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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고덕면행정복지센터에서는 예당2산업단지 관련 협의회가 열렸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벤젠 검출과 관련 충남 보건환경연구원의 설명이 있었다.
 4일 고덕면행정복지센터에서는 예당2산업단지 관련 협의회가 열렸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벤젠 검출과 관련 충남 보건환경연구원의 설명이 있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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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4일 오후 5시 35분]

규모 확장이 예정된 충남 예당일반산업단지 주변 마을의 대기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돼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번엔 조사당국이 주민들을 상대로 내놓은 설명 내용과 방식을 두고 논란이다. 거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벤젠 검출 원인은 언급조차 안했고, 벤젠 농도가 국가 기준치를 넘진 않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서다.

또한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인근 고속도로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벤젠이 나왔을 수도 있다'고 받아들일 만한 설명을 내놓기도 해 주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산업단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장리와 지곡리 일대에서는 기존 예당산업단지와 연계해 예당2산업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2월 1일부터 17일까지 고덕면 상장리 일원에서 대기질 측정을 실시했다. 상장리와 인근 마을 주민들이 "미세먼지와 악취 등 기존의 공업단지와 예당산업단지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예산군이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마을의 대기질을 측정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예당산업단지와 인접한 마을인 상장리의 대기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이다(관련기사 : 예당산업단지 주변 마을에서 기준치 넘는 벤젠 나왔다 http://omn.kr/1s99u).

충남보건환경연구원 "벤젠 수치, 국가 기준 넘은 건 아냐"

이같은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나간 뒤, 4일 예산군 고덕면행정복지센터에서는 예당2산업단지 개발 갈등관련 실무협의회를 진행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충남도와 예산군 관련 공무원, 예당2산단 개발사업자, 찬반 주민대책위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언론에도 공개됐다.

회의에서는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예당산업단지 인근 마을의 대기 중에서 검출된 벤젠과 관련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충남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이날 예당산업단지 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대기질을 측정할 당시 대기 정체로 미세먼지가 발생했다"며 "미세먼지의 오염원을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변 고속도로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이같은 설명에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고덕면 상장리 앞에는 당진영덕간 고속도로가 놓여 있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의 설명은 '당진영덕간고속도로가 미세먼지의 원인이고, 그 때문에 벤젠이 검출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주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주민 A씨는 "당진영덕고속도로 통행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통행량이 많지가 않다. 벤젠 검출이 (고속도로의) 미세먼지 탓인가"라고 지적했다.
주민 B씨도 "마을에 악취가 심하게 나는 날이 많다. 기존 산업단지와 인근 공장들에서 나오는 것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상장리와 지곡리뿐 아니라 오추리와 몽곡리 등 공장 주변 마을이 모두 악취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 악취는 대체 뭐냐"고 따졌다.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연구원 관계자는 "(대기질) 측정기로는 악취를 측정할 수 없다"며 "악취가 마을과 민가 쪽으로 내려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때마다 주민들이 불편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벤젠 검출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앞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연구원 내부 자료에는 '인근 공장에서 벤젠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적혔다.

"벤젠 검출된 사실 자체가 중요, 주민피해 대책이 우선"
 
상장2리 마을 회관. 마을 주민들은 예당2산업단지 추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상장2리 마을 회관. 마을 주민들은 예당2산업단지 추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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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출된 벤젠이 국가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해명 역시 주민들의 화를 키웠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날 "벤젠 수치가 충남도 기준치인 3.0㎍/㎥을 넘겼지만 국가 기준인 5.0㎍/㎥ 넘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조사기간 동안 벤젠이 가장 많이 검출된 상장1리 도랑골에서는 국가 기준치를 넘는 농도가 측정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도랑골에서는 지난 2월11일 3.5㎍/㎥, 12일 4.0㎍/㎥, 13일 5.8㎍/㎥, 14일 3.1㎍/㎥의 벤젠 성분이 측정됐다. 최고점을 찍은 13(5.8㎍/㎥)일은 국가 기준인 5.0㎍/㎥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회의에 참석한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벤젠이 검출된 것은 기정사실이다. 대기 정체와 미세먼지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지금도 어디에서인가 벤젠이 배출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장원(예당2산단 건설 반대 주민대책위·도랑골 주민)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예당2산업단지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마을 주변에 유해화학물질 업체가 다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는 추측으로만 마을의 '정체 대기'가 인체에 해롭다는 생각을 해 왔다. 하지만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확인됐다. 충남도와 예산군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예당2산업단지 , #벤젠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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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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