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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왼쪽부터), 조은희, 나경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DMC에서 열린 채널A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 4인 합동 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신환(왼쪽부터), 조은희, 나경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DMC에서 열린 채널A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 4인 합동 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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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공방전이었다. 국민의힘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의 경선 합동 비전토론회는 4명의 후보들 간 설전이 오가며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후보 2명씩 1대 1로 묶어서 진행했던 지난 3회의 맞수토론과 달리 4명 모두가 한 테이블에 참전하는 형식 덕분이었다. 토론이 뜨거워지면서 시간관계상 당초 2분씩 예정되어 있던 후보들의 마무리 발언 시간도 1분으로 줄여야 했다.

특히 경선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오세훈‧나경원 후보를 향해 공방이 집중되는 모양새가 여러번 연출되기도 했다.

오세훈, 행정수도 이전 관련 입장 바뀌었다?

이날 오세훈 후보는 여러 차례 '말바꾸기' 논란에 시달렸다. 조은희 후보는 오 후보가 과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 볼 가치가 있다"라고 발언한 점을 상기시켰다. 행정수도 이전, 국회의 세종특별시 이전 등에 관한 입장을 그때와는 바꾼 것인지 따져 물은 것. 그는 "30초 안에 예스, 노로 답해줘라. 국민투표를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추궁했다.

오 후보는 "의견을 여쭤본다고 했다. 여론조사 방법도 있다"라고 답을 갈음하려 했으나, 조 후보의 공격이 이어졌다. 결국 오 후보는 "기억이 안 난다. 주민투표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했으나, 조 후보가 과거 오 후보가 '국민투표'를 제시한 점이 있음을 꼬집자 "아, 그래요?"라며 "오래 전 일이라..."라고 말끝을 흐렸다. 조 후보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신 모양인데, 서울 시민이 원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최근 국회의 세종특별시 이전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시민의 반대 여론이 더 높았던 점을 들며 "시장이 되면 여론조사를 해서 많은 분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입장을 가지는 게 서울시장의 도리라는 말씀을 드렸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조 후보는 "대선으로 갈 때는 충청표를 의식해서 행정수도 충청권으로 이전해도 좋겠다, 국민투표 검토해보자 이러시더니 지금은 시장이 되면 다시 시민 의견 물어보겠다는 건 두루뭉술한 입장"이라고도 비판했다.

나경원 "오세훈, 중요한 문제는 본인 철학 이야기 안 해"

나경원 후보 역시 같은 취지로 재차 공격했다. "입장을 바꾼 것인가, 안 바꾼 것인가?"라고 묻자, 오 후보는 "그렇게 말하면 답변할 방법이 없고, 서울이 좀 맏형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나 주민투표를 부칠만한 상황은 아니고, 서울 시민의 의견을 여쭙고 다수 의견에 따라 입장 정리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나 후보는 "분명히 (언론) 인터뷰에서는 여러 번 국민투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은 늘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 지난번에도 똑같이 말씀하시더라"라고 꼬집었다. 이어 "퀴어축제, 광화문에서 열리는 게 맞느냐, 틀리냐 그러면 말씀하시는 게 '차별에 반대한다'라고만, 열리냐 마느냐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본인의 철학을 이야기 하는 것을 이렇게 저어하는데, 어떻게 위기의 시정에서 서울을 이끌어 가시겠는가"라고도 따져 물었다.

오 후보는 "퀴어축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소수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된다고 말씀드렸다"라며 "다만,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을 쓰는 문제는 위원회가 있다. 규정도 있다. 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지, 시장이 하는 게 아니다, 원래"라고 재차 강조했다. "제 개인적 의견을 물으셔서 저는 그분들이 저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수도이전 이야기 자꾸 하는데, 지방이 너무너무 힘들다"라며 "서울만 살 생각하지 않고, 그런 기관 몇 개 내려간다고 서울에 큰 지장 없다. 너무 민감하게 생각할 것 없다"라고 답했다.

