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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업체가 사실상 은행·카드사처럼 영업할 수 있게 하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피해갈 수 있도록 한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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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업체가 사실상 은행·카드사처럼 영업할 수 있게 하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피해갈 수 있도록 한 법안이 있습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입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정부와 핀테크 업체 등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조만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이죠.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 금융사 노조 등은 이 법안이 통과하면 우리나라 금융산업 시스템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인 은산분리 원칙과 전업주의(겸영금지) 원칙 등이 훼손될 수 있는 내용이 법안에 담겨 있다는 겁니다. 

또 핀테크 업체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건강, 성적취향 등 개인의 사생활 관련 민감 정보까지 수집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논란의 핵심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환급 의무 없는 선불충전금

법안에서는 종합지급결제업이라는 새 업종이 등장합니다. 현행 전금법상 대금결제업(이용자와 가맹점 사이 재화 등 대가를 결제)과 결제대행업(결제·정산·예치 등 대행), 자금이체업을 아우르는 핀테크업의 '끝판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청 이후 금융위원회의 지정에 따라 이 업종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놀랍게도 비금융업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도 종합지급결제업자(아래 지급업자)가 할 수 있는 금융사업은 무궁무진합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행업'으로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급업자는 현재에는 은행만 개설할 수 있는 요구불계좌와 유사한 결제계좌를 직접 발급하고, 보유·관리까지 할 수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는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이체한 돈이나 타인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선불충전금 형태로 이 통장에 넣어둘 수 있습니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17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이자 지급이 금지되기 때문에 은행 수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금융위 입장"이라며 "하지만 지급업자는 소비자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각종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선물하는데, 적립비율 등이 은행 요구불계좌 예금금리보다 훨씬 관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은행 예금과 달리 지급업자에는 선불충전금을 소비자에게 반드시 돌려줘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습니다. 이런 우려를 고려한 것인지 전금법 개정안에는 '이용자예탁금의 보호' 조항이 들어갔는데, 대금결제업자의 경우 예탁금 중 절반만 은행 등 관리기관에 넣어두면 됩니다. 여전히 지급업자에 대한 환급 의무는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또 소비자가 쓰지 않고 남은 선불충전금은 상법상 채권 소멸시효 5년이 지나면 사업자에게 자동으로 넘어갑니다. 은행의 경우 휴면예금은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도 소비자가 요구하면 즉시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후불결제도 가능... 한도는 금융위가 정한다
 
 지난달 2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정의연대,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등이 개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정의연대,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등이 개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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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업'과 유사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금법 개정안에 담긴 '후불결제업' 허용 관련 조항인데요, 소비자가 지급계좌의 잔액이 부족하면 개인별 신용도에 따라 외상구매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안 발의자는 의안서에서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도록 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던 사회초년생 등 금융소외계층도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용카드 대신이라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다만 해당 법이 통과하더라도 당분간은 후불결제로 큰 금액의 외상구매를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보면, 대금결제업자의 후불결제 한도는 현행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수준인 30만원으로 도입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이용자 편의성, 이용 추이 등을 고려해 추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금법 개정안에선 후불결제 한도에 대한 부분은 모두 당국에서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후 한도가 대폭 오를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소득능력이나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잉채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지금은 30만원이지만 이후 100만원 등으로 상향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카드 기능과 똑같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카드업과 같은 서비스인데 규제는 엉성

이처럼 지급업자는 사실상 은행·카드업과 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도 은행법 등 금융 관련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득의 상임대표는 "지급업자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금융업권에서 까다롭게 실시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예금자 보호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핀테크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도 "법안이 통과하면 소비자는 네이버 등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보험·펀드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며 "그런데 만약 사모펀드 사태처럼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해 네이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3월말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될 예정인데, 핀테크 업체들은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개정안에 대해 네이버 등 소위 '빅테크' 쪽 수혜만을 생각하는데, 소형 대부업체 등도 이런 사업에 대거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충분한 감독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전금법 개정안을 폐지하고, 핀테크 업체들도 기존 금융권 내 규제를 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유럽연합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핀테크 사업자에 대한 규제 특례는 없는 상황입니다. 조혜경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은 핀테크 신사업자나 신종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기존 금융법제에 편입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그러면서도 은행, 비은행 금융회사, 비금융 핀테크·빅테크 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핀테크 사업자에 대해 특별한 지원도, 사전통제도 하지 않는 무개입주의를 특징으로 합니다. 하지만 EU나 미국 모두 '서비스로서 은행업(banking as a service: BaaS)', 즉 핀테크 업체에 대해 예외적인 규제 특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같다는 것이 조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금융·의료정보 가진 핀테크, 정보보호법 배제? 
 
 지난 8월 5일 정부서울청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모습. 이날 개보위는 데이터 3법 시행으로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공식 출범했다.
 정부서울청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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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이른바 '빅브러더' 논란도 나왔습니다. 핀테크 기업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질의를 받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전금법 개정안 일부 조항은 보호법 체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도 우려된다"고 답변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일반법으로 모든 개인정보에 적용해야 하는데, 전금법 개정안에선 보호법 적용을 배제해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핀테크 업체가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구체적인 사항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돼 있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위는 "이용자에 관한 정보 등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건강·성적 취향 등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의 우려도 높습니다. 이상훈 변호사는 "전자결제(PG) 업체 등이 개인정보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정보나 의료정보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데, 사업자 스스로 이런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편리함·간편함을 강점으로 하는 이런 새로운 서비스가 개인정보 관리 측면에서 악용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소비자연맹에서는 지난달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개인정보 문제를 일관성 있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금융 분야 역시 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금융위는 전금법 개정안 관련 지적된 문제 조항에 대해 즉시 개선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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