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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장회의, 수도권 지검장 회의, 전국지방청 검사장 회의가 열릴 예정인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깃발이 날리는 모습.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깃발이 날리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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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2주년에 즈음해 '대한독립 만세'가 아닌 '검찰권 만세'를 외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검사들이 있다. 퇴임 4개월을 앞둔 윤석열 검찰총장은 2일자 <국민일보> 기사 '검(檢) 수사권 박탈은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에 실리게 될 3월 1일 인터뷰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 조직과 별도로 6대 중대 범죄를 다루게 될 중수청과 관련해 그는 "원칙적으로는 검·경이 한 몸이 돼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갖춰야 한다"면서 검찰의 나머지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옮기는 개혁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런 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약자를 보호하고 기득권층을 견제하려면 검찰이 강력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표출했다.

윤 총장이 '중수청을 막기 위해 직을 걸겠다'고 발언했다는 기사 제목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제목이다. "직을 걸고 막으라고들 한다"고 <국민일보> 기자가 운을 떼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나는 어떤 일을 맡든 늘 직을 걸고 해왔지,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야 한다."

직을 걸어서 될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답변이다.

그의 진정한 목표가 검찰권 유지에 있다는 점은 아래 질문에 대한 답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검찰 흔들기라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다.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검찰개혁을 검찰 흔들기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수사권을 모두 잃지 않으려는 검찰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뿐이다. 그런 이해관계를 하필이면 '대한독립 만세의 날'에 드러냈다.

중수청 = 특고경찰?

다음날인 2일에는 정경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중수청을 신설하는 한편,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개편해 영장 청구 및 기소·재판을 전담시키려는 개혁안을 비판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목 "최근 자행되는 중수청, 공소청 설립 등 검찰개혁에 대한 단상(斷想)"의 글에서 정경진 검사는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하며 양자(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여서 이를 일도양단으로 분리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하므로 다음 단계인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가 이전 단계인 수사까지도 관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면 검찰의 인권보호 기능이 약화될 거라고 주장했다. 검찰권이 약해지면 검사들이 국민 인권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소와 공소유지 권한만 부여되는 공소청은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헌법상 역할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던 종전의 검찰 역사를 되돌아보도록 만드는 발언이다.

윤석열 총장 및 정경진 검사와 다소 결이 다른 방식으로 3·1절에 입장을 표명한 검사가 있다. 성기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가 바로 그다. 경찰대학교를 졸업하고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경찰 역사를 거론하는 방식으로 중수청 설치를 반대했다.

성기범 검사는 중수청을 일본제국주의 특별고등경찰(특고경찰)에 비유했다. 더글라스 맥아더 사령관도 치를 떨었던 바로 그 특고경찰에 빗댄 것이다. 맥아더가 그 정도로 싫어했다는 점은, 성 검사가 경찰대를 졸업한 2004년에 <한국경찰연구> 제3권 제2호에 수록된 노호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논문 "정보경찰의 역사적 변천 과정에 관한 비판적 검토"에도 설명돼 있다.
 
연합군사령관 맥아더 원수의 일본 점령정책은 일본 군부와 내무성을 해체하여 민주사회를 건설하려는 것이었고, 특히 '군국 일본'이라는 괴물의 근간은 내무대신의 한마디 명령이 즉각 전국에 하달되어 일사불란하게 수행되는 경찰체제에 있다고 보고, 내무성을 해체하는 동시에 경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자 하였다. (중략)

이에 따라 1945년 10월 4일 연합군총사령부는 '정치적·공민적 자유 및 종교적 자유에 관한 각서'를 발표하고 일본 정부에 대하여 치안유지법의 폐지 또는 적용 정지, 비밀경찰기관 및 검열감독·보호관찰 관계 부·국(部局)의 폐지, 내무대신을 비롯한 중앙과 지방경찰 최고 간부 및 특고경찰 직원의 파면 등을 명하였으며, 이 명령은 일본 경찰 재편성의 중요한 방침이 되었다.
 
특고경찰 직원들을 파면했을 정도로 맥아더는 그 기관을 싫어했다. 그런 특고경찰을 성기범 검사가 중수청에 빗댄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3월 1일 이프로스에 올린 '중수청: 일제 특별고등경찰의 소환'에서 성 검사는 "여권이 구 일본제국의 유령을 소환하고 있는데, 사상 관련 사무를 취급하기 위해 꾸린 조직인 고등특별경찰"이라고 말했다.

