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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작가연합 회원들이 시낭송으로 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시낭송으로 피력하는 전쟁연습 중단 요구 민족작가연합 회원들이 시낭송으로 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지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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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작가연합(상임대표 김창규 시인)은 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 위험 고조시키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주한미군은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민족작가연합 소속 5명의 시인들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며 쓴 시를 차례로 낭송한 후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박금란 시인은 한 참가자가 대독한 '주한미군은 패잔병'이라는 시에서 '우리민족은 미제에 충성하는/ 개가 아니고 인간'이며 '주인'이라고 피력했고, 심종숙 시인은 '인디언들의 도끼 이름을 딴 토마호크' 미사일은 '신자유주의 질서에/ 맞서는 나라들을' 목표로 해 왔지만 이제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오는/ 미국의 펜타곤을 조준하라'고 노래했다. 

이어지는 시낭송에서 작가들은 '미국에게 쑥대밭이 되어도 제 목숨 부지하며' '하수인으로 전락'한 위정자들을 질타(조현옥)하는가 하면 '꽃망울이 톡톡 피어나는/ 꽃 물결 속에/ 남북의 평화 물결도' 함께하기를 기원했고(이인영), '반제투쟁의 역사가 증언'하듯이 '어떤 제국도 우리민족을 이길 수 없다'며 미국은 '전쟁연습을 중단하라'고 외쳤다(지창영).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하여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온겨레의 염원을 무시하고' '전쟁연습을 또 하겠다는 것은 지난 2018년부터 고조되었던 평화 분위기를 완전히 냉각시키고 대결로 되돌리려는 책동'이며 결국 '미국과 남측이 공모하여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깨고자 하는 범죄'라며 반대의 이유를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전쟁연습 중단하고 평화의 봄 다시 열자!

오는 3월 8일부터 18일까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한다. 군 당국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훈련 규모와 형태를 조정하는 등 어떻게든 여론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고 하는데 문제는 규모와 형태가 아니라 훈련의 궁극적 성격이다. 방어적이라는 미명과는 달리 결국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하여 그 지휘부를 타격·점령한다는 작전계획에 따른 훈련이 아닌가.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온겨레의 염원을 무시하고 자칫 북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는 전쟁연습을 또 하겠다는 것은 지난 2018년부터 고조되었던 평화 분위기를 완전히 냉각시키고 대결로 되돌리려는 책동에 다름 아니다.

북의 핵무력 완성과 ICBM 시험 성공에 놀란 미국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과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는 대신 제재와 압박이라는 과거의 정책을 답습해 왔으며 그것도 모자라 남과 북이 취하는 평화적 조치들을 사사건건 방해해 왔다. 평화의 새시대를 위해서는 마땅히 폐지해야 할 전쟁연습을 극구 고집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바라지 않는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보여 주는 하나의 현상이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의 태도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하여 적대관계 해소를 약속한 평양공동선언과 당시 국방부장관 송영무가 서명한 군사분야합의서 정신에 따르면 북을 겨냥하는 전쟁연습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비록 미국의 압박에 따라 피동적으로 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후과는 우리민족에게 미칠 수밖에 없는 일임을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한미가 연합하여 벌이는 전쟁연습은 미국과 남측이 공모하여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깨고자 하는 범죄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 땅의 주인으로서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전쟁연습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또한 자주‧민족‧민중을 위해 복무하는 작가로서 만악의 근원이자 한반도 평화의 걸림돌인 주한미군의 철수를 강력히 주장한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부려도 무르익는 봄을 막을 수 없듯이 전쟁연습으로 평화의 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국제정세의 시계는 미국의 몰락을 향해 분초를 다투고 있으며, 세계 자주화의 흐름은 그만큼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 산천에는 진달래가 만발할 것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미국과 연합하여 벌이는 전쟁연습을 단호히 접고 평화의 봄을 향해 과감히 나서야 할 것이다.

이 땅에서 제국주의의 간섭을 몰아내는 것은 제2의 독립운동이다. 우리는 민중과 함께 일심단결로 자주통일의 한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미국은 우리민족을 이길 수 없다.

- 전쟁 위험 고조시키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
- 미국의 신식민지 유지군 주한미군 철수하라!
- 남북교류 가로막는 5.24조치를 해제하라!
-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가로막는 한미워킹그룹 해체하라!
- 국회는 4.27판문점선언 비준하라!

2021년 3월 2일
민족작가연합

태그:#지창영, #민족작가연합, #전쟁연습, #주한미군, #평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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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학박사, 번역가. 충남 청양 출생. 시집 <<송전탑>>(2010). 번역서 <<명상으로 얻는 깨달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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