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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자'(서울포기자)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서울 집값에 치여, 혹은 더 좋은 주거 여건을 찾아 서울을 탈출해 집을 구한 사람들을 부르는 말인데요. 서울 천만 인구도 이젠 옛말이라는데 이 표현, 곱씹을수록 좀 묘합니다. '서포자'라는 단어 속에는, 서울에 사는 건 당연하고 그 외의 지역에서 사는 건 예외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담겨있는 것 같거든요. 어쩌면 서포자는 서울 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 중심 사회'에 대한 청년 시민기자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창문 풍경
 창문 풍경
ⓒ 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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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나의 자취방에 대한 특이한 소문이 퍼졌다. 우리 집이 '뷰 맛집'이라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우리 집에 놀러 와 창문 너머의 탁 트여 있는 경치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곳의 월세를 궁금해했다. 넌지시 말해줬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싸도 너무 싸서. 

갑자기 얘기의 주제는 집값으로 바뀌었다. 한 명은 대학생 때 처음으로 서울 대학가에서 자취를 했는데, 단칸방 하나가 월세 120만 원이었다는 얘기를, 서울에 취직한 다른 친구는 내 집 월세의 두 배를 주고 사는데 집에 빛도 제대로 안 들어온다는 얘기 등을 했다.  

'다시 이 지역에 와서 살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 매일 왕복 3시간을 지옥철에서 출퇴근할 자신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서포자(서울을 포기한 사람의 줄임말)'가 되지 못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일 거다.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해서 이만 가보겠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친구들을 역까지 배웅했다. 분명 오랜만에 만나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는데, 왠지 마음 한쪽이 무겁다. 하루 종일 붙어 있던 우리들의 거리는 언제부터 멀어졌을까.

원치 않은 '서울살이'를 택한 청년들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나를 '김포의 딸'이라 불렀다. 2살에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 와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이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사이 친구들은 대개 대학, 취직, 결혼 등의 이유로 이곳을 떠났다.

그들은 딱히 '서울살이'를 원치 않으면서도 출퇴근 시간 등의 이유로 이 지역을 떠나야만 했다. 나 또한 대학이나 직장을 서울로 갔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고, 훨씬 작은 단칸방에서 삶을 꾸려야 했을 것이다.

나는 그간 오마이뉴스에서 15편의 자취생 이야기를 썼다. 퇴근 후 막걸리로 요리를 해먹고, 로컬푸드를 사먹고,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 이것이 단지 나 개인의 부지런함 덕분일까. 사사로운 것에 시간을 낼 수 있는 환경의 차이는 아닐까.

몇십 년의 세월 동안 경기도 외곽, 내가 사는 지역도 많이 변했다. 논 위에 수많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 동네를 '베드타운(Bed town)'이라 부르는 것이 못마땅했다. 이 지역도 충분히 특색 있고 재미난 것들이 많은데, 그저 '잠만 자면 되는 곳'으로 여기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생각을 바꿔 놓는 장면을 목격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 조깅을 하는데, 버스 정류장에 긴 행렬이 있었다. 그들은 잠도 깨지 못한 채로 서서 졸며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시 나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했을 그들과, 물병을 들고 새벽 산소를 마시는 나의 모습은 몹시 대조적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체력이 필요했다. 나는 운 좋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한국의 도시 전경
 한국의 도시 전경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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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자'가 오명이 되지 않는 날을 꿈꾸며

그들에게 마냥 서울을 포기하라 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우리 동네는 일자리가 턱없이 적고, 교통도 미비했다. 그들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서울 의존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지역적 특색과 이를 바탕으로 고유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유행을 틈타 지은 산토리니풍 건물이 아직도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고, 한국의 베네치아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수로는 이용객이 적어 텅텅 빈 상태다.

청년들에게 서울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라면서 부동산은 '서울 인접 최적 입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고, 시에서는 온 동네에 해외 유명 명소를 빗대기 바쁘다. 집 앞에는 오피스텔만 빽빽이 들어서고 있다. 과연 지역은 스스로 테두리가 아닌 중심지가 될 노력은 하고 있는 것일까.

지역 활성화에 대한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주말마다 서울로 놀러 나가며 왜 우리는 이런 문화의 거리가 없을까 아쉬웠지만, 오늘날 우리 동네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느 날은 강남에 위치했던 유명 방탈출카페가 우리 지역으로 규모를 키워 본점을 이주했다. 그 외 한적함을 살린 디저트 카페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외부에서 찾아오기도 하고, 그 중엔 오히려 본점이 이곳이고 분점을 여의도에 낸 곳도 있었다. 크고 넓은 테마 카페들이 유행하면서 오히려 낮은 땅값이 메리트가 된 셈이다.

사람들은 특색이 있는 곳이라면 서울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업체들은 언제든지 환경이 바뀌면 다른 곳으로 지점을 옮길 수 있다. 시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안주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모여든 외부 유입층에 각인될 만한 지역적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회초년생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서울살이를 꾸려가고 있다. 청년주택에 응모해 1년 가까운 시간을 기다리거나, 같이 월세를 분담할 룸메이트를 구하거나, 아예 다인실이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는 중에도 늘 마음 한 켠에 자신의 어릴 적 동네를 담아두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은 결국 서울과 차별화된 지역적 특색이다. '서포자'가 어쩔 수 없이 서울을 포기한 사람이 아닌, 서울이 아니더라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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