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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장혜영 의원은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2월 4일에 한 외교연설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해당 일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외교 및 해외 조력자들이 성소수자를 불법화하는 것과 싸우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장혜영 의원은 이에 대해 "성소수자 권리 보호를 바이든 행정부가 중요한 외교 기조로 삼은 것은 시민의 존엄에 있어서 국경이 있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재난과 불평등의 한복판을 지나는 이 시기에 모두의 평등과 존엄이 숨 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합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장혜영 의원은 한국의 차별금지법이 계속 통과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기 위해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될 만하다. 그러나 비록 그의 모두발언이 나온 것이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혜영 의원이 모두발언에서 한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지지의사 표명은 현실 국제관계에 대한 무지와 낭만주의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미국이 인권의 이름으로 국제개입을 했을 때 인권이 성장하긴 커녕 그 나라의 인권이 역으로 후퇴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핑크워싱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연설은 지금까지 미국이 국제적으로 걸어온 길과 비추어 봤을 때 명백한 핑크워싱 전략으로 풀이된다. 즉, 지금까지 미국이 저질러온 실책과 전쟁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이스라엘이 자주 써왔던 전략이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자신들의 팔레스타인 학살 행위를 은폐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중동에서 유일하게 성소수자 인권을 챙기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죽인 팔레스타인 사람들 중 퀴어가 있었더라도 말이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서 성소수자 인권 담론을 통해 자신들을 인권 친화 국가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학살한 팔레스타인 사람들 중에 여성도 있고 성소수자도 있다.
▲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서 성소수자 인권 담론을 통해 자신들을 인권 친화 국가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학살한 팔레스타인 사람들 중에 여성도 있고 성소수자도 있다.
ⓒ Blue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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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랍의 봄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진행했던 리비아 내전, 시리아 내전의 개입의 결과물을 생각해보자. 리비아는 군벌과 부족들의 내전이 현재진행형이며, 시리아 내전은 서방이 지원한 반군들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으로 흡수되면서 오히려 중동의 인권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게다가 미국은 중동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여성과 성소수자들에게 열려 있던 집단인 로자바(시리아계 쿠르드족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자치집단)를 터키 극우 에르도안 정권에게 던져버렸다. 당연히 미국은 지금까지도 이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사과 한 마디 없다. 바이든의 연설은 바로 이러한 자신들의 추악한 과거를 인정하지 않고 은폐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인권 명분으로 전쟁 개입, 그래서 나아졌나?

장 의원이 어떠한 목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연설을 지지했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당연히 통과되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당연히 연대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정당 관계없이 지금까지 중동과 남미의 일반 민중들에게 가했던 고통을 무시하고 연설 내용에 대한 기호로 무작정 환영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중동과 남미의 성소수자들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지는데 지금 당장 한국에서의 차별금지법을 위해서 눈을 감는다면 그 법은 대체 무엇을 위해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국회의원이라면 낭만주의를 버리고 좀 더 냉정하게 국제관계를 살폈어야 했다. 미국의 입장을 환영하면서도 그들의 위선과 폭력을 지적하고 꼬집었어야 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태그:#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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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사, 사회복지 관련 글을 쓰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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