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인신매매 대응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실패는 그 동안 인신매매 범죄가 제대로 처벌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피해자는 보호는커녕 법집행공무원에 의해 식별도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신매매 대응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실패는 그 동안 인신매매 범죄가 제대로 처벌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피해자는 보호는커녕 법집행공무원에 의해 식별도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신매매·착취방지와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5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법률안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 기사에 소개된 다음의 인신매매 사례들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생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례
#1. 공연노동자로 한국에 왔지만, 외국인 전용 유흥주점에 넘겨져 술 구걸과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필리핀 여성의 사례.

#2. 한국 어선에서 착취와 차별과 학대를 당하지만, 이탈보증금과 같은 재정적 장치, 장기간의 항해와 같은 물리적 장치, 여권 압수와 같은 사회적 장치 때문에 배를 떠나지 못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의 사례.

#3. 브로커에 속아 한국에 온 뒤 마사지 업소에 구금돼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태국, 모로코 출신 여성의 사례.

#4. 직업 소개 업자에게 속아 섬에 있는 염전에 보내져 임금도 받지 못하고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당하지만, 섬을 탈출할 수 없는 지적 장애인이나 노숙인의 사례.


이러한 사례들은 유엔 인신매매방지 의정서가 정의하는 인신매매에 해당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러한 인신매매에 대응하는 데 지속적으로 실패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 인권 조약기구 등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의 실패를 비판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같은 내용의 권고를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의 실패

인신매매 대응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실패란, 그동안 인신매매 범죄가 제대로 처벌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피해자 보호는커녕 법집행공무원에 의해 식별도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신매매 범죄 처벌의 실패에 대해서는 지난 5회의 기고 글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피해자 식별에 실패해 왔는지 예를 들어 살펴보려고 한다.

사례
#4. 염전 노예 사건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지적 장애인 피해자가 경찰에 도움을 호소하러 갔다가, 오히려 경찰이 피해자를 염전주에게 넘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3. 마사지 업소 업주가 태국 여성들을 구금한 상태에서 손님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해 입건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수사기관과 출입국당국에 연락해보면 어김없이 피해자들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었다가 이미 강제퇴거가 되고 없다.

#2. 어선에서 착취와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하선을 한 뒤 선주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 베트남 국적의 이주어선원을 송입업체라고 하는 한국의 인력모집업체가 출입국 당국에 이탈 신고를 하고, 출입국당국은 송입업체의 말만 믿고 이주어선원을 강제퇴거한다.

#1.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필리핀 여성들을 수사기관은 수갑까지 채운 상태에서 피의자로 수사를 한다. 수사 후에는 여성들을 출입국당국으로 넘기는데, 여성들을 인수 받은 출입국당국은 여성들이 공연장소가 아닌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서 술 접대 일을 했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리고 외국인보호소에 구금을 시킨다.

강제퇴거명령을 받았지만 여성들은 필리핀으로 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풀려나지도 못한 채 장기간 구금된다. 수사기관은 영장 없이 여성들에 대한 구속 상태ㅔ 두고 수사를 계속하기 위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여성들의 출국정지를 법무부장관에게 신청하기 때문이다.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졌기에 출입국당국은 여성들을 외국인보호소에 명령이 집행될 때까지 구금할 수 있다. 출국정지 결정으로 강제퇴거명령도 집행되지 않는다. 영장 없이 무기한 구속수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여성들에게 출입국당국은 여성들의 동의 없이 가해자인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업주를 칸막이도 없는 폐쇄된 방에서 면회하도록 한다.


법집행공무원들은 그들이 출입국관리공무원이든, 근로감독관이든, 수사기관이든 인신매매를 당한 피해자를 식별하지 못하고 방치한다. 심지어는 2차 피해를 입히고 나아가 피해자를 인신매매자에게 다시 데려다주면서 인신매매 대응에 실패해왔다.

