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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2018년 서울로에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문화제
 2018년 서울로에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문화제
ⓒ 공익법센터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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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난민들이 있다. 2020년 3월 31일 기준, 체류 자격만 추산해보면 난민인정자 942명(가족 포함), 인도적체류자 2140명(가족 포함), 난민신청자 3만 1797명이 한국에 함께 살고 있다.

행정 당국은 법적 용어를 사용하여 세부적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따라 다른 처우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난민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난민신청자를 나누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 보호를 신청해 난민심사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을 난민신청자라고 부른다. 정치적 의견, 인종, 종교, 국적 또는 민족,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등의 이유로 본국에서는 중대한 인권 침해를 당할 것이라며 보호를 구하는 외국인들이다.

그중 0.4% 정도밖에 이르지 않은 극도로 낮은 난민인정률(2019년)을 통과해 한국에 거주할 수 있게 된 난민들이 난민인정자라고 불린다. 고문 등 잔혹한 처우를 당할 것이 확인된 사람들은 인도적 체류자라고 불린다. 모두는 아니지만 주로 전쟁이 진행 중인 국가에서 피난 온 외국인들에게 한국정부는 주로 이와 같은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난민을 확인하는 절차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모두가 심사에서 기각되는 현재의 실패한 난민인정절차를 고려하면 이들을 모두 다 간명하게 '난민'이라고 부를 수 있다. 심사과정을 거쳐 서로 다른 법적 지위가 부여되겠지만 난민제도의 틀 안에서 보호를 구하고 있고, 한국에서 비교적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불안정한 삶을 일구고 있는 이상, 사회의 성원권과 인권적 고려에 있어서는 다를 수 없다. 한 사람의 인간은 인간일 뿐 50%만 보호받아야 할 사람, 75%만 보호받아야 할 사람, 100%만 보호받아야 할 사람으로 인간이 구분되진 않는다. 

약 25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난민은 그 수가 매우 적다. 서울에는 약 1000만 명의 시민들이 살고 있다. 부산에는 약 350만 명의 시민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과연 서울과 부산에는 난민이 얼마나 함께 살아가고 있을까? 서울에는 2020년 3월 기준 난민인정자 141명(가족 포함), 인도적 체류자 153명(가족 포함), 난민신청자 6501명이 살고 있었다. 6795명의 난민이 서울시의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부산에는 2020년 3월 기준 난민인정자 53명(가족 포함), 인도적 체류자 10명(가족 포함), 난민신청자 904명이 살고 있었다. 967명의 난민이 부산시의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난민도 주민이다 
 
서울 한 인쇄소에서 일하고 있는 난민
 서울 한 인쇄소에서 일하고 있는 난민
ⓒ 공익법센터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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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도 주민이다. 난민이 지역사회의 주민이라는 것이 생경할 수 있지만 말이다. 대한민국의 법제에서는 주민등록과 외국인등록이 구분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의 시민들이 주거를 이전하면 주민등록을 하듯 난민들은 외국인등록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다. 등록된다는 의미는 법률상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고, 달리 말하면 국가가 이들을 파악하여 세금을 납부케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난민들은 지방세, 국세, 및 거의 모든 종류의 직간접세를 납부하며, 지역에서 소비하고, 재화를 구매하며, 다양한 형태의 노동력을 제공한다. 지역 사회의 다른 주민들과 어울려 관계를 맺으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서울시에 살아가는 6759명, 부산시에 살아가는 967명의 주민인 난민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아니며 지자체에서 이들을 그렇게 취급할 수도 없다. 투표권이 없다거나, 숫자가 작다거나 하는 이유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난민들은 여러 행정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부의 오해와 달리 난민들의 삶은 어렵다. 난민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권리가 없다. 추방되지 않고 한국에 살아갈 자격, 직장에 취업해도 잡혀가지 않는 자격 같은 난민이 얻는 자격은 권리가 아니다. 사회의 성원으로 살아간다면 당연히 회복되어야 할 일부 자격이 회복되는 것뿐이다. 

한국사회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들에게도 녹록지 않다. 그런데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여타 다른 이주민들과 달리 한국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거의 연계가 없는 상태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삶이 결코 쉬울 수 없다. 수많은 한국사회의 정보로부터도 한국어를 완벽히 구사하지 않는 한 소외된다. 해외에선 '난민'으로서 같은 범주에 놓이는 북한이탈주민과 같은 정착지원은 전혀 없다. 갖고 있던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이 과거 본국에서 어떻다 하는 것과 무관하게, 과거의 경험에 따른 직업을 얻기도 어렵다. 

