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로 내려갔던 흥국생명이 6일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2-25,25-23,25-23,25-15)로 승리했다. 귀중한 승점 3점을 보태며 GS칼텍스 KIXX를 1점 차이로 제치고 선두 자리를 탈환한 흥국생명은 잔여 2경기에서 승점 6점을 따내면 정규리그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승점56점).

흥국생명은 외국인선수 브루나 모라이스가 39.16%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며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2개를 곁들이며 23득점을 기록했고 중앙공격수 김채연은 서브득점3개와 블로킹 5개로 공격득점 없이 8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흥국생명을 위기에서 구한 선수는 역시 2개의 서브득점과 4개의 블로킹,17개의 디그, 41.67%의 공격성공률로 26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끈 '배구여제' 김연경이었다.

동료들을 위해 연봉 낮춰가며 국내 복귀한 김연경
 
 김연경은 동료들을 위해 연봉을 희생해 가며 11년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김연경은 동료들을 위해 연봉을 희생해 가며 11년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 한국배구연맹

 
일본과 터키,중국리그에서 활약하던 김연경이 작년 6월 국내 복귀를 선언했을 때 이를 그대로 믿는 배구팬은 많지 않았다. 김연경은 유럽이나 중국리그에서도 10억 원을 훌쩍 넘기는 고액 연봉을 받는 세계적인 선수였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신장이 크고 공격에 특화된 선수는 많이 있지만 김연경처럼 뛰어난 서브리시브와 수비, 공격력을 겸비한 다재다능한 윙스파이커 자원은 그리 많지 않다.

김연경이 국내 복귀를 선언하면서 이제 고민은 김연경의 원소속팀인 흥국생명에게로 넘어왔다. 해외로 진출하기 전 네 시즌 동안 세 번이나 팀에 우승컵을 안겼던 여자배구 역대 최고의 선수 김연경을 영입한다면 흥국생명은 단숨에 무적의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FA계약에만 10억 원을 쓴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몸값을 감당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방출이나 연봉삭감 등 선수단의 정리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또 한 번의 통 큰 결단으로 구단의 고민까지 해결해줬다. 김연경은 동료선수들이 받대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연봉을 유럽에서 활동하던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3억500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덕분에 흥국생명은 기존 선수단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김연경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장착하고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일부 배구팬들은 김연경이 가세한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 전 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역시 여자배구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었다. 흥국생명은 V리그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컵대회에서 4강까지 4경기 연속 3-0 승리를 따냈다가 GS칼텍스와의 결승전에서 0-3으로 패하며 우승컵을 놓쳤다. 김연경은 컵대회가 끝난 후 김미연으로부터 주장 자리를 물려 받았다.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난 '배구여제'의 위엄
 
 김연경의 활약 덕분에 승점 3점을 따낸 흥국생명은 자력 우승 가능성을 남겨 뒀다.

김연경의 활약 덕분에 승점 3점을 따낸 흥국생명은 자력 우승 가능성을 남겨 뒀다. ⓒ 한국배구연맹

 
컵대회에서 맞은 예방주사는 김연경과 흥국생명에게 좋은 약이 됐다. 흥국생명은 V리그 개막 후 2라운드까지 파죽의 10연승을 달리며 시즌 초반부터 독보적인 선두 자리를 지켰다. 김연경은 1라운드에서 47.37%의 공격 성공률과 세트당 0.65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국내 복귀 첫 시즌, 첫 라운드에서 MVP를 수상했다. 흥국생명의 경기는 연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 중심엔 역시 '돌아온 여제' 김연경이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3라운드에서 팀 내 불화설 등으로 선수단이 흔들리면서 2승3패로 주춤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주장으로서 동료 선수들에게 '프로정신'을 강조했고 이는 4라운드 전승이라는 극적인 반등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정규리그 우승을 향해 거침 없이 달려가던 흥국생명은 2월초 '쌍둥이' 이재영과 이다영이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되는 최악의 악재를 만나고 말았다. 

졸지에 핵심 선수 2명을 잃은 흥국생명은 5라운드 5경기에서 1승4패를 기록하며 2위 GS칼텍스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최단시간 패배, 최소득점 패배 등 온갖 불명예 기록들을 써가며 연패를 기록했고 이는 제 아무리 김연경이라도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2월의 마지막 날 GS칼텍스에게 1-3으로 패하며 선두 자리를 내줬고 이대로 정규리그 우승은 멀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6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치열한 3위 경쟁을 하고 있는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하면서 승점 3점을 따냈고 그 중심엔 역시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점점 팀에 적응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브루나와 함께 흥국생명의 공격을 양분하며 서브득점 2개,블로킹4개를 포함해 26득점을 올렸다. 김연경은 수비에서도 적극적으로 몸을 던져 팀 내에서 김미연(19개) 다음으로 많은 17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GS칼텍스를 1점 차이로 제치고 선두 자리를 탈환한 흥국생명은 오는 9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전과 오는 13일 KGC인삼공사전에서 승점 3점을 따내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쌍둥이가 이탈하면서 연패에 빠졌을 때만 해도 모두가 흥국생명의 몰락을 예상했지만 결국 흥국생명은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역시 코트 안팎에서 든든하게 동료들을 이끄는 김연경이라는 절대적인 에이스의 존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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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 배구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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