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

브레이브걸스 ⓒ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 속도가 괄목할 만하다. 지난 2017년 3월에 발표해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던 이들의 노래 '롤린'이 4년이 지난 지금 그야말로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 지난 6일에는 멜론 음원차트 1위에 등극하는가 하면,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Top3의 1위를 싹쓸이 하는 기적을 보였다.   

이렇듯 현재 음원차트는 지금의 노래와 예전의 노래가 1위 다툼 중이다. 지금의 노래 아이유의 '셀러브리티'와 예전의 노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 현재와 과거가 맞붙는 이런 풍경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 배경에는 추천 알고리즘이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해주는 프로세스를 일컫는데 덕분에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알고리즘을 타고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노출돼 4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롤린'이 알고리즘을 탄 배경에는 한 영상이 있다. 지난달 24일 한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에 '브레이브걸스_롤린_댓글모음'이라는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이 영상은 군 부대 위문공연을 간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무대 영상이었다.

재치 있는 댓글들을 함께 실어서 여러 영상의 편집본을 만든 것인데, 흥미로운 댓글들이 눈에 띈다. "인수인계가 얼마나 잘 됐으면 2019년인데 떼창하네", "저도 선임한테 인수인계 받았음"이란 댓글부터 과도한 객석의 열기에 "흙먼지 이는 것 좀 봐", "전쟁 때 이거 틀어주면 전쟁 이김"이라는 댓글까지 다양하게 눈에 띈다.
 
 멜론차트 캡처

멜론차트 캡처 ⓒ 멜론 음원차트


잠깐 화제가 되다가 말 거라고 여겼다는 브레이브걸스는 이렇게까지 '롤린'이 역주행한 것에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유튜브채널 '근황올림픽'에서 멤버 유정이 역주행 소감을 밝힌 것. 그는 "작년에 컴백했을 때 포기하지 말라는 얘길 써주신 댓글을 봤다"며 "혼자 숙소에서 울었다. 아직 한 명이라도 우릴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캡처한 것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더 나아가 유정은 "사실 역주행 되기 직전에 팀 정리까지 생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유정은 "제가 팀에서 둘째인데 31살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제는 안 되겠다', '우리 빨리 정리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진지하게 서로 얘기 나눈 게 불과 지난 주 화요일"이라고 말했으니 역주행은 이들에게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다.

"사람 인생은 알 수가 없다. 나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고민 안 하셨으면 좋겠다." (유정) 

알고리즘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든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은 브레이브걸스로 하여금 음악방송에까지 출연하게 만들었다. 팬들의 요청에 보답해 이 곡으로 음악방송뿐 아니라 이들은 각종 예능과 라디오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야말로 죽은 곡도 살리는 게 알고리즘이어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면 어떤 콘텐츠도 살아날 수 있다. '롤린'뿐 아니라 비의 '깡', EXID의 '위아래'도 알고리즘 덕분에 역주행한 대표적인 사례다. 소속사를 통해 밝힌 브레이브걸스의 다음과 같은 감사인사를 보면 알고리즘의 힘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영상에 댓글을 남겨준 분들, 댓글 모음 영상을 만들어 준 유튜버 비디터님과 '롤린'을 사랑해주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
 
 유튜브 '근황올림픽'의 한 장면. 브레이브걸스의 유정이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근황올림픽'의 한 장면. 브레이브걸스의 유정이 인터뷰하고 있다. ⓒ 근황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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