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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시위 중 19살 소녀가 총을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소녀의 죽음은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에 대해 무차별 탄압을 벌인 쿠데타 세력은 장례를 지낸 이 소녀의 시신마저 탈취해 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총격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요. 독재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콧수염 형제
 콧수염 형제
ⓒ 내 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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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쿠데타

지난 2020년 11월 치른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정당이 승리했습니다. 그러자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처음이 아닙니다. 미얀마의 역사는 거듭되는 군부 쿠데타와 거기에 끈질기게 저항해온 미얀마 민중의 역사입니다. 

미얀마는 장장 60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1948년 드디어 '버마 공화국'으로 독립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독립은 했지만 사회는 안정되지 않았어요. 1950년 말 내전이 발발했고 1962년 혼란을 진정시킨다는 명목으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군부통치 기간 미얀마는 경제가 발전을 이루기는커녕 세계 최빈국이 되었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체포되고 학살당했습니다. 

1988년 무려 20여 년에 걸친 민주화시위는 정점을 이루었지만 또 다른 군사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고 '버마'는 오늘날의 '미얀마'가 되었습니다. 군부가 약속했던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정당이 압승을 하자 아웅산 수치를 가택연금하고 군사독재를 이어갔습니다. 

2007년 샤프란 혁명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기가 거세지자 2010년 군부 주도 하에 총선이 실시되었습니다. 하지만 군부가 앞세운 정당이 정권을 잡는 등 문민 정부가 수립되어도 군부의 지속적인 간섭이 지속되는 가운데 민주화를 향한 열망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2020년 군부의 의도와 다르게 아웅산 수치가 집권당이 되자 다시 또 군부 정당은 부정 선거라며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3월 6일 시위에 참여하다 숨진 시위대가 55명이 넘는 것으로 보도되는 가운데 시위대들은 거리로 나서고, 민주화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 국가에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8일 다시 2명이 숨지고, 수 명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네요. 

비슷한 시기 식민지로부터 독립을 하고, 또 비슷한 시기 군부 쿠데타를 겪은 미얀마. 우리는 군부 쿠데타를 겪었지만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민주화된 사회를 성취한 반면, 미얀마는 쿠데타와 경제 침체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기에 21세기에도 여전히 '민주화'를 향한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흘리고 있는 미얀마를 보는 우리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콧수염 형제
 콧수염 형제
ⓒ 내 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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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지키기 위해 비폭력으로 맞섰던 콧수염 형제 

그림책 <콧수염 형제>는 '그림책보다연구소'에서 미얀마 시위를 응원하며 소개한 그림책입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비폭력으로 맞서다'라는 부제를 가진 그림책, 19살 소녀를 비롯하여 다수의 시위 군중이 살상당한 상황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얀마에서 실제로 활동했던 코미디 그룹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여 프랑스인 알렉스 쿠소가 글을 쓰고 샤를 뒤테르트르가 그림을 그린 이 그림책을 통해 우리는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사람들의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을 출간한 내 인생의 그림책 시리즈는 이 책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사는 진실과 정의를 향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콧수염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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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왕조국가입니다. 왕이 백성을 꼭두각시처럼 이용하거나 변덕을 부리거나 정직하지 못할 때 콧수염 형제는 행동에 나섭니다. 나쁜 왕을 본뜬 인형을 만들어 연극을 준비해요.
 
(온몸에 금칠을 한 꼭두각시가) 굽실굽실 절을 하고, 얼굴을 찌푸리고, 재주를 넘고, 밑도 끝도 없는 연설을 해요. 

그렇게 콧수염 형제가 전국방방곡곡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백성들 앞에서 꼭두각시 인형극을 하면 백성들은 하하호호 웃습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을 풍자한 우리의 탈춤이 연상되는 광경입니다. 마치 전통 민화와도 같은 그림들이 눈에 띄는데요. 

왕조국가로부터 시작된 콧수염형제의 '저항적 웃음 공연'은 미얀마라는 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백성들을 괴롭혔던 '지도자'가 있던 나라라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저항해온 '인간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콧수염 형제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콧수염 형제는 형제나, 자매나, 사촌이나, 친구나, 이웃 모두가 될 수 있어요. 콧수염 형제는 세 명도 되고, 열 명도 되고, 천 명도 될 수도 있어요. (중략) 콧수염 형제는 우리 곁에 늘 존재해요. 세계 어느 나라나 어떤 시대에도 있어요. (중략) 몇 백년을 살아왔어요. 

백성들을 괴롭히던 왕은 군대를 이끌고 사람들을 짓밟으며 도시를 공포로 물들이는 장군으로 이어져요. 그리고 은하계의 독재자로 이어지지요. 인간에 대한 '폭압적' 지배는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진 폭력적 권력에 맞서는 콧수염 형제의 무기는 '웃음 폭탄'입니다. 짓밟는 장군에 대항하여 초록색 물감으로 오이장군을 만들어 버리구요. 총을 쏘는 사람한테는 '메롱 메롱'. 하지만 겨우 '웃음'이 무기였는데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혀가 잘렸어요. 

그러자 소리없는 연극을 합니다. 팔과 다리가 잘리자 그림자 연극을 했어요.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림책의 모티브가 된 코미디 그룹 이야기에서 실제 콧수염 형제의 맏형 파파 레이는 6년 동안 감독에 갇혀 있었습니다. 공연은 금지되었고요. 
 
그래도 여전히 태양은 빛나지요. 또 다른 콧수염 형제가 나타나요. 새 꼭두각시를 들고, 새로이 재주넘기를 하고. 새로운 웃음을 가지고서요. 
 
콧수염 형제
 콧수염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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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얀마의 코미디 그룹은 국내에서 공연조차 할 수 없었지만 그들은 '자유의 수호자'로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코미디 그룹이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무기 '웃음'을 가지고 싸웠겠지요. 그리고 그 '웃음'은 미얀마 사람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지필 수 있는 군불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에서 새로운 콧수염 형제들이 나오고 또 나오듯이 되풀이되는 쿠데타의 역사에서도 민주화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부디 미얀마 사람들에게도 민주화의 봄이 오기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콧수염 형제 - 자유를 지키기 위해 비폭력으로 맞서다

알렉스 쿠소 (글), 샤를 튀테르트르 (그림), 백선희 (옮긴이), 내인생의책(2014)


태그:#콧수염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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