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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국무부 첫 방문해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워싱턴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경청하는 가운데 외교정책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취임 후 국무부 첫 방문해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 워싱턴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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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미등록자 합법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최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같은 시민사회단체가 미등록자 합법화 요구를 공론화하고 있습니다. 미등록자 증가와 합법화 논의는 병행하는 측면이 있는데, 어떻게, 누구를 합법화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과정이 지난합니다. 전면 합법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과 합법화 자격을 갖춘 사람을 한정하려고 하는 정부 사이의 간극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40만에 가까운 사상 최대의 국내 체류 미등록자 해법 논의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상당수 국가로부터 이주노동자 국내 입국이 금지되다 보니 산업 현장에서는 일손 부족을 호소하지만 언제 문제가 해결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이러한 때에 미등록자 합법화는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산업현장에는 숨통을 트이게 하고, 정부 당국은 외국인력과 외국인 정책 합리화를 꾀할 수 있는 해법입니다. 

미등록자는 세금 낼 수 없나요?
 
 2007년 12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단속추방반대 행진하는 이주노동자들
 2007년 12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단속추방반대 행진하는 이주노동자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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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억은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와있던 베트남 군대 동기들과 연락하던 중 "한국어를 공부하면 나중에 쓸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2002년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 들어왔습니다. 그가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사귀던 여자친구 장미는 "군에 있을 동안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결혼도 하지 않고 한국 간다"라며 극구 말렸습니다. 장미도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완구억을 찾아 2005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둘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천정에까지 녹이 잔뜩 슨 컨테이너 안에 신방을 마련했습니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 말고는 부족한 게 없이 행복했던 부부는 "애만 낳고 베트남으로 가자"고 약속하고 시험관시술을 시작했습니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시술 비용은 감당하기 벅찬 금액이었지만 아이를 갖겠다는 소망 하나만으로 매달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그동안 벌었던 돈을 쏟아붓고 두 차례의 유산 끝에 2017년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부부는 '대한민국에서 얻은 복덩어리'라는 뜻으로 아기 이름을 '국복'이라고 지었습니다. 불행 끝 행복 시작이 될 줄 알았던 국복이의 탄생은 부부에게는 시련의 시작이었습니다.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인공 수정과 반복된 수술로 이주노동으로 번 모든 돈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아기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자 고향에 사 뒀던 땅까지 다 팔았습니다. 친구들이 알음알음 도와주기는 해도 이주노동으로 빠듯하기는 마찬가지인 사람들이라 더 이상 염치가 없을 지경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서 폐정맥 연결 이상, 심장과 심혈관, 폐와 위까지 복합적인 문제로 수술을 반복해서 받아야 했던 아기는 지금도 먹고 토하는 일이 잦습니다. 영양을 제대로 흡수 못 하는 까닭에 또래들보다 작은 체구의 아들을 보며 부부는 아기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대한민국에서 체류하며 건강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심을 안겨도 부모에게 생명은 복덩어리였습니다. 복덩어리, 국복이 치료를 위해 모든 것을 건 두 사람은 여러모로 합법체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부부는 혹시 세금이라도 꼬박꼬박 내면 합법화시켜 줄 수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국세청은 미등록자들에게 세금 납부 고지해야

대한민국 정부는 미등록자들의 은행계좌 개설을 원칙적으로 막아 경제활동을 제약하고 외환 송금 등도 못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들로부터는 어떠한 세금도 직접 받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미등록자 문제를 얘기할 때면, 정부 당국자들은 "세금도 안 내면서 받을 혜택은 다 받으려 한다"며 시비를 겁니다. 이러한 시비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적대적인 이들에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미등록자라도 경제활동을 하는 데 큰 제약을 받지 않으며 세금도 낼 수 있습니다. 이민법과 노동법상 서류 미비자는 개인소득세와 사회보장세 보고를 위하여 미연방 국세청이 발행하는 개인납세자번호(Individual Taxpayer Identification Number)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They are issued regardless of immigration status," 이민 신분에 관계없이 개인납세자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They are issued regardless of immigration status," 이민 신분에 관계없이 개인납세자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 미국연방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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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호를 신청하는 것은 이민법이나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거나 관계 당국에 통보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등록 체류자라도 소득세 보고를 해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이나 그 배우자 및 자녀는 이 번호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 미등록 체류자들이 개인납세자번호를 갖고 세금 보고를 하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향후 영주권이나 노동허가증을 이민국에 신청할 때 세무보고서가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18일, 2021년 1월 1일 기준으로 1100만 미등록자들에게 5년 뒤 영주권 신청 자격을, 8년 경과 후 시민권 부여 기회를 주도록 하는 이민법안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신원 조사에 응하고, 세금납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때 세금납부를 증명할 방법이 개인납세자번호입니다. 

또한, 향후 실제로 사회보장번호를 받고난 후 개인납세 실적이 있으면 은퇴 후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납세자번호를 갖고 5년간 사회보장 세금을 납부한 후 사회보장번호를 받았다면 그 사회보장번호로 5년만 더 사회보장 세금을 납부하면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자격이 됩니다. 

이처럼 미국은 미등록 체류자라도 개인납세자번호를 부여받은 후 사업장을 개설해서 사업을 할 수도 있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일정 기한이 지나면 영주권 신청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개인납세자번호는 바이든 표 이민개혁법안에서 보듯이 미등록자 합법화 논의에서 사회적 공감대 마련을 위한 근거가 됩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출입국법과 세법이 엄연히 다릅니다. 세무 당국은 징수 자체를 하려 들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미등록자들이 세금 납부를 희망하면 수납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세금을 걷어보면 이들이 얼마나 한국 경제에 기여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자료는 또한 미등록자 합법화 논의가 있을 때,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과 질서 확립을 정체성으로 하는 정부 당국에도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납세자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미등록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미등록자에 대한 정보수집과 단속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들어놓고 시행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정부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미등록자에게 납세자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이주를 막기보다 통제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미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와 국경 통제 갈등을 겪을 정도로 이민자 유입이 많은데, 바이든은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이었던 트럼프 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폐기했습니다. 이민자 친화적인 정책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자유인권협회에 따르면 미 전역에 약 1980만 명의 '필수' 이민 노동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 및 의료 종사자인 이민자의 수는 170만 명이고, 2만 7천 명의 서류 미비자 추방유예제도 수혜자가 의사, 간호사,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미국은 일시적 혹은 영주권 신청을 허락하는 사실상 합법화를 병행하며 다양한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월 20일 서류미비자(미등록) 청소년 추방유예제도(DACA)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서류미비 청소년 추방유예제도(DACA)는 이민법상 합법적인 지위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미등록자 해법의 한 예로 참고할 만합니다. 이 제도는 어려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제도적 혹은 비제도적 입국 후 미등록으로 남은 서류 미비자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이주를 막으려는 게 아니라 철저히 국익을 바탕으로 이주를 통제하고자 하는 정책들입니다. 미등록 이민자들은 매년 연방 정부에 수십억 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필수라고 미국 정부가 인식하고 있습니다. 

초저출산 국가인 대한민국은 국경 통제로 막을 수 없는 이민자 유입이라면 일정 부분 통제 가능한 선에서 미래를 예견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개인납세자번호 등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미등록자 단속과 강제 추방에 따른 예산 낭비와 미등록자 증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실질적 합법화 논의는 시작되어야 합니다. 

미등록자에게 개인납세자번호 신청을 허락하는 것은 시민 공감대 마련을 위한 단초가 될 것입니다. 국세청장님께 공개 질의합니다. 미등록자도 세금 납부가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그 방법과 절차를 알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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