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덮다> 포스터

<태양을 덮다> 포스터 ⓒ (주)리즈필름


일본에서 400회 이상 공동 상영회를 진행한 <태양을 덮다>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5일 동안의 긴박한 상황을 담은 영화다. 재난 상황에서의 휴머니즘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아닌 당시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를 중점에 두며 그날의 진실과 문제를 파헤친다. 사회고발 성격이 강한 이 논픽션 드라마는 간 나오토 총리를 비롯해 당시 주요 인사들의 이름을 그대로 쓰면서 체험감을 더한다.
 
이 영화의 개봉일인 3월 11일은 10년 전인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날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사고가 일어났고, 총 4개의 원자로 중 3개에서 방사능이 유출됐다. 인류 역사상 체르노빌에 이어 두 번째로 발생한 7등급 원자력 사고로 현재까지 그 여파가 얼마나 지속되고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총 방사성 물질 유출량이 체르노빌에 비해 적다는 점 정도다.
  
 <태양을 덮다> 스틸컷

<태양을 덮다> 스틸컷 ⓒ (주)리즈필름

 
작품은 기자, 정부, 후쿠시마, 도쿄로 나눠 이야기를 전개한다. 정치부 기자 나베시마는 지진 이후 정부의 대처를 취재하던 중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눈치 챈다. 기우이길 바랐던 이 우려는 현실이 된다.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폭발 사고는 뉴스에서 먼저 보도가 된 후 1시간이 지나 정부에 보고되고 공식발표가 이뤄진다. 제한되고 늦은 정보만 제공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는 나베시마는 원전 전문가인 요코하마를 찾아 정보를 얻고자 한다.
 
답답한 건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자 고통을 겪는다. 초기 쓰나미로 인해 전력이 끊겼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전기차부터 실수가 벌어진다. 힘겹게 공수해 온 전동차의 플러그가 맞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도쿄전력은 어설픈 판단을 보여줬는데, 그 절정이 해수투입을 망설인 것이다. 해수가 투입되지 못하면서 원전은 폭발로 이어진다.
 
도쿄전력이 해수투입을 망설인 이유는 약 5조원에 달하는 원자로의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가 컸다. 이들이 현장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이 늦어지게 된다. 이에 고통을 받는 건 후쿠시마의 주민들이다. 이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 20km 밖으로 피난을 떠난다. 여기에 원전에서 일하는 이들은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방사능에 노출된다. 아들이 원전에 취업해 좋아했던 노부부는 다시는 아들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슬픔에 절망한다.
  
 <태양을 덮다> 스틸컷

<태양을 덮다> 스틸컷 ⓒ (주)리즈필름

 
불안을 느끼는 건 후쿠시마의 주민들뿐만이 아니다. 후쿠시마에서 대부분의 전력을 공급받는 도쿄의 주민들 역시 공포에 휩싸인다. 전력 수급이 힘들어지면서 발생하는 정전은 어둠을 통해 공포를 나타낸다. 원자로 폭발에 대한 뉴스는 창문을 열지 못하게 만들며, 미국이나 중국인들이 자국의 권고로 인해 일본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고국에 큰 일이 발생했음을 실감한다. 일본 전역이 공포에 빠진 것이다.
 
작품은 이 사건으로 인해 무기력한 관료주의의 현실을 보여준 간 나오토 내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원전 그 자체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이 사건으로 일본은 중국에 밀려 세계경제 3위국이 된 건 물론 이후 민주당이 10년 넘게 정권을 잡지 못하는 계기가 되어버린다. 일본 내에서 유행하는 세습정치가 아닌 입지전적한 인물인 간 나오토에게 걸었던 기대가 다 무너져버린 것이다.
  
 <태양을 덮다> 스틸컷

<태양을 덮다> 스틸컷 ⓒ (주)리즈필름

 
놀라운 사실은 '간 나오토 덕분에' 일본이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막은 방법은 체르노빌 때와 비슷했다. 바로 인력을 갈아 넣은 것이다. 도쿄전력은 상황이 악화되자 철수를 결심했다. 이때 간 나오토는 도쿄전력에 쳐들어가 지휘본부를 차리고 해수 투입을 지시하며 현장 인력이 사건 수습에 전력을 다하도록 만들었다. 비판 받을 실수가 많았지만 그의 이 선택 덕에 일본 전역이 방사능으로 물드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원전사고는 원자력 발전을 쓰는 그 어떤 국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나베시마와 요코하마를 통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이다. 요코하마는 원자력부에 몸담아 일을 하면서 그 위험성을 스스로 느꼈다고 말한다. 원자력은 에너지 소비가 극심한 현대에 싼값에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원전에 문제가 생길시 온 국민과 국가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큰 단점이 존재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해당 원전이 완전히 폐쇄된 건 14년 후인 2000년에 이르러서다. 후쿠시마 역시 여전히 원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사능 폐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을 하며 국내에서도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태양을 덮을 만큼 절망의 안개를 형성했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여주며 원전, 그 자체가 지닌 위험을 말하며 잊혀서는 안 될 사건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태양을 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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