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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지구온난화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생활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재 근무 중인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 매 식사 끼니 때마다 지급되는 플라스틱 도시락과 수저, 일회용 나무젓가락은 그간 나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팬데믹(pandemic) 상황이고, 이들 모두 의료용 폐기물로 분류되어 소각 처리 되어야 하는 지침이 있다보니 수긍은 되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또한, 분리수거를 할 수 있을 때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도 한 번씩 쏟아지는 배달용기와 포장용기들을 마주할 때 환경에 대한 나름의 개인적인 정성과 노력이 해이해지거나 무력해짐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배달과 포장음식을 많이 줄이긴 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코로나19 이후에 더 많이 이용하게 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나의 편의와 위생을 위해 지구에게 어쩔 수 없는 아픔을 주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홍수열 지음 슬로비
 홍수열 지음 슬로비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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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포스트 코로나에 나의 친환경적 생활을 다시금 추스리기 위해 고민을 하다가, 책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집어들었다.

이 책은 쓰레기에 대한 이론과 제도 및 정책 등에 많은 실천과 개입을 하고 있는 저자 홍수열 님이 쓰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쓰레기 분리수거 지침서로만 보였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책 앞장부터 분리배출 사전지식을 체크할 수도 있고, 쓰레기 분리배출 정상화를 위한 소비자 운동과 실천의 모습을 담은 멋있고 발칙한 사진들이 제시되어 있어 탐독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피는 요소들이 많다.

이 책은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약 버린다면 제대로, 그리고 쓰레기 배출 방식과 경로는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소비자의 불성실한 탓 보다는 쓰레기를 만드는 공급자와 관리하는 관리자의 책임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짐작을 하게 된다. 

순환경제를 구축하자

저자가 설명하는 기존의 경제는 선형경제. 즉, 자원을 신속히 투입하여 물품의 생산과 소비 이후 폐기로 진행되어 일방향적으로 빠른 속도의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순환경제이다. 선형경제는 결국 지속불가능하니, 신규자원의 투입과 쓰레기 배출을 줄여 자원순환사회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는 공급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노력도 필요한데, 저자는 소비자에게 5R이라는 개념을 언급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고(reject),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reduce), 사용가능한 것은 최대한 사용하며(reuse), 재활용하여 생산원료로 사용하는(recycle), 마지막으로 퇴비화(rot)를 통해 순환경제에 개인이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는 공급자에게 책임을 일깨우는 방식도 있다. 현재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돈을 걷어서 재활용에 필요한 비용을 댄다. 그러므로, 소비자의 권리를 활용하여 플라스틱어택으로 마트에 항의하거나, 담배꽁초 및 플라스틱 줍깅 이후 이를 모아 해당 회사나 생산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물론, 공급자들중 실제 쓰레기 제로 매장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움직임이 있으나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순환경제에는 제대로된 분리수거가 필수

우리가 흔히 재활용만 하면 환경을 구하는 데 일조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라고 한다. 재활용보다는 재사용(reuse)을 우선순위로 두어 폐기물의 절대적인 양을 줄여야 한다. 단위 면적당 쓰레기가 미국의 7배이니 더욱 그렇다고 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재활용을 하게 된다면 플라스틱, 유리, 종이 별로 잘 구분하여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쉽게 지나치는 부분이 많다. 

플라스틱의 경우 저렴한 멜라민 수지 그릇, 실리콘은 분리수거가 불가능 하며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그리고, 언뜻 재활용 가능해 보이는 칫솔과 볼펜, 레고, 샴푸, 세제의 펌프 등은 작은 크기라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참고로, 물티슈는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 이다.
 
우리는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는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세계에 살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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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기 중 컵라면 용기의 경우 라면스프가 닿는 순간 소금을 머금게 된다. 이는 후에 녹이는 과정에서 염소가 발생하므로 재활용 가능하다는 표시와는 달리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종이의 경우 코팅이 된 종이는 종이가 아니므로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유팩등 또한 종이류가 아닌 종이팩류로 버려야 하는데, 이유는 내부에 발려진 코팅성분(비닐, 알루미늄) 때문이다. 길고 둥그런 감자칩통은 내부 알루미늄 성분 때문에 불가, 영수증 감열지 또한 재활용 불가하다. 종이컵의 경우 안에 플라스틱이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따로 모아서 배출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불가하다.

유리의 경우 깨진 병은 재사용이 불가능하며, 유리의 종류 중 오븐에 사용되는 내열유리와 고급 유리잔 및 유리 공예에 사용되는 크리스털 유리 또한 재활용이 불가능하니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유리와 비슷해 보이는 도자기나 사기 그릇은 흙으로 구운 것이므로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들은 매립이 되거나 소각이 되기도 하는데 전체 쓰레기 중 재활용은 87%정도이고 7%는 매립되며, 6%는 소각된다고 한다. 소각장의 단점은 유해물질과 미세먼지가 발생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하며, 쓰레기 매립지의 경우 냄새나 벌레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신 관리가 잘 될 경우 가스를 열발 전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재활용이 안 된 복합재질의 비닐이나 목재 등의 가연성 폐기물들은 고형연료(SRF)로 압축되어 사용된다. 

재활용 산업의 공공화 필요  

저자가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재활용 공공관리체계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동안 폐기물 산업과 재활용 산업을 민간업체에 많이 맏겨 비용을 절감하려고 했지만 2018년 폐비닐대란과 2019년 방치된 의성 쓰레기산 등의 사태를 겪으며 쓰레기의 재활용과 처리 또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회용기 사용을 다회용기 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급증하는 플라스틱 배달 용기 문제는 결국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노출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이를 줄이면서도 눈에 보이는 위생이 아닌 실질적인 위생문제 또한 해결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나의 개인적 노력 뿐만 아니라, 국가와 기업과 사회구성원 모두가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즈음 백신도 맞기 시작하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생활을 유도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환경 대책이 준비된 것은 어디 없을까. 이 책을 읽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환경 대책을 준비하라고 요구하며 움직일 수 있는 적극성을 부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 플라스틱부터 음식물까지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

홍수열 (지은이), 슬로비(2020)


태그:#쓰레기, #플라스틱, #포스트코로나,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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