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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이 농민들에게 가지 못하고 부재지주에게 가는 것을 빨리 시정해야 한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봅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6월 20일 감사원의 '쌀 직불금' 감사결과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당시 박홍수 농림부 장관에게 제도개선을 지시하며 했다는 말입니다.

2008년의 명단, 2008년의 좌절

개선안은 농업경영체 등록제였습니다. 개선안이 마무리되기 전에 정권이 바뀌고, 2008년 10월. 대한민국 공직사회 '최대 스캔들'이라 불리는 쌀직불금 부정수급 사건이 당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폭로로 시작됩니다.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의 쌀 직불금 부정수령 사실이 밝혀질 경우 직불금 환수와 파면·해임 등 법적 징계절차를 밟고, 2005년 이후 쌀 직불금 수령자와 2008년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쌀 직불금 부정수령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아래 표는 2008년 기관별로 자진 신고자 현황입니다.
 
ⓒ 고정미

그러나 직불금 환수도 징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조사를 담당해야 할 경찰과 검찰, 국세청 등의 권력기관 내에 직불금 부정수령자가 가장 많이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021년 LH공사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건으로 14년 만에 부동산투기 근절의 기회가 다시 찾아 왔습니다. 2008년과 마찬가지로 들끓는 여론에 밀려 정부합동조사단이 꾸려지고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국가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생결단을 각오로 비리 행위를 규명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농가 수는 주는데 늘어나는 농업경영체... 가짜 농사꾼 67만 8910명? 

아래 두 개의 표는 2008년의 좌절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았는지 보여줍니다. 통계청은 5년마다 농가를 직접 방문해 면접조사를 시행하고 중간에는 표본조사로 통계를 작성합니다. 2019년 농가 수는 100만 7158가구입니다. 2018년의 102만 1000가구보다 1만 3842가구가 줄어들었습니다.
 
ⓒ 고정미

농업경영체등록제는 농업과 관련된 자금의 융자나 보조금을 지원 받기 위해 300평 이상의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이 스스로의 농업경영정보를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매년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제도입니다. 농업용 면세유를 쓰거나, 직불금을 받거나, 퇴비 1포당 2700원의 보조금을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등록된 농업경영체 수는 2019년 168만 6068개입니다. 2018년165만 8627개보다 2만 7441개가 늘어났습니다. 현실의 농가 수는 해마다 줄어드는데, 보조나 지원을 받기 위한 농업경영체 수는 해마다 늘어납니다. 2019년 농가수는 100만 7158가구지만 농업경영체 수는 168만 6068개입니다. 

진짜 농가 수보다 보조나 지원을 받기 위한 농업경영체 수가 67만 8910개가 많습니다. 농가 수보다 많은 농업경영체는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의 숫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짜 농사꾼이 무려 68만 명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더욱이 이들은 향후 개발을 기대하고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소유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농업경영체등록제, 강력한 무기 될 수 있다
    
ⓒ 고정미
 
헌법과 법령을 준수할 것을 선서한 공무원이나 평균 연봉이 8100만원이 넘는 LH공사 직원들이 농업경영체 등록을 했다면 그들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고, 농지법과 영리업무 금지조항을 어긴 범법자들입니다. (관련기사 : 농사꾼들은 다 안다, LH 직원들 무슨 불법 저질렀는지  http://omn.kr/1sbju)

2007년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14년 만에 부동산투기 근절의 기회를 다시 한번 맞았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농업경영체 등록제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농업경영체등록부를 보유하고 있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명단만 전해주면 순식간에 범법자 후보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제출한 영농계획서와 농업경영체등록 신청서가 스스로의 범법사실을 증명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농업경영체 전수조사는 부동산투기 근절의 획기적인 전기(轉機)가 될 것입니다.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사전 개발정보를 이용해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9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168-2번지(빨간색 부분)에 용버들나무가 심어져 있다.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사전 개발정보를 이용해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9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168-2번지(빨간색 부분)에 용버들나무가 심어져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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