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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목요일, 연차를 내고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춘천은 주로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방문하던 곳이었는데, 누군가의 절박한 상황에 연대하기 위해 가고 있다는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경춘선 열차에 몸을 싣다... 춘천에서 만난 세 명의 해고노동자들

필자는 늦게 출발해서 노동조합 페이스북을 통해 춘천도시공사 앞에서 하는 규탄집회를 시청했다. 춘천도시공사는 도심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장소였다. 여론의 이목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변에는 조합원들밖에 없고, 조합원들만의 외침만 도로변에서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뒤늦게 도시공사 앞으로 갔으나 일행들은 자리에 없었고, 물어물어서 춘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약칭 춘천IL센터)로 찾아갔다. 센터장과 부지부장이 면담하는 동안 복도에 조촐히 모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만난 세 명의 춘천IL센터 해고자분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온 손님을 밝은 얼굴로 맞이해주셨는데, 뭔가 힘이 되지 못해서 내 마음이 오히려 무거울 정도였다. 

춘천IL센터 조합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과 인권침해 문제 등 사내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해(2020년) 12월 11일 노동조합 가입사실을 통보하고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5일 만에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대화와 소통을 원한 조합원들에게 해고라는 답변이 온 것이다.
 
해고자들과 춘천시청 앞에서 규탄현수막을 펼치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
 해고자들과 춘천시청 앞에서 규탄현수막을 펼치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
ⓒ 김호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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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노동청 조사결과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와서 현재 부당해고 구제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해보지만 해고노동자의 삶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쉽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약식집회를 마무리 하고 춘천시청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도 피켓을 들고 다녔다. 한분이라도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보여드리고자 애를 썼다.

춘천IL센터는 춘천시가 운영하는 위탁사업장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춘천시청의 역할이 크기에 우리의 목소리를 춘천시청에도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춘천IL센터 조합원들은 춘천시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해왔다고 한다. 오늘 하루 준비해간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몇 명 더 참석한다고 해서 춘천시청이 눈하나 깜짝 안할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을 위해 시간을 비운 사람들이 있었다.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몇 안되는 해고노동자들의 외침이 춘천시청 공무원들에게는 어떻게 들렸을까?

여주로 향하는 길... 해고노동자들의 해고규탄 여행
  
피켓을 든 해고노동자들, 춘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춘천시가 운영하는 위탁 사업장이다. 우리의 목소리는 춘천시에 향하는게 맞다.
 피켓을 든 해고노동자들, 춘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춘천시가 운영하는 위탁 사업장이다. 우리의 목소리는 춘천시에 향하는게 맞다.
ⓒ 김호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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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정에 참여하는 조합원들 대부분 해고노동자들이었다. 저마다의 원치 않는 상황으로 직장을 나오게 되었고 오늘의 일정에 함께하게 되었다. 춘천IL센터 해고노동자들도 여주로 가는 길에 동참했다. 서로의 처지를 보며 씁쓸한 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일종의 '해고원정대'였다.

우리는 승합차를 렌트해서 이동했다. 춘천에서 여주는 꽤 거리가 있었는데 고속도로를 통해 가는 길이 흡사 MT나 여행을 가는 것 같았다. '해고노동자들의 해고규탄 여행' 그럴싸한 이름 아닌가.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도 먹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강원도의 산 속에 남아있는 눈들을 감상했다. 그동안 몰랐었던 여러 이야기들도 함께 나눴다.

해고노동자들에게 일터에서의 일상은 없다. 일상을 잃은 우리들에게 짧은 이동거리 속의 여행같던 시간들은 우리가 회복해야하는 일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 해고를 하지 말아달라는 외침을 위한 여행이 언제쯤 끝이 날까? 

여주시청 앞에서 만난 두 명의 해고노동자..."반드시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기자회견 목적지인 여주시청에 도착하자 노조 피켓을 들고 있는 조합원들이 보였다.  전화만 하고 초면이었지만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여주 상생복지회 우리집은 아동양육시설이다. 채용 당시 공고에서 2년 계약직이었으며 정규직 전환 가능이라는 내용을 확인하였으나 근로계약 과정에서 2020년 12월 31까지로 불리하게 변경된 계약을 강요받았다고 한다. 이는 단지 형식적인 절차이며 통상적으로 계약 연장이 이뤄질 것이라며 관리자가 이야기했지만, 결국 약속과는 달리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계약만료일에 맞춰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한다. 이는 채용공고에 명시된 2년 계약에 한참 모자란 8개월, 9개월 근무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머지 다수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계약이 연장되었다.

계약이 연장된 다수의 계약직과 다르게 계약이 해지된 두 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위법, 갑질 행위에 대해 참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였다고 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노동권의 보호를 받고자 했지만 이들은 현재 일터가 아닌 여주시청 앞에 나와있다.

기자회견은 했지만 기자는 없었다. 여주시청에서 하는 두 명의 해고노동자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기자는 현장에 없었다. 그래도 준비해간 목소리들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기자회견을 했다.
  
3월 4일 여주시청 앞 기자회견, 기자들은 한 명도 오지 않은 기자회견. 해고자들끼리의 기자회견이 되었다.
 3월 4일 여주시청 앞 기자회견, 기자들은 한 명도 오지 않은 기자회견. 해고자들끼리의 기자회견이 되었다.
ⓒ 김호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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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조합원의 발언 속에는 아이들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보였다. 기자회견 발언에 어울리지 않는 매우 차분하고 담담한 발언이었지만, 이분이 짧은 시간동안 시설의 아동들을 어떻게 사랑했는지, 그동안 어떻게 일했었는지가 같은 사회복지 노동자로서 이미 머릿속에 그려졌다.

기약없는 해고자 신분이지만 이들이 여주시청 앞이 아닌 아이들 앞에 다시 서야 한다. 그래야지 아이들에게도 권력에 맞서는 송곳같은 사람들도 떳떳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린 지워지지 않기 위해 외친다

춘천IL센터 해고노동자는 셋, 여주 상생복지회 우리집 해고자는 둘이다. 각종 부당함과 불의에도 권위에 숨죽여 사는 사회복지 업계에서 이 다섯명의 노동자들은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꾸 일터에서 하나 둘씩 지워진다면 결국 사회복지 현장은 권리를 이야기 할 줄도 모르고, 부당함과 불의에 침묵하는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해고문제는 그다지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얻기 힘든 주제다. 대량해고도 아니고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 둘씩 일터에서 지워져가면 안되기에, 우리는 결국 거리에 나가서 외칠 수밖에 없다.

필자도 조합활동을 하면서 내 영역이 계속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직이나 승진은 포기한 지 오래다. 그저 하루하루 약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권리를 외치고 부당함과 불의를 참지 않는 동료들이 현장에서 하나 둘씩 지워지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나도 지워지게 될 것이다. 

내가 어렵사리 본명을 드러내고 글을 쓰는 이유도 지워지지 않기 위한 저항이다. 해고된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외침. 침묵하거나 익명에 기대지 않고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는 있다는 저항이다.

우리는 오늘도 지워지지 않기 위해 외친다.
 
춘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여주 상생복지회 우리집 해고노동자들을 비롯해서, 다른 참여자들 역시 대부분 해고노동자 신분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하였다.
 춘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여주 상생복지회 우리집 해고노동자들을 비롯해서, 다른 참여자들 역시 대부분 해고노동자 신분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하였다.
ⓒ 김호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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