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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사전 개발정보를 이용해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9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168-2번지(빨간색 부분)에 용버들나무가 심어져 있다.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사전 개발정보를 이용해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9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168-2번지(빨간색 부분)에 용버들나무가 심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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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LH 땅투기 사태의 핵심 인물은 50대 강아무개씨다. LH수도권사업본부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하던 강씨는 지난 2017년부터 신도시 예정지 일대 토지를 꾸준히 사들였다.

토지를 사들인 행적을 따라가보면, 갈수록 수법은 과감하고 치밀해졌다. 경기 광명시의 조그만 밭을 처음 사들인 뒤 다른 직원들과 지분을 나누는 투기성 매매로 발전했고, 결국 신도시 '큰손'이 됐다.

"주말에는 와서 농사도 짓고 나랑 커피도 마시고 했어요."

지난 9일 경기 광명시 옥길동 168번지 일대, 이곳은 LH직원인 강씨가 신도시 토지 매입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 국방부 소유의 농지(답, 526㎡)을 공매를 통해 1억8100만원에 사들였다. 당시 이 일대 토지들은 보금자리주택지구가 해제된 뒤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관리구역으로 묶여있던 상태였다.

이 땅은 길이 없는 '맹지'다. 길이 없어 농사를 짓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들일 수 있었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말이다. 땅 모양도 반듯하지 않아 비닐하우스를 세우기도 적합하지 않았다.

이 땅에는 현재 용버들나무가 30cm 간격으로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가지가 나무 모양으로 자라나, 주로 꽃꽂이를 할 때 쓰이는 나무다. 근방에서 농사를 짓는 A(54)씨는 강씨를 잘 알고 있었다. 주말이면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강씨의 모습을 기억했다.

"왔어요. 예초기도 가져오고 농약도 가져오고 다 해요. (강씨가) 여기 고구마 심으려고 하니까, 물이 안돼서(물이 빠져나가지 않아서) 썩는다고 내가 얘기했어. 물 차있잖아. (그래도) 계속 농사 했어요. 여름에 땀 뻘뻘 흘리고…."

A씨는 강씨가 LH 직원인 것도 알고 있었다. A씨는 "먼저 LH 직원인 건 밝혔다"면서 "다만 토지 보상하는 건 모르고 있었다, (매매 당시 이곳이) 특별관리구역으로 묶였으니 그거 보고 샀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커피를 함께 할 정도로 친분을 쌓았지만, A씨도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용버들나무 심어진 밭은 잡초 무성... "봐라, 관리 안해"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사전 개발정보를 이용해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9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168-2번지에 용버들나무가 심어져 있다.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사전 개발정보를 이용해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9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168-2번지에 용버들나무가 심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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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근처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부부가 함께 왔다갔다 했다"며 "잘 안 왔다, 어쩌다 한 번씩 왔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밭에 심어진 나무 사이로 마른 잡초가 무성한 것을 가리키면서 핀잔하듯 말했다.

"관리를 안 해, 풀이 그대로 있잖아"

이 땅을 사고 6개월 뒤, 그는 또 다시 신도시 예정지 땅을 사들인다. 지난 2018년 4월에는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에 있는 5905㎡ 규모의 밭을 19억4000만원에 사들였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이 땅은 총 4명이 공동으로 사들였는데, 강씨를 포함한 3명이 LH직원이었다. 강씨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직원들로, 3명 모두 같은 동네(경기 성남 분당)에 살고 있었다. 강씨는 984㎡, LH 직원 2명은 각각 1969㎡의 지분을 나눠 가졌다. 지분을 쪼개는,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었다.

이들이 매입한 무지내동의 토지 초입에는 철문이 있었다. 철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지만, 철문 옆 훼손된 펜스를 통해 사진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이곳에도 용버들나무가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고, 일부는 가지가 부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강씨는 지난해 2월, 또 한 번 땅을 사들인다. 판은 더 커졌다. 광명신도시 예정지인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밭을 사들였다. 1500평(5025㎡)이 넘는 큰 땅이었는데, 강씨를 포함한 LH 직원 5명은 이 땅을 공동구매하고, 필지 지번을 4개로 나눈다. 이들 직원들은 필지 4개의 지분을 각기 나눠 갖는다. 직원 1명당 4개 필지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지번을 나누는 건 투기꾼들의 수법"이라고 했다.

지분쪼개기 통해 판 키우면서 공격적 토지 매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9일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9일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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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강씨가 신도시 예정지에 사들인 토지는 현재 파악된 것만 모두 2000㎡가 넘는다. 신도시 토지 대지주가 된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정부가 토지를 수용하면서, 다른 토지로 보상해주는 대토보상을 포함해, 신도시 아파트 분양권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투기 행각은 결국 꼬리가 잡혔다. LH 땅투기 사태가 터진 직후 강씨는 직위해제됐고, 내부 감사는 물론 경찰 수사도 받게 됐다.

그가 근무하던 사무실의 한 직원은 "더 이상 이곳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LH 관계자는 "직위 해제된 상태지만 조사 등을 받기 위해 어디론가 출근은 하고 있을 것"이라며 "어디로 출근하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명신도시 예정지 내 LH 직원 토지 소유 현황
 광명신도시 예정지 내 LH 직원 토지 소유 현황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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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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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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