나경원 "내가 왜 강경보수" vs. 오세훈 "중도 실체 없다고 한 건 나경원"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후보와의 1대 1 대결에 매진하는 모양새였다. 특히 자신이 '강경보수'이기 때문에 '중도 확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반박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공방 과정에서 '되치기'를 당하기도 하는 등 모두가 효과적인 공방은 아니었다.

나 후보는 최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오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나경원 후보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어렵다는 발언이었다. 나 후보가 "어떤 취지인가?"라고 묻자 오 후보는 "앞뒤 맥락을 보면 그게 오해라는 걸 알 수 있다"라며 "사회자 질문이 '나경원 후보가 중도확장력이 떨어집니까'였고, 나는 단일화 자체가 어렵다는 게 아니라 단일화가 되면 안철수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나 후보가 "어떤 의미에서 안철수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오 후보는 "본인이 짜장면, 짬뽕 말하면서 보수본색이라고 이야기했다"라고 꼬집었다. 나 후보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짬뽕이 좌파라면, 짜장은 우파" "중도는 짜장에 짬뽕 부은 것" 등의 발언을 해온 것을 재차 상기시킨 것이다. 나 후보는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강경보수라고 아주 이분법적으로 말하고 있다"라며 "낡은 이분법"이라고 반발했다.

나 후보는 "나는 보수 정치인"이라면서도 "철학과 신념에 대해서는 원칙에 가깝지만 누구에게나 의견을 듣고 누구의 머리라도 빌릴 자세가 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를 만난 것이나 선거캠프에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영입한 점을 언급하며 '강경보수'가 아니라 항변한 것.

오 후보는 이에 대해 "'중도는 허황된 이미지다' '뭐가 실체가 있는지 모르겠다' '뭐가 중도인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본인이 했기 때문"이라며 "수도권 선거는 스윙보트의 마음, 중도의 마음을 잡지 않으면 힘들다는 의미이다. 따뜻하게 어려운 분들을 보듬고 그 분들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중도우파, 따뜻한 보수를 하는 게 저의 신념"이라고도 강조했다.

나경원, 오세훈 발언 오해하고 엉뚱한 데 반박권 1분 소진

비슷한 해프닝은 후반부에서도 반복됐다. 오 후보는 자신의 마지막 주도권 토론 시간에, 평등과 공평의 차이에 대해 보여주는 그래픽 판넬을 꺼내들었다. 이미 몇 번 사용한 바 있는 판넬이었다. 오 후보가 "우리 당은 가진 자를 위한 정당이 아니라 기업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를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라며 "이 그림이 정확하게 우리 당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설명을 이어 나가려는 찰나, 나 후보가 자신의 마지막 반박권을 쓰며 발언권을 얻었다. 나 후보는 "오 후보께서 줄곧 저를 '강경보수'다라고 말씀하면서, 여기에 대해 말씀하신 이유가 갈수록 바뀌고 있다"라며 자신의 장외투쟁 및 원내대표로서의 성과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2011년에 도망간 장수가 싸우는 장수에게 나무라는 것"이라고도 오 후보를 비난했다.

나 후보의 마지막 1분이 끝나자, 오 후보는 "제가 지금 말씀드리려는 주제가 전혀 그런 게 아니었는데 오해가 깊은 것 같다.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오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자신이 추구하는 안심소득 정책의 기본방향과 시범실시 구상에 대해 시간을 들여 설명한 뒤, 이에 대해 "골고루 한 분씩 코멘트를 들으려고 했는데, 방금 전 나경원 후보가 그 기회를 다른 용도로 쓰셨다"라며 "이 실험에 대해 조은희‧오신환 후보 의견 달라"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마무리 발언 직전 마지막 주도권 토론의 엔딩을 장식할 기회를 엉뚱한 데 써버린 셈이었다.

국민의힘은 오는 3월 1일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후보 간 토론을 종료하고, 오는 3월 2일부터 3일 100% 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발표는 3월 4일이다.

태그:#오세훈,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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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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