인신매매 피해자들, 식별되지 못할 위험이 크다
  
 법집행공무원들은 인신매매를 당한 피해자를 식별하지 못하고 방치한다. 심지어는 2차 피해를 입히고 나아가 피해자를 인신매매자에게 다시 데려다주면서?인신매매 대응에 실패해왔다. 피해자 식별이 보호를 위한 전제가 됨에도, 법률안에는 식별과 관련된 조항의 거의 없다.
 법집행공무원들은 인신매매를 당한 피해자를 식별하지 못하고 방치한다. 심지어는 2차 피해를 입히고 나아가 피해자를 인신매매자에게 다시 데려다주면서 인신매매 대응에 실패해왔다. 피해자 식별이 보호를 위한 전제가 됨에도, 법률안에는 식별과 관련된 조항의 거의 없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피해자 식별이 보호를 위한 전제가 됨에도 불구하고, 법률안에는 식별과 관련된 조항이 거의 없다. "여성가족부장관이 피해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보호하기 위하여,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및 보호에 관한 지표를 개발하여 고시하고, 활용을 권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법률안 제14조가 유일하게 유의미한 규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식별 지표가 없고 활용 권고가 안 되어서 피해자를 식별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개발한 피해자 식별 지표가 있고, 각 정부 부처는 그 활용을 권고받은 바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가 법집행공무원에 의해 피해자로 식별되었다고 하더라도 비장애인 성인이 피해자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장관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법률안 제3조 제3호). 그러나 법률안에는 확인 절차의 대강조차 규정하지 않았고,  자세한 내용을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위임하겠다는 조항도 없다.

위에서 소개한 끔찍한 피해자 식별의 실패를 염두에 둘 경우 법률안이 통과되면 인신매매 피해자는 식별되어 보호받을 것인가? 지금의 법률안으로는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수진 의원 측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반론 기사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면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반론] 인신매매특별법, 사각지대 놓인 피해자 위해 필요하다 http://omn.kr/1s6um
[반론] 신안염전 노예사건, 인신매매방지법 제정의 근본적 이유다 http://omn.kr/1s7dd

관련 정부 기관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한 법률안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법률안이 시민사회와 협의 없이 여성가족부가 관계 정부 기관의 의견을 반영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정희, 김춘진, 남윤인숙 의원 등이 발의한 인신매매 특별법안은 시민사회와 협의를 통해서 나온 반면 이수진 의원 측은 시민사회와 그러한 협의과정을 갖지 않았다.

2020년 여성가족부가 준비한 인신매매특별법안 초안은 내가 아는 것만 네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는 괜찮은 것도 있었지만, 관련 정부 기관에 회람이 되면 될수록 누더기가 되어 나왔다. 그런 식으로 초안이 더 이상 해어질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이수진 의원이 받아서 대표발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의원 측은 <오마이뉴스>에 3회에 걸쳐 여성가족부 등 관련 정부 기관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첨부해가면서 반론 기사를 게재했고, 2월 26일 자 '인신매매방지법 제정안, 법체계 고려한 피해자 보호 법안'(http://omn.kr/1s8h9)이라는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관련 정부 기관의 판단에 의존해 시민사회 단체들의 우려를 비판했다.
 
"인신매매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은 형법, 성매매알선처벌법,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그리고 특정강력범죄처벌특례법 등 개별 법률에 이미 존재한다. 현재로서 법조항 상의 처벌 공백은 없다는 것이 관계 기관들의 일관된 판단이다."


인신매매에 연루된 관련 정부 기관
   
 한국어선에서 인신매매를 당하는 이주어선원들은 하루 20시간씩 일하면서 낮고 차별적인 임금을 받는 등의 착취를 당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과 선원법 해당 조항에 노동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어선에서 인신매매를 당하는 이주어선원들이 하루 20시간씩 일하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 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과 선원법 해당 조항에 노동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 MBC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누가 지금까지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보호는커녕 식별조차 하지 못하고 2차 가해를 입히고 심지어는 가해자에게 돌려보냈는가? 그 '관계 기관들'이다.

과거에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를 비준하면서 누가 위 의정서의 이행 법률은 당시 신설한 형법 제289조로 충분하다고 했는가? 위 의정서의 이행 법률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자 보호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때, 누가 범죄피해자보호법 등이 있으니 보호와 관련한 특별법은 필요 없다고 했는가? 바로 '그 관계 기관들'이다.

한국어선에서 인신매매를 당하는 이주어선원들이 하루 20시간씩 일하면서도 낮고 차별적인 임금을 받는 이유는 근로기준법과 선원법 해당 조항에 노동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고, 해수부장관이 매년 한국인 선원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고시하고, 이주 선원의 최저임금은 한국인 선원으로 구성된 노조와 선주들의 합의로 알아서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관계 기관'이 인신매매에 연루된 것이다.

