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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8미중 하나인 예산소갈비.
 예산8미중 하나인 예산소갈비.
ⓒ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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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미 가득한 육즙, 부드러운 식감, 달달하고 짭짤한 그 맛에 감탄을 쏟아놓게 되는 음식. 귀한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을 때, 조금은 특별한 날에 찾는 음식. 바로 소갈비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맛집이 많아 웬만한 음식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예산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양념소갈비는 무려 80년 역사를 자랑한다. 오랜 전통과 깊은 맛으로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 사람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지금도 비싼 가격인 소고기, 80년 전에는 어떻게 먹었을까? 예산사람들은 선술집 '소복옥'에서 양념소갈비를 맛보기 시작했다. 1941년 자그마한 국밥집으로 시작한 이곳이 선술집이 되면서 소갈비가 안주로 나왔다. 

"지금 소복갈비 자리 주변에 화신옥, 소복옥, 삼선옥 등 유명한 술집이 모여 있었대요. 각자 내놓는 안주도 다 달랐는데, 우리 집은 소갈비를 숯불에 구웠어요. 그게 맛있어서 입소문을 타고 외지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 거죠. 1958년부터 '소복옥'을 '소복갈비'로 이름을 바꿔 갈비전문 식당으로 운영했어요."

소복갈비 김영호(68) 대표가 옛 기억을 더듬는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그의 할머니가 일제강점기에 문을 열었고 김 대표의 고모 김복순 여사, 어머니 이수남 여사가 맛을 이어왔다.
 
1980년대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소복갈비’ 건물. 간판에 쓴 ‘40년 전통’이 눈에 띈다.
 1980년대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소복갈비’ 건물. 간판에 쓴 ‘40년 전통’이 눈에 띈다.
ⓒ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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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비싼 음식인데도 장사가 잘 된 이유는 예산이 부촌이었기 때문이에요. 이 시골에 호서은행이 세워질 정도니까요. 예산에 그렇게 부자들이 많았고, 음식 잘하는 식당이 예산읍내에 특히 많았어요. 그러니 소비가 잘 됐던 거지요. 다른 지역에는 전혀 없는 소갈비를 예산에서 맛있게 하니까 외지 손님도 정말 많이 왔어요. 주로 의사, 땅부자, 정치인, 직장인들이 와서 먹고, 손님을 대접하기도 했죠."

'갈비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삼우갈비 박유진(66) 대표의 말이다. 대표 소갈비 맛집 2곳인 소복갈비와 삼우갈비는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삼우갈비 박유진 대표의 모친 이천종 여사는 당시 '소복옥' 주방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직원이었다.

박 대표는 그곳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일하며 '소복옥' 살림살이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 끈끈한 관계를 잇던 김복순 대표가 세상을 떠나자 이 여사와 박 대표는 소복갈비 일을 그만두고 1986년 새롭게 '삼우갈비'를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소복옥'에서 일하며 제가 정육점에서 갈비를 가져왔어요. 정육점이 소 한 마리를 잡으면 갈비 두 짝을 자전거에 실어오는 거예요. 저녁에 하교하면 집에서 외상장부를 작성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신례원, 역전시장, 오가에 있는 정육점에 들러 갈비값을 계산하고 난 뒤 학교에 갔어요. 당시 하루 매출이 200만~300만 원이었으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팔았습니다."
 
기름을 제거하고 살을 발라낸 뒤 간장양념에 버무려 2~3일 숙성하면 맛있는 양념소갈비가 완성된다(왼쪽). 숯불에서 적당하게 구워내고 식지 않도록 데운 석판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기름을 제거하고 살을 발라낸 뒤 간장양념에 버무려 2~3일 숙성하면 맛있는 양념소갈비가 완성된다(왼쪽). 숯불에서 적당하게 구워내고 식지 않도록 데운 석판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 <무한정보> 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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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양념소갈비 명맥을 잇는 두 식당이 한우암소만을 고집해 사용하는 것은 타지역과 다른 우리 지역만의 특징이다. 암소는 기름이 많아 제거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인력이 많이 들어 웬만한 식당은 거세우를 사용하지만, 거세우보다 육즙이 풍부하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맛있는 양념소갈비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갈비 손질부터, 양념, 숙성, 굽기 등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겨 있다. 

제일 먼저 갈비 겉에 붙은 기름을 떼 내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육절기로 갈비를 자르고 양념갈비 부위와 갈비탕 거리를 분리한 뒤 갈비살을 발라 칼집을 낸다. 간장을 기초로 갖은양념을 더해 버무려 2~3일 숙성하는데, 계절마다 숙성 속도가 달라 가장 맛있을 때를 찾는 것이 포인트다.

갈비를 구워 식탁에 올리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고기 굽는 곳 앞에서 하나하나 집어먹으며 술을 마시던 목로문화에서 유래된 거 같아요. 옛 건물에는 방마다 구이 시설을 갖추기 어려웠을 뿐더러, 소갈비를 먹을 정도면 거의 대접 받는 경우인데, 누구 한 명이 굽느라 바쁘면 힘들잖아요. 선술집이었을 때는 갈비를 구워 손님에게 낸 뒤 그 자리에서 잘라줬어요."

갈비 베테랑들이 알맞게 구워준 것을 맛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서민 음식도, 자주 먹을 수 있는 흔한 고기도 아니지만, 예산소갈비의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비결은 무엇일까.

"갈비는 달콤한 보물인 거 같아요. 어버이날이나 어린이날,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주고 싶은 마음으로 오잖아요. 내가 사줘도 뿌듯하고, 대접받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맛있게 먹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음식하는 사람도 짜릿하고 예산의 갈비 맛을 이어온다는 자부심이 생겨요. 갈비가 참 '보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귀한 음식을 나누려는 '정'이야 말로 그 정답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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