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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돈에 미쳐 돌아간다. 하루가 멀다 않고 경제 관련 신조어가 쏟아진다. '영끌'이나, '빚투', '주린이' 같은 것은 아주 익숙한 말이 되었다. 이렇게 된 데는 까닭이 있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보편적인 주제가 돈과 건강이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가 일반화된 2021년 우리는 날마다 '돈'에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다.
 
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지은이)
 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지은이)
ⓒ 인플루엔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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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의 금융 분석가이자 칼럼니스트 모건 하우절의 신간 <돈의 심리학>은 부제부터 강렬하다.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마치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데, 왜 당신은 부자의 대열에 끼지 못했는지 나무라는 듯하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당연하다. 다만 우리는 그걸 무시하고 살았을 뿐이다.

기원전 600년 무렵 오늘날 터키의 일부인 리디아의 왕 알리아테스가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돈. 2,600년 전통을 가진 유구한 역사만큼 돈은 숱한 이야기의 원천이었다. 이수일과 심순애(<장한몽>)의 비련과 장 발장(<레미제라블>)의 19년 옥살이 배경도 돈이었다. 대쪽 같은 관료 장연상을 움직여 '전가통신' 고사성어를 만든 것도 돈이었다.

운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

스무 가지 이야기와 앞뒤 짧은 글을 포함하는 <돈의 심리학>은 '돈'에 관한 화려한 뷔페식당이다. 그런데 노력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하우절의 확신이 우리를 위로한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는 옛말을 확인하듯 지은이는 곳곳에서 운의 힘을 말한다. 마치 도박자들이 말하는 '운칠기삼'이나 '운구기일'을 확인하는 느낌이라 할까!

얼마 전에 한국 사회에서 '노력'이나 무지막지한 '노오~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풍조가 생겼다.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서나 통용되던 노력이 일상화되면서 우리의 20, 30대는 거듭 무너져 내렸다. 노력하면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득세했으니 말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금융성과는 지능(아이큐)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운에 좌우된다. 금융은 대단한 과학이 아니다. 금융에서는 아는 것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결과는 노력 말고도 여러 가지 힘에 좌우된다. 모든 성공이 노력 덕분도 아니고, 모든 빈곤이 게으름 때문도 아니다. 누군가를 판단할 때는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 16~62p
 
부자가 되고 싶다고?!

부자가 되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하우절은 뉴욕의 투자가인 빌 만의 말을 빌려 간명하게 답한다.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가진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어떤가?! 정말 쉽고 간단하지 않은가. 그는 기본에서 출발하라고 한다. 돈을 벌려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투자의 수익률 증대가 아니라, 저축률을 먼저 올리라는 것이다.

해마다 우리를 따뜻하게 하는 미담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떡볶이나 행상으로 수십억을 번 할머니가 대학에 평생 모은 재산을 내놓았다는 꿈같은 이야기. 행상으로 어떻게 수십억을 모았을까, 하는 궁금증은 <돈의 심리학>에서 금방 해소된다. 소득이 낮아도 부를 쌓을 수 있지만, 낮은 저축률로는 부를 쌓을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워런 버핏을 인용하면서 시간 혹은 복리의 마법을 강조한다.
 
"버핏의 순자산은 845억 달러인데, 그 가운데 842억 달러는 50번째 생일 이후에 축적된 것이다. 815억 달러는 60대 중반 이후에 생긴 것이다. 버핏이 성공한 열쇠는 그가 75년 동안 투자했다는 점이다. 그의 재주는 투자였지만, 그의 비밀은 시간이었다. 시간의 힘이, 복리의 힘이 너희를 부유케 하리라." - 89~95p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다고?!

뜨뜻미지근한 부동산 정책으로 전국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초조하고 가난한 20, 30대의 영혼에 깊은 금이 생겨난다. 막차를 놓칠까 조바심이 난 그들은 주식투자와 아파트 구매의 기나긴 대열에 합류한다. 거액의 빚을 지고, 영혼까지 끌어다가 주식 초보자(주린이)의 행렬에 동참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빚투나 영끌에 절대 반대한다. 빚더미에 빠지는 엄청난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빚에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즉시 신용불량자의 덫에 빠져 헤어나오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투자에는 각자의 고유한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물어보라. 30년을 내다보고 있는가? 아니면 10년 이내에 현금화할 계획인가? 아니면 1년 안에 팔 생각인가? 아니면 하루 거래인가? 당신의 투자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 281p
 
하우절은 투자의 성과를 언제 회수할 것인지를 묻는다. 그것은 투자를 통한 부의 축적이 언제, 왜 필요한지 묻는 것이다. 왜냐하면 투자는 변동성, 공포와 의심, 불확실성과 후회 등의 형태로 투자자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투자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괴로워할 거라면 차라리 투자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게 지은이 생각이다.

그래도 투자하고자 한다면 버핏의 성공사례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버핏은 평생 400~500곳의 주식을 보유했지만, 그에게 거액의 돈을 벌어준 곳은 불과 10곳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면서 한두 군데의 수익성 높은 곳에 집중하면 좋을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할까!

당신에게 돈은 무엇인가?!

<돈의 심리학>이 여타 금융서와 다른 점은 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풍부한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하우절은 부에 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은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 140p
 
이것이 <돈의 심리학>에서 지은이가 거듭 강조하는 문장이다. 이것은 왜 우리가 돈을 벌어야 하는지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문장이다. 무턱대고 돈을 추구하는 것은 수전노로 전락할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돈은 바닷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이 난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은 돈의 속성을 단적으로 지적한다.

그래서일까. 지은이는 우리가 돈이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도 역시 알려준다. 그는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사회적 대의를 위한 일에 참여하며,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겸손을 배우면서 우리에게 부여된 시간, 인간관계, 자율성을 소중히 할 것도 더불어 조언한다.

<돈의 심리학>을 덮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일어난다. 돈은 나에게 무엇이며, 왜 나는 