어불성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심의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선서문이 걸려 있다.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독립성의 핵심은 힘 있는 자가 힘을 부당하게 이용하고도 돈과 조직 또는 정치 보호막 뒤에 숨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며 “그런데 검찰은 검찰권 독립과 남용을 구분하지 못하고 검찰권의 독립 수호를 외치면서 검찰권 남용의 상징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제 편에게는 유리하게 편파적으로 자행해 온 검찰권 행사를 차별 없이 공정한 법치를 행하는 검찰로 돌려 놓겠다”며 "흔들림 없이 전진하고 두려움 없이 나아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선서문이 걸려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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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수청이 사상범·정치범 전담 기구인 특고경찰을 닮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수청은 부패·경제·공직·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같은 지배층 범죄를 다루는 곳이다. 반면, 특고경찰은 반체제 세력을 전담하는 곳이었다. 시인 윤동주도 일본 특고경찰에 체포된 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단순히 전문 분야를 수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중수청을 특고경찰에 빗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배층 수사기관인 중수청과 반체제세력 수사기관인 특고청의 차이를 혼동하는 것은, 지배층 범죄인 쿠데타와 반체제세력 '범죄'인 혁명의 차이를 혼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실, 특고경찰을 연상케 할 만한 조직은 한국 현대사에 이미 있었다. 과거의 경찰 정보과나 과거의 중앙정보부도 유사한 면이 있었다. <윤동주 평전>을 쓰는 기회에 특고경찰 자료들을 분석한 역사학자 송우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서 그는 "그 기능과 구조가 우리나라 유신시대의 중앙정보부와 비슷했다 할까"라고 느낌을 표현했다.

성 검사는 특고경찰이 상급 기관을 거치지 않고 내무대신에게 직접 보고했으므로 '중수청=특고경찰'이라고 주장했다. 특고경찰이 일반 경찰과 분리됐다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검사는 법률가다. '사실상 그러했다'는 것과 '법률적으로 그러했다'는 것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 직업이다. 특고경찰이 내무대신에게 직보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의 문제'였다. 위의 노호래 논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전국 도·도·부·현 경찰에 설치된 특고과는 형식상 경시총감이나 도·도·부·현 경찰본부장의 소속 하에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내무성 경보국(警保局) 보안과장이 일원적으로 지휘하였으며, 1932년에는 경시청 특별고등과를 특별고등경찰부로 승격시켰다."

'특고경찰이 일반 경찰과 분리된 조직이었으므로 한국의 중수청에 상응한다'는 성기범 검사의 발언은 위의 인용문과 충돌한다.

또 그는 중수청을 두고 "검사는 물론 누구로부터 통제를 받지 않는 수사기관"이라며 "특고가 가진 위상·직무를 그대로 가지게 된 중수청을 검사는 물론 아무도 통제하지 못한다"라고 과장되게 발언했다. 그의 말대로 중수청이 검사의 통제를 받지 않으므로 잘못된 조직이라면, 과거의 국가정보원을 상대로도 검사들이 동일한 비판을 했어야 한다.

일제의 특고경찰은 악명 높은 반역사적인 범죄 조직이었다. 맥아더가 1945년 10월에 특고경찰 간부 약 500명을 추방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의 후예들이 아직도 일본 정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의원직을 세습하고 있다. 이들이 한일관계를 망치는 주범이기도 하다.

2016년에 <일본연구> 제67호에 수록된 한의석 성신여대 교수의 논문 '정치의 세습화와 일본의 세습 의원'은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전범으로 비판"받는 세습 의원들과 관련해 "세습 의원들의 국가주의 경향은 집안 내력과도 관련이 있는데,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 체제에서 반대자를 탄압하던 특별고등경찰 간부 출신자의 후손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악명 높은 전범 조직을 성기범 검사는 중수청에 비유했다. 새로 신설될 기관에 대해 지나친 발언을 한 것이다. 검찰이 중수청에 권한을 내주는 면에만 주목했지, 중수청이 수행하게 될 긍정적 기능을 간과했기에 나온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의 조직적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뜻 깊은 3·1절에 즈음하여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일부 검사들이 중수청을 반대하며 검찰권 유지를 외쳤지만, 한결같이 조직 이기주의를 드러내는 데 그쳤다. 일제 특고경찰을 운운하는 엉뚱한 발언까지 있었다. 사회 전체의 공익보다 조직의 특권을 우선시하는 한국 검찰 문화를 다시금 생각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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