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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생존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추구할 권리보장을 외치며 다양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과 노력, 여성들의 적극적인 연대로 우리 사회는 조금씩 평등으로 전진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여전히 여성들은 위기 때마다 고용시장에서 가장 밀려나기 쉬운 취약 계층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은 지난해보다 43% 급증했다.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자살 시도자는 15,090명으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했는데, 이 중 20대 여성 자살시도자가 가장 많았고, 최근 5년간 우울증·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1020세대는 2배로 급증했다. 정부에서는 2030 여성을 '자살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대책을 고심하는 등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아직 살아가야하는 수많은 날들을 앞둔 2030여성들은 왜 생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20대를 지나 현재 30대를 겪고 있는,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있는 나의 삶을 돌아보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현실이 낯설지만은 않다. 나를 비롯한 주변의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유례없는 취업난에 그나마 주어진 일자리에 감사하며,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수 있는 미래를 꿈꾸면서 혹독한 사회생활을 악착같이 견뎠지만, 그 결과는 무기계약직 전환이었다. 여성청년들에게 정규직 문턱은 높았고, 그 문턱까지 가기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했다.

어렵사리 정규직이 되어도 사정이 나아졌다고 말 할 수도 없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이라 경력이 없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고, 결혼과 출산을 할 수도 있어서 채용과정에서 배제되고,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경력이 단절된다. 채용이 되어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치가 무색하게 저임금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물가는 치솟는데 최저임금 상승률은 제자리라 매년도 임금명세서는 그대로이다. 나의 노동으로 내 집 마련, 안정적인 노후를 꿈꾸기는커녕, 당장에 내 한 몸을 건사하는 것 마저 쉽지 않다. 대부분 학자금 대출 원금상환, 대출이자 등 갚아야 하는 빚이 있다 보니 1년도 내다보지 못하고 하루하루 생존에만 치중하며 살고 있다. N포 세대, 이생망 등 절망적 단어만이 우리의 삶을 대변해줄 수 있는 시대이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었고, 특히나 여성노동자들은 제일 먼저 해고가 되었다. 그리고 구직과 이직 사이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일하기를 포기하는 여성청년들이 많아졌다. 2030 여성들은 교육과 스펙을 쌓고도 취업과 일터, 사회에서 여전히 남녀차별의 강고한 벽에 부딪히고 있다. 출발선이 이미 불평등하여 평생을 일해도 격차를 극복하기가 힘들다는 좌절감이 제일 먼저 느껴지는 사회에서 살아갈 용기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이 든다.

정부는 2030 여성의 자살 급증이 사회적 고립감, 고용불안, 돌봄 부담 누적 등을 원인으로 보고 여성 자살 예방 상담 강화, 심리안정을 위한 모임과 활동 지원, 청년 여성·프리랜서 발굴 및 지원, 경력단절 여성 인턴제 확대, 방문 돌봄·공동육아 지원 등 대책을 냈다. 그간 조용한 학살이라 불리며 침묵으로 묵인되었던 여성들의 죽음이 사회문제로 드러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일단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일련의 대책과 정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여성청년들이 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회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출 때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청년여성의 삶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공감대를 확대하는 등 여성을 동등한 사회구성원 그리고 노동시장의 참여자로 인지하는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호트 효과'라는 것이 있다. 코호트는 기본적으로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역사적 경험이나 사회화 과정에서 같은 경험을 겪는 세대를 지칭한다. 현재 2030 여성의 자살문제는 극심한 입시경쟁, 고용과 소득 격차, 교육 수준 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 사회적 상처가 있는 여성청년세대의 코호트효과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과 사회적 문제라는 것이다. 이 세대는 노년이 되었을 때 자살률이 현재보다 더 급증한다는 참으로 씁쓸하고 삶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30 여성청년노동자들의 박탈감과 불행이 고령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청년들이 스스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인식하고 낡은 사회적 관념들을 깨부수고 바꿔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줘야 하고, 서로 돕고 연대하는 장을 만들어주어야 하며, 이를 사회적으로 뒷받침해야한 한다.

여성청년노동자들이 생존의 수단뿐만 아니라 꿈과 자아실현으로써 노동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성청년들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어디서도 차별받지 않고, 존엄한 존재로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절망과 시련이 있다해도 한 켠에는 희망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길, 그래서 나를 비롯한 여성청년노동자들의 죽음보다 삶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안산청년행동 더함 임윤희 대표입니다.

* 113주년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안산여성노동자회는 매주 코로나19 이후 현장에서 발생하고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이슈화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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