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이미지.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이미지. ⓒ (주)제이씨엔터웍스

 
존 레논이 쓴 명곡 중 하나인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의 탄생 배경은 여러 가지다. 아들 줄리안 레논이 동급생 친구인 루시 오도널의 이름을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형상화했다는 해석, 그리고 제목을 이루는 단어의 앞글자 조합 때문에 마약류인 LSD를 상징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 무엇이든 해당 노래가 여러 예술 작품에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숀 패과 다코타 패닝의 열연으로 유명한 <아이앰 샘>은 해당 곡을 OST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또한 아예 해당 노래를 작품을 아우르는 하나의 상징처럼 형상화해 놓았다.

조현병이 있는 데본(브랜튼 스웨이츠)은 매번 형을 불안에 떨게 하다. 기타를 능숙하게 다루고 훤칠하고 번듯한 외모로 이성에게 인기가 많을 법하지만, 자신만의 환청과 환상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매번 자신에게 죽으라고 외치는 마녀와 그런 마녀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녹색 사나이에 의지하는 데본은 운명의 사랑 루시(릴리 설리반)를 우연히 만난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자신을 집으로 끌고 와 정성스럽게 보살펴 준 루시에게 푹 빠진 데본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루시를 찾아 시드니로 떠난다. 형과 형수, 주변인들은 또 다른 환상을 본 것이라며 데본을 설득하지만 그에겐 들리지 않는다.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이미지.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이미지. ⓒ (주)제이씨엔터웍스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이미지.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이미지. ⓒ (주)제이씨엔터웍스

 
<그녀가 사라졌다>는 일종의 해리성 장애, 조현병을 예술적 감각으로 다룬 최근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조조 래빗>의 주인공 소년 또한 상상의 히틀러를 만들어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는 했다. 한국영화 중에선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여성 주인공만 볼 수 있는 장국영을 설정해 비슷한 증상을 귀엽게 표현하기도 했다.

타자가 볼 수 없는 자신만의 존재는 희망일 수도 위협일 수도 있다. <그녀가 사라졌다> 속 데본은 두 가능성 모두를 느끼며 안도감과 불안감을 반복하면서 느끼는데 루시는 그런 그에게 일종의 구원자와도 같은 존재가 된 셈이다. 존 레논의 아내 오노 요코가 그랬듯 말이다. 

이런 심리적, 병리학적 요소와 함께 영화는 큰 틀에선 로드 무비의 요소를 끌고 온다. 호주 대륙의 양 끝인 퍼스에서 시드니로 향하는 여정에서 데본은 몇몇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다. 데본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주면서 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런 다면성을 강조하면서 영화는 결국 스스로 자립해 가는 데본의 모습을 묘사한다.

한 인물의 성장은 곧 외부 환경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법. <그녀가 사라졌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화면으로 구현했다. 다분히 가족주의적이고, 사회순응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데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조용히 미소짓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줄평: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유쾌한 한 사람의 여정이 준 깨달음
평점: ★★★☆(3.5/5)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정보

원제: I Met a Girl
감독: 루크 이브
출연: 브렌튼 스웨이츠, 릴리 설리반
수입: ㈜제이씨엔터웍스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러닝타임: 108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1년 3월 17일
 
그녀가 사라졌다 호주 시드니 퍼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