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양한빈과 수비수 둘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그 슛을 막아냈다.

여기서 굴절된 공이 반대편으로 포물선을 그릴 때 인천 유나이티드 후반전 교체 선수 아길라르의 헤더 슛이 나왔지만 이것도 오른쪽 기둥에 맞고 나가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3분 뒤 악몽의 레드 카드에 휘청거렸다. 송시우가 공을 따내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가 FC 서울 수비수 황현수를 왼쪽 팔꿈치로 때리는 바람에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온 필드 뷰 절차를 거쳐 퇴장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사실 FC 서울에게도 불운의 순간이 이어졌다. 85분에 교체 선수 박주영의 오른발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시원하게 통과하여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었지만 김종혁 주심은 제2부심에게 달려가면서 득점 판정을 잠시 미뤘다. 박주영의 오른발 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 앞에 기성용이 서 있었던 것을 두 심판이 숙고한 것이다. 기성용은 그 슛 궤적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몸을 돌려 피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두 번째 세이브 동작을 방해한 것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 사이드로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경전'이라 불리는 이 더비 매치의 승리 팀은 마지막 순간 어웨이 팀 FC 서울로 찍혔다. 89분 45초에 골 라인을 통과한 극장 골이었다. FC 서울 오른쪽 얼리 크로스를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가 걷어냈고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스마르가 감각적인 왼발 원 터치 패스로 중거리슛 기회를 열어줬다. 여기서 기성용의 묵직한 오른발 중거리슛이 터져나왔다. 슛 각도가 왼쪽으로 치우쳐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날 것 같은 순간이었지만 바로 앞에서 몸을 내던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문지환의 다리에 맞고 굴절되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골키퍼 이태희도 손을 쓸 수 없는 결승골이었다.
 
 89분 45초, 기성용(흰색 유니폼 8번)의 오른발 슛이 극장 골로 굴절되어 들어간 순간

89분 45초, 기성용(흰색 유니폼 8번)의 오른발 슛이 극장 골로 굴절되어 들어간 순간 ⓒ 심재철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추가 시간이 다 끝날 때까지 따라붙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스테판 무고사의 빈 자리만 커 보일 뿐이었다. 이제 두 팀은 시즌 두 번째 주중 홈 게임으로 5라운드를 준비한다. 17일(수) 오후 7시 30분 FC 서울은 박진섭 감독의 전 소속 팀 광주 FC를 상암으로 불러들이고,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같은 시간에 수원 FC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불러온다.

2021 K리그 1 결과(13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FC 서울 [득점 : 기성용(90분,도움-오스마르)]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송시우(76분-퇴장), 김현, 구본철(46분↔네게바)
MF : 김도혁(68분↔아길라르), 문지환, 김준범(87분↔델브리지)
DF : 오재석, 김광석, 오반석, 김준엽
GK : 이태희 

FC 서울 선수들
FW : 나상호
AMF : 박정빈(68분↔정한민), 팔로세비치(90+3분↔홍준호), 조영욱(55분↔박주영)
DMF : 오스마르, 기성용
DF : 고광민, 김원균, 황현수, 윤종규(55분↔김진야)
GK : 양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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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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