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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현대 사회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규모 한파로 큰 위기를 겪고 있는 텍사스 정전 사태 또한 결국 전기 공급의 문제가 원인이었다. 이렇듯 한 나라에서 전기 공급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금, 전기 공급 문제로 첨예하게 싸우고 있는 또 하나의 나라가 있다. 바로 텍사스 바로 아래에 있는 멕시코다. 현재 멕시코 정계에는 '민영화 반대 vs. 친환경'이라는, 매우 특이한 대립구도가 형성돼 있다.

현지 시각 2월 24일에 멕시코 하원에서 전기산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좌파성향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민간 업체보다 연방전력공사(CFE)가 우선적으로 전력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멕시코 연방전력공사(CFE). 현재 개정안의 핵심인 기관이다.
▲ 멕시코 연방전력공사(CFE)  멕시코 연방전력공사(CFE). 현재 개정안의 핵심인 기관이다.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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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는 2013년에 전력시장의 국가 독점을 폐지해 전력시장이 민영화됐고, 민간 투자가 매우 활발한 나라 중 하나다. 좌파성향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민영화에 매우 부정적이었으며, 자신의 재임기간에 민영화를 축소하고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려고 한다. 

여야의 극한 대립, '민영화 반대 vs. 친환경' 구도

현 개정안은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통과됐다. 민영화 시기에 여당이었던 제도혁명당뿐 아니라 국민행동당 등 다른 야당들도 시장 자율성을 제거하고 국가독점으로 회귀하는 법이라면서 강하게 비토했다. 그리고 개정안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오르고 친환경 에너지 발전이 정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좌파 여당인 국가재건당과 연립 정당들은 '전기요금은 지난 정권 때 더 많이 올랐다'면서 국가 에너지 산업의 보호와 민영화의 폐해를 명분으로 개정안을 밀이붙였다.

현재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헌법소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 멕시코, 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야가 이렇게 치열하게 대립하는 것은 올해 6월에 있는 중간선거 때문이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임기 절반에 대해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야당은 이 개정안을 이슈화하고 공격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전력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논란의 중심에 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그는 철저한 민영화 반대론자.
▲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전력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논란의 중심에 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그는 철저한 민영화 반대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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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텍사스주 한파 및 정전사태로 인해 이 개정안은 더욱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됐는데, 텍사스주 천연가스 파이프가 동파되면서 멕시코 또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여당 쪽에서는 민영화와 에너지 주권의 문제로 이 이슈를 활용했다. 반대로 야당은 연방전력공사의 무능과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민간 투자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남의 일일까?

현재 멕시코 전기산업법 개정안의 대립구도가 '민영화 반대'와 '친환경'으로 형성된 것은 현재 한국 시민사회에게는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친환경 담론이 시장 논리에 심하게 포섭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민간자본 발전소들이 이미 전력 시장 내 존재하고 있고, 신안 지역에 조성되는 해상풍력단지도 거의 민자 투자로 이뤄지는 작업물이다. 현재 멕시코 정계에서 일어난 전기 전쟁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을까.

한국에서도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자본이 전력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사실상 민영화의 전철인데 이에 대해 한국 사회는 너무나도 조용하다.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멕시코, #전기,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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