실제로 난민들은 대부분의 사회보장 혜택에서는 비켜나 있고, 그나마 있는 것들이라 하더라도 전달체계마저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 한국어의 장벽은 너무나도 높다. 코로나19의 국면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정보 속에 계속해서 날아오는 한국어 안내문자는 단지 아직 이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공포감만 부여하는 것뿐이다. 지방정부는 난민들을 알고 있고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두려움이 전국을 삼켰던 2020년 초, 긴급재난지원금은 중앙정부에서 '원칙적으로 외국인은 지급 제외'였다. 긴급한 상황에서 애초에 정부는 당연한거 아닌가, 라며 입안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하지 않다. 독일에서 지급되는 코로나19 즉시지원금은 세금번호를 받고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19 고통 분담을 위한 현금 지원책을 약 200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에게까지 지급했다. 일본의 경우, 3개월 이상 체류자격이 있다면 국적을 따지지 않고, 1인당 현금 10만 엔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인간의 권리가 세금 납부 기준으로 축소되진 않지만 난민들도, 이주민들도 세금을 엄연히 내고 살아가고 있는데, 왜 이들만 배제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가? 지방자치단체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별도로 지급하게 됐을 때도, 지자체마다 모두 제각각이었다. 공적 마스크는 더했다.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없던 외국인들 46만 명은 한국에 적법하게 오랫동안 살았다 하더라도 마스크를 구매할 수조차 없었다. 

난민들에게 시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난민이 운영하는 제주 와르다 식당에서
 난민이 운영하는 제주 와르다 식당에서
ⓒ 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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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난민에 관한 정책은 중앙정부의 역할로만 여겨졌다. 심사해서 난민의 지위를 부여하고 체류를 허가하는 일, 관련 권리와 의무를 확인하는 법률을 주무 부처로서 관리하는 일 그것은 중앙정부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민들은 법적 절차만 단선적으로 밟아가는 종이 위의 A, B가 아니다. 난민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체적인 공간에서 구체적인 시간 동안 살아가는 '지역 주민'이다.

첫째로, 지방자치단체는 난민 삶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간헐적으로 연구용역 등을 통해 확인하는 종이 위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주민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정보적으로도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들이 많다. 

코로나19가 많은 시민에게 그렇듯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겼고 불안정한 직장마저 잃은 난민들이 많다. 전달체계인 주민센터를 찾아가도 난민들은 대화와 소통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적극적으로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둘째로, 중앙정부가 완전히 손 놓고 있는 난민들의 복지제도에 지방자치단체가 나설 수 있다. 법적 절차만 밟아가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공백 속, 지역 주민인 난민들이 해당 지역에서 채우는 공간과 시간을 다뤄야만 한다. 

법률상 중앙정부의 예산과 계획으로 '의무'가 부과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자체가 얼마든지 사업을 펼칠 수 있다. 현재 정책도, 예산도 제대로 편성되어 있지 않으나 실제로 난민들의 정착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거주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할하고 있다. 난민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곳은 출입국사무소가 아니라 지역사회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법령하에서 난민들에게 부여되는 복지혜택은 거의 없다. 난민 지위를 확인받은 난민인정자만이 요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을 뿐이나, 다른 상황에 있는 난민들도 모두 생계유지 자체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의 정기 등교가 중단되자 그나마 정기적인 급식마저 끊겨 식사도 어려운 난민아동들도 많다. 짧게는 현재의 코로나 국면에서 논의되는 지자체별 긴급재난지원금 범위에 난민들을 이주민들과 함께 포괄적으로 포함할 수 있고, 길게는 사각지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로,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는 것도 지방자치단체가 나설 수 있다. 차별금지법 혹은 평등법의 논의가 답보상태에 있어 계속해서 소수자들에게 발생하는 차별이 '나쁘다'가 아니라 '당연하다'라고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가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서울시, 부산시이므로 알릴 필요가 있다. 물론 현행 인권조례도 부족하지만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행 인권조례는 모두 난민들에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인권 기본조례 제2조 제2항 "시민"이라 함은 서울특별시(아래 '시'라 한다)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둔 사람, 체류하고 있는 사람, 시에 소재하는 사업장에서 노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부산광역시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제2조는 다음과 같다. '이 조례는 부산광역시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두거나 일시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사람에게 적용한다.'

현재 정무적인 고려가 중심이 되어 아무런 인권 친화적 공약이 보이지 않고 있으나 향후 선거 과정이 진행되며 바뀔 것이라고 기대한다. 기본적인 원칙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장을 보고 싶다. 난민들도 같이 살아가는 주민인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시장을 원한다.

태그:#난민, #서울시장, #부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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