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포스터

<시녀 이야기> 포스터 ⓒ Bioskop Film

 
 
한 무리의 여성들이 컴퓨터 앞을 통과한다. 어떤 여성에게는 음성이, 어떤 여성에게는 양성 판정이 내려진다. 음성 판정을 받은 여성들은 절규하며 다시 검사를 촉구한다. 그 여성들은 트럭으로 옮겨져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이송된다. 이 검사는 임신을 할 수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을 가르는 검사로 임신 불가인 음성 판정을 받은 여성들은 오염된 땅인 콜로니로 이송되어 평생 노역을 하게 된다.
 
최근 시즌5 제작을 확정 지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 <헨드메이즈 테일>은 여성에게 닥친 끔찍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그린 작품이다. 영문학의 거장이자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투쟁을 다룬다. <시녀 이야기>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양철북>으로 잘 알려진 독일 출신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다.
  
 <시녀 이야기> 스틸컷

<시녀 이야기> 스틸컷 ⓒ Bioskop Film

 
작품은 제목 그대로 시녀가 되어버린 미래 시대의 여성들을 보여준다. 길리아드 공화국이란 가상의 왕국은 핵 화학물질의 오염으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불임 상태인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중절 수술을 금지시키고 임신 가능한 여성들을 강제로 모은다. 이 여성들이 앞서 양성 판정을 받은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한 장소에 모여 철저하게 통제를 받는다. 일정 시간 '핸드메이즈'로 교육을 받은 뒤 부유한 집에 시녀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우수한 유전자로 판명 받은 집주인의 아이를 임신해야 한다. 길리아드공화국 경비원들의 공격으로 남편을 잃고 딸을 잃어버린 케이트는 핸드메이즈로 훈련받은 뒤 사령관의 집으로 보내진다. 사령관의 아내 세레나는 언제나처럼 집에 온 핸드메이즈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과, 같은 여성이 임신을 못한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다는 점 때문이다.
 
케이트 이전에도 두 여성이 사령관의 집으로 보내졌고, 일정 기간 안에 임신을 못했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해졌다. 세레나는 남편이 불임의 이유라 생각하지만 길리아드 공화국에서는 출산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여성이 지게 된다. 더는 여성들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았던 세레나는 케이트가 관심을 보이는 운전기사 닉과 몰래 관계를 맺을 것을 제안한다. 이 제안에는 같은 여성이 지니는 동질감과 함께 남편을 독차지하고 싶은 세레나의 마음이 담겨 있다.
  
 <시녀 이야기> 스틸컷

<시녀 이야기> 스틸컷 ⓒ Bioskop Film

 
<시녀 이야기>는 생존을 이유로 국가가 출산을 권력화하는 이야기다. 임신이 가능한 여성들은 적색 센터라는 곳에서 같은 여성들에 의해 억압된 교육을 받는다.
 
핸드메이즈가 된 여성들이라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된 게 아니다. 그녀들은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핸드메이즈의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여성을 사형시킨다. 작품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은 건 소수 기득권층이다. 이에 속하지 못한 여성들은 임신을 할 수 없으면 죽임을 당하거나, 할 수 있어도 핸드메이즈가 되어 불안한 삶을 이어간다. 남성의 경우는 정치범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다.
 
이런 국가의 모습은 소수권력을 통한 억압을 의미한다. 이는 핸드메이즈가 입는 옷을 통해 잘 표현된다. 옷의 생김새는 이슬람권 국가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과도 같은 히잡을 연상시킨다. 그 색이 새빨갛다는 점은 남성을 자극하는 성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며 그 탄압의 메시지를 형상화한다. 여성들의 성생활을 억압하면서, 자신들의 성생활에는 그들을 이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시녀 이야기> 스틸컷

<시녀 이야기> 스틸컷 ⓒ Bioskop Film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20세기 말이라는 점은 원작자 마가렛 애트우드가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억압과 위협을 먼 미래가 아닌 그 시대에 바라봤다는 점을 의미한다. 원작 <시녀 이야기>는 1985년 출간됐다. 불과 10년이 조금 넘어가는 시간을 미래로 설정하며 핵 전쟁의 위협과 환경오염 문제, 사회에 만연한 여성차별과 억압의 위험을 SF 장르에 맞게 버무리는 상상력을 선보였다.
 
이 영화가 드라마나 소설에 비해 국내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 완성도에 있다. 흥미로운 설정과 사령관-케이트-세레나 사이의 심리 스릴러는 인상적이지만, 2시간이라는 런닝타임에 원작이 지닌 사회적 의미와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후반부를 급하게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완성도와 별개로 소수자가 지닌 권력이 사랑과 출산이라는 개인의 영역을 어떻게 침범하고 억압하는지 보여주는 세계관은 현대사회에 곱씹을 문제를 제기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시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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