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가 많이 찾는 골드 코스트, 멀리 골드 코스트 중심가에 고층빌딩이 줄지어 있다.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가 많이 찾는 골드 코스트, 멀리 골드 코스트 중심가에 고층빌딩이 줄지어 있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낯선 곳에서 지내는 캐러밴 생활은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야외에 앉아 책을 읽거나 처음 보는 풍경 속을 걷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오늘은 오후가 되면서많은 캐러밴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생각해 보니 금요일이다.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가족 단위 혹은 단체로 온 사람으로 캠핑장은 시끌벅적하다. 

캠핑장에 있는 수영장도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많다. 금요일 하루 결석하고 왔을 것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한국에는 개근상이 있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하루도 결석하지 않아 6년 개근상을 받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학교는 꼭 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학교를 대충 다니는 아이가 많다. 

호주 오지를 여행하다 보면 통신으로 공부하면서 부모와 여행하는 아이들도 심심치 않게볼 수 있다. 학교를 보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부모 영향이다. 사실, 여행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다. 학교를 꼭 다녀야 하는지,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본다.  

이른 저녁을 끝내고캠핑장을 구경삼아 걷는다. 호주 사람이 즐겨 먹는 생선과 감자 튀김(Fish and Chips)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트럭 앞에는 사람이 줄 서 있다. 포도주 혹은 맥주와 함께식탁에 앉아 떠들썩하게 저녁을 먹는 가족들이 많다.

단체로 온 그룹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도 보인다. 고기와 소시지 굽는 냄새가 캠핑장을 진동한다. 호주 사람들의 주말, 금요일을 즐기는 모습이다. 직장 생활 하면서 금요일 오후에 자주 들었던 TGIF(Thank God It's Friday)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조금 일찍 잠을 청한다. 밖에서는 아직도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텐트에서 지낸다면 수면에 방해될 정도의 소음이다. 그러나 캐러밴에서 지내는 덕분에 지낼 만하다.

토요일 아침 평상시와 다름없이 주위를 걷는다. 캠핑장 해변을 가로지르는 다리 너머에 작은 산이 보인다. 버레이 헤드 국립공원(Burleigh Head National Park)이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하루다. 찾아가 본다. 산책로가 잘 조성된 국립공원이다. 걷는 사람이 많다. 조깅하는 사람도쉽게 볼 수 있다.

높지 않은 정상에 올랐다. 태평양을 마주한다. 멀리 골드 코스트(Gold Coast)의 수많은 고층 빌딩도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서 바닷바람을 마주하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까지 바람이 청소해 주는 것 같다. 심호흡으로 몸 구석구석에 신선한 바람을 끌어들인다.

내친김에 국립공원을 지나 해변까지 걷는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금 걸으니 해변이 나온다. 바다에는 서핑하는 남녀노소로 붐빈다. 안간힘을 다해 파도에 올랐으나 바다에 다시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파도와 함께어울리며 해안까지 먼거리를 멋지게 항해(?)하는 사람도 있다.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변에는 의자도 서프보드 모양으로 만들어 비치하고 있다.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변에는 의자도 서프보드 모양으로 만들어 비치하고 있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사람이 많이 찾는 해변이다. 도로 건너편에는 가게와 식당이 줄지어 있다. 이른 시간이지만 식당에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규모가 제법 큰 일식집이 보인다. 식당 입구에는 개업을 축하한다는 화환이 줄지어 있다. 한국 사람이 하는 일식집이다. 개업한 지 2주 되었다고 한다.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과 인사를 나누면서 점심을 해결한다.

산책로를 되돌아가면서 조금 전에 건넜던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 난간 위에는 중고등 학생들이 줄지어 있다. 다리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기 위해서다. 물살이 세다. 높이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이 줄지어 있는 난간에는 낚시와 점프를 금지한다는 경고 팻말이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로 뛰어든다. 

늦은 오후 캠프장은 어제저녁 이상으로 붐빈다. 떠들썩하다. 간단히 나만의 저녁을 해결하고 야외 의자에 앉아 포도주를 한다.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하다. 외로운가? 자문해 본다. 앞으로 여행하다 보면 혼자 지내는 삶에 익숙해질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혼자 지내는 것을 즐긴다. 

다음날은 예전에 한번 가 보았던 스프링브룩 국립공원(Springbrook National Park)을 찾았다.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거리도 멀지 않다. 하지만 경사를 타고 꽤 많이 올라가야 하는 공원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자동차에 오른다. 커브가 심한 급경사 도로를 천천히 운전하며 오른다. 문득 지난번에 왔을 때 보았던 경사가 급한 층계가 생각난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조금 험한 산책로다. 산책로 입구에 있던 경고가 생각난다. 내려간 후에 다시 올라올 수 있는 사람만 내려가라는 경고가 있었다.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일단 층계가 많았던 등산로를 찾았다. 지난번에 보았던 경고문이 앞을 가로막는다. 경사를 400m 정도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 900개의 계단이 있다고 한다. 100층 높이의 빌딩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특별한 준비도 없이 가볍게 찾은 산행이다. 일단 내려가 본다. 수직으로 조성한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다리가 조금은 후들거리기도 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 혹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도움을 청하기도 어렵다. 긴장하면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다. 올라올 때는 내려가는 것보다 체력이 더 소모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수많은 계단을 무사히내려왔다. 그러나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속의 산책로는계속 내려간다. 혹시 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산책로에 있는 나뭇가지를 적당히 잘라지팡이 대신 사용하면서 걷는다. 혹시 뱀이 나오더라도 지팡이가 있으면 조금은안전할 것이다. 

한참 걸었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은근히 걱정된다. 끝까지 내려가면 캠핑장이 있다. 물도흐를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갈 생각을 포기하고 되돌아간다.

길을 되돌아 수많은 계단을 다시 오른다. 사람 말소리가 들린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녀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양손에는 지팡이 그리고 등산화와 배낭으로 중무장한 차림이다. 나의 아무런 준비 없는 모습과 비교되는 전문 등산객 모습이다.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며 지나친다. 무사히 산책을 마쳤다. 
 
수많은 층계가 있는 등산로, 900개의 계단이 있다고 한다.
 수많은 층계가 있는 등산로, 900개의 계단이 있다고 한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지난번에 왔을 때 전망대들과 산책로를 다 둘러 보았다. 그러나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다. 폭포를 중심으로 4km 정도 되는 둘레길이다. 경사가 심하지만 잘 정돈되어 있다. 경치 또한 빼어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둘러보는 관광 명소다.  

산책로 입구에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폭포를 구경한다. 쌍둥이 폭포(Twin Falls)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으나 물줄기는 하나다. 아마도 요즈음 물의 양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심호흡하고 산책로를 내려간다. 경사가 심한 산책로를 따라 한참 걸었다.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한 폭포 아래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원한 물줄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잡념을 모두 날려 보내는 시원한 폭포를 바라보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물줄기는 숨을 고른 후 계곡을 따라 흘러간다. 흘러가면서 장애물을 만나면 잠시 머물기도 할 것이다. 험한 길은 돌아가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바다까지 흘러갈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상선약수'를 떠올린다. 삶에서 가장 본받아야 할 것은 물이라는 말을 곱씹어 본다. 폭포를 바라보며 나의 삶을 곱씹어 본다.
 
스프링브룩 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빠짐없이 찾는 폭포,
 스프링브룩 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빠짐없이 찾는 폭포,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태그:#호주, #퀸즐랜드, #골드 코스트, #SPRINGBROOK 국립공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