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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이 결정된 지난 2014년 12월 19일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굳은 표정으로 압장을 발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전 의원.
▲ 의원직 상실한 진보당 의원단 통합진보당 해산이 결정된 지난 2014년 12월 19일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굳은 표정으로 압장을 발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전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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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기사: 통합진보당 근무했던 내가 퇴직금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 http://omn.kr/1eode)

지난 2월 16일, 통합진보당 퇴직금 소송 항소심 선고날. 쟁점은 10개가 넘었지만 판결은 단순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더라도 당직자들 퇴직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해산은 형벌이 아니므로 해산절차는 민법상 청산절차에 따라야 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밀린 퇴직금을 주고 잔여 재산을 국고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연구원의 퇴직금은 해산되기 1년 전에 중간정산이 되어 소액이었다. 하지만 '피고' 대한민국의 변명은 구차하였다. 정부의 정당보조금 반환청구권이 해산된 정당의 당직자가 받아야 할 퇴직금 청구권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퇴직금은 세금이나 심지어 벌금보다 우선하는 채권이므로 말이 안 되는 논리였다.

그러자 정부는 연구원들이 보너스를 받았는데, 이게 사실상 퇴직금이므로 정부는 퇴직금을 이미 다 주었다고 주장하였다. 일단 보너스는 연구원들이 밤늦게까지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 대응하느라 고생했기 때문에 준 것이었다. 특별 근로에 대한 보상이었지 퇴직금이 아니었다.

법원, 퇴직금과 중간정산에 대한 노사합의를 부정하고 퇴직금을 감액

판결에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빨갱이 정당' 당직자에겐 퇴직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대한민국의 논리가 수용되지 않은 점에 만족하고 상고를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사가 합의한 퇴직금 액수를 부정하고 삭감하였다. 보너스가 특별노동에 대한 보상이 아니므로 퇴직금 산정의 평균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중간정산을 하면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산정의 기산점을 입사 시기가 아닌 중간정산 시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너스 쟁점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사측의 사정으로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 노동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기산점을 입사 시기로 유지하기로 한 합의를 부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또한 재판부는 노사가 합의하여 작성한 공정증서의 효력도 부정하였다. 

빨갱이에겐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수구보수 정부와 언론

어쨌든 3차례의 행정민원, 2차례의 행정심판, 가처분과 가압류, 행정소송, 민사소송을 통해 7년 만에 사건이 해결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당시 수구보수 정부와 냉전구도에 찌든 일부 언론들은 통합진보당 당직자에게 임금은 물론 한 푼도 남기면 안된다는 독설을 쏟아냈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통합진보당의 잔여재산을 최대한 많이 몰수 해야 했다. 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러한 보수여론에 무비판적으로 굴복했다고 생각한다. 담당 직원을 수차례 면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방문하였지만 막무가내로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였다. 

이번 판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가 위법한 것으로 판명났으나 책임 있는 자에게 합당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통합진보당 해산은 야권연대를 깨기 위한 공안기획

통합진보당 해산은 본인의 저서에서 밝혔듯이 박근혜 대통령이 수구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고, 보수적인 언론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정권에 놀아난 것이라 본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야권단일후보를 추진하여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수구보수정당을 위협하였다. 2012년 대선에서도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TV토론회 등에서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구보수세력은 진보정당과 중도정당의 연대를 깰 필요가 있었고 진보정당에게 빨갱이 낙인을 찍어 중도정당과 분리하는 공작정치를 진행했다. 이런 공작정치는 야권연대가 활발하던 2009년 재보궐선거 당시 구상되었다가 2010년 지방선거 직후 실제로 추진되었다.

통합진보당 자체의 부적절한 언동이 해산 공작에 악용돼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면서 민주당과의 연대를 가속화하자 공안기관이 중심이 되어 민주노동당 핵심 인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기획수사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근본적인 배경은 통합진보당 자체가 부정선거 시비와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그리고 당 내 일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동으로 인해 통합진보당이 민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당을 국가권력으로 강제해산한다는 것이 상식에 반하지만, 통합진보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면 박근혜 정권이라도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진보적 가치가 아무리 고결하다고 해도 그 내용이나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이 상식에 반한다면 그러한 진보는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진정한 진보정당이 다시 출현한다면 그러한 진보는 상식에 맞는 내용과 방식에 따르길 바란다.

물론 그 상식은 수구보수정권과 냉전논리에 찌든 언론이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왜곡된 상식은 아니다.

태그:#통합진보당해산, #헌법재판소, #퇴직금중간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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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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