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12 07:38최종 업데이트 21.03.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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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발산근린공원에서 서울도시주택공사(SH) 마곡지구 분양원가 인상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시 방침(재건축·재개발 규제)을 바꿀 수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일 <한국일보> 인터뷰(3월 8일 보도, 오세훈 "시장 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 확 푼다")에서 한 발언이다. 오 후보는 "영등포구 여의도,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강남구 압구정동, 강남구 대치동, 광진구 자양동 등의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재개발을 풀면 5만~8만 호 물량이 공급된다"면서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검증 대상] 오세훈 "취임 1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 푼다" 발언

이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이경선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푼다구요?"라며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현재 주택공급량을 바꾸려면 기본 계획의 35층 제한과 용적률 제한을 풀어야 하고, 추가로 용적률을 대폭 완화하는 사항은 조례 개정이 필요하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재건축사업계획이 확정되는데"라면서 "기본 계획 변경과 조례 변경은 시의회 동의와 의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은 전체 의석 110석 가운데 절대 다수인 101석을 차지하고 있다. 

과연 오세훈 후보 말대로 일주일 안에 도시계획위원회만 열면 서울시 방침을 바꿔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까? 부동산 및 도시계획 전문가와 서울시 등에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3년 전 김문수 후보도 "취임 첫날 도장 찍겠다"고 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재개발·재건축 카드를 꺼내든 건 오세훈 후보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6.4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문수 후보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취임 첫날 묵혀 있던 재개발, 재건축 도장을 찍어드리겠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오마이뉴스> 팩트체크 결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전까지 과정만 최소 90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 [팩트체크] 김문수의 재개발 도장 찍기, 취임 첫날 가능할까? http://omn.kr/ri6l)

오세훈 후보도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방침을 바꾸려면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야 하고 심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 난관이 적지 않다.

우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아래 도계위)는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과 관련된 사안을 심의하고 자문하는 기구로, 서울시의 일방적인 정비 사업 계획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장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얘기다.

3월 현재 도계위는 위원장인 행정2부시장(임명직)을 비롯한 시 공무원은 4명뿐이고 시의원 5명, 구청장 1명, 각 분야 외부 전문가 20명 등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심의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재적위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 위원 과반이 동의해야 하는데, 취임 1주일 안에 이들을 설득시키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 도시계획과에 따르면, 관련 조례에는 서울시장이 위원들을 위촉하게 돼 있지만, 위원 선정은 외부 위원들이 논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 또 외부 위원들은 2년 임기제(중임 가능)여서 서울시장이 바뀐다고 모두 교체되는 것도 아니고, 현재 도계위에 속한 시의원 5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도 국민의힘 소속 오 후보에겐 걸림돌이다.

"도시계획위원들은 '거수기' 아냐... 전문가 집단에 모욕적 발언"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도계위는) 민간 전문가들도 많고 그들의 의견도 다 다르기 때문에 시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도시계획위원들은 시장의 '거수기'가 아니다"라며 "(1주 만에 재건축·재개발 방침을 바꿀 수 있다는 발언은) 전문가 집단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소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행 인가를 내는 주체는 구청인데, 지금 구청장과 주민, 조합들 생각이 다 다르다"면서 "서울시 도계위에서 모든 것을 다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조합 설립도 안 된 곳이 상당수라며 동의를 얻어 절차를 진행하기까지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취임 1주일 안에 도계위를 열 수는 있겠지만 올라온 계획안을 위원들이 검토하고 협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 1주일 안에 승인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안건을 만들어서 일주일 이내에 위원회를 소집한다는 것은 행정 절차상 불가능하다"면서 "취임하자마자 회의서를 만들어서 발송하겠다는 건데, 계획을 먼저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서를 만들어서 일주일 만에 소집 통지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서 회장은 오 후보가 언급한 지역 가운데 건폐율이 최대인 노원구를 비롯해 용적률이 최대인 지역도 있어 도계위에서 승인해도 재개발, 재건축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용적률 제한 등 근본적 규제를 풀려면 서울시의회 동의 절차가 불가피하다.

이에 오세훈 후보 측 문혜정 공보 담당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서 즉각적으로 규제를 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 후보가 이전에 서울시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규제를 풀고 가장 빨리 시행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라며 "일단 도계위에서 규제를 풀 수 있다면 그 다음부터 일을 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려면 서울시의회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경선 시의원 주장에 대해 오 후보 쪽은 "법에서 정한 것을 고치는  상황이 아니라  시장의 재량으로 그동안 억누르고 묶어두었던 곳을 풀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도시계획위원회,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서랍 속 규제를 풀면  시민들이 바로 체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문을 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 계획을 수립하고 조합의 동의가 필요해 도계위를 여는 데까지도 시간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에 대해서도 오 후보 측은 "이전에 (오 후보 시장 임기 때) 추진했던 건데 박원순 전 시장이 백지화시켰던 것도 있고, 미루고 있었던 것도 있다"면서 "지금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되는 아파트들은 이전부터 계속 요구를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다시 준비할 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도계위에서 안건이 통과돼도 이미 용적률이나 건폐율이 최대인 지역에서 공급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재보궐 선거로 당선되는 서울시장 임기가 15개월뿐인 점도 공급 확대 정책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최은영 소장은 "연간 서울 도심에 그렇게 (단기간에) 몇 만 호가 공급된 적이 없다"라며 "그것을 일시에 풀면 그 지역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서 살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위원회 열어도 1주일 안에 통과 쉽지 않아... 시의회부터 설득해야

오세훈 후보가 취임 1주일 안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지만, 계획안 제출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도계위 소집 자체에 무리가 따른다. 도계위를 열더라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을 비롯한 민간 위원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 계획 승인에 앞서 서울시의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도 있어 1주일 안에 기존 방침을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경선 시의원 발언처럼 서울시장 개인의 의지보다 '우선 101명의 민주당 시의회와 협의'가 필요한 일이다. 이에 오 후보 발언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덧붙이는 글 임안젤 기자는 SNU 팩트체크 인턴입니다.

서울시장 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 확 푼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1.03.09
  • 출처
    한국일보 인터뷰출처링크
  • 근거자료
    서울특별시도시계획조례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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