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배구단 선수들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선수들 ⓒ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한국도로공사가 드라마 같은 대역전승을 거두고 '봄 배구' 불씨를 살렸다.

도로공사는 27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홈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에 먼저 두 세트를 빼앗기고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정규리그 선두 흥국생명과 2위 GS칼텍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가운데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놓고 3위 기업은행과 4위 도로공사가 격돌한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올 시즌 양 팀에게 가장 중요한 승부였다.

'몰빵 배구' 한계 드러낸 기업은행

기선을 제압한 쪽은 기업은행이었다. 1세트에서 팀의 공격 득점 21점 중 무려 14점을 올린 러시아 출신 공격수 안나 라자레바의 활약을 앞세워 도로공사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1세트를 25-23으로 따냈다.

2세트는 더 쉬웠다. 기업은행은 상대 블로킹을 무력화하는 라자레바의 타점 높은 공격에 힘입어 25-20으로 2세트마저 따내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라자레바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결국 기업은행 스스로 발목을 잡은 꼴이 되고 말았다. 3세트 들어 라자레바가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주춤했고, 도로공사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추격에 나섰다.

켈시 페인과 박정아의 공격이 살아나며 기세가 오른 도로공사는 배유나의 블로킹 득점까지 터지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기업은행은 라자레바를 대신해 표승주가 공격에 나섰지만 범실에 그치고 말았다.

도로공사는 3세트를 25-21로 따내며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전열을 가다듬은 기업은행은 4세트 들어 김희진, 김주향 등으로 공격을 다변화했다. 하지만 라자레바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면서 '몰빵 배구'의 한계를 드러냈다.

전세 뒤바뀐 도로공사-기업은행, 마지막 웃는 자는?

결국 치열한 16-16 동점 상황에서 도로공사가 치고 나가면서 25-20으로 승리, 세트스코어 4-4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운명의 5세트가 시작되자 도로공사는 이고은의 서브 득점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라자레바는 팀이 5-6으로 끌려가던 위기에서 더 이상 통증을 참지 못하고 벤치로 물러났고,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해 눈물까지 흘렸다.

라자레바의 눈물에 자극을 받았는지 기업은행은 표승주와 김희진의 가로막기 득점에 이어 육서영의 백어택이 성공하며 13-10의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한 켈시가 13-13 동점을 만들었고, 매치포인트에서 마지막 득점까지 올리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승점 39점을 쌓은 도로공사는 3위 기업은행을 1점 차로 바짝 뒤쫓았고, 1경기 덜 치른 상황이라 포스트시즌으로 가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반면 라자레바가 무려 43점을 퍼붓고도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기업은행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라자레바가 허리 통증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더욱 어려운 처지가 된다. 아직 주인을 알 수 없는 마지막 봄 배구 티켓이 과연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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