이주어선원들은 고액의 이탈보증금을 내고, 여권을 압수당하고, 구금되기 때문에 착취를 당해도 사업장을 벗어날 수 없다. 그 이유는 '관계 기관'인 해양수산부가 고용허가제와는 달리 송출입 과정을 사적 시장에 '완전히' 맡겨 놓았기 때문이고, 동의서를 받는 경우에는 "여권을 보관할 수 있다"라고 했기 때문이며, '외국인선원복지교육원'이라는 구금시설이 운영되도록 자금을 지원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어선에서 일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입국한 이주어선원을 선주가 어선뿐 아니라 육지에 있는 어장막에서도 일할 것을 강요한다. 그 이유는 '관계 기관'인 출입국당국이 선주에게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형식으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원래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는 이주민이 신청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에는 선주가 신청해도 이주어선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출입국당국이 허가해주기 때문이다.

어장막에서의 노동은 선원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선주는 이주어선원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장막에서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한다. 왜 그럴까?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고 어장막에서 일하는 어선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계 기관'인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필리핀 여성들은 공연기획사에 속아서 E-6 비자로 한국에 와서는 외국인 전용 유흥 업소에 파견되어 구걸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그 이유는 '관계 기관'인 문화관광부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공연기획사에 E-6 비자 발급의 조건인 '외국인 국내 공연 추천'을 하고, 고용노동부는 근로자파견사업허가를 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걸과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필리핀 여성 중에는 업주에게 여권을 압수당할 뿐 아니라 외국인등록증 자체를 만져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다. 왜 그럴까? '관계 기관'인 출입국당국이 최근까지 공연기획사에 외국인등록을 대리할 수 있도록 했고, 업주가 필리핀 여성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압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출입국관리법이나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 E-6비자란: 예술흥행비자를 말하며, 세 가지(E-6-1, E-6-2, E-6-3)로 분류된다. 그중 E-6-2비자는 관광진흥법에 의한 호텔업시설, 유흥업소 등에서 공연 또는 연예 활동에 종사하는 자(가요·연주자·곡예·마수사 등)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E-6-2비자 소지 연예인은 미군부대 근처의 클럽이나 유흥업소, 공연기획사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해자 지원해 온 시민사회의 목소리 들어야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억울해도 이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자신들의 취약성 때문에 억울하고, 인신매매 범죄에 희생이 되어서 억울하다. 게다가 보호를 해야 할 한국의 관련 정부 기관들이 자신들을 방치하고, 심지어는 인신매매에 소극적 또는 적극적, 법적 또는 관행적으로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억울해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법률안은 관련 정부 기관들의 입장에 철저하게 의존해서 만들어졌다.

현장에서 인신매매에 실제로 대응할 수 있는 법을 만들려면 '관계 기관들'의 말만 들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관계 기관들을 견제하면서 억울해 죽을 지경에 처한 인신매매 피해자들과 그들을 옹호해 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수진 의원 측은 인신매매와 싸워야 할 때, 시민사회와 열심히 싸우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 2021년 3월 5일 오전 10:30 국제이주기구 등 주최하는 '인신매매특별법 제정 제대로 가고 있는가?'(https://bit.ly/380Ppia)라는 제목의 온라인 토론회가 열립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링크에서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기획 / 처벌 조항 없는 인신매매특별법 필요없다]
① 이수진 의원의 '인신매매특별법', 실망스럽습니다 http://omn.kr/1s648
② 대통령까지 나섰던 '염전 노예사건'의 허무한 결말 http://omn.kr/1s6l8
③ 욕설, 폭행, 착취에도... 그들은 배 안을 벗어날 수 없었다 http://omn.kr/1s75f
④ 인신매매에 감금까지 당했는데... 그녀는 피의자가 됐다 http://omn.kr/1s7ul
⑤ 인신매매특별법, 기업도 자유롭지 않다 http://omn.kr/1s81t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공익법센터 어필 상근 변호사입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익법센터 어필은 소송, 법률교육, 국제연대, 공익법중개, 제도연구, 입법운동 등을 통해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다국적기업의 인권 침해 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공익변호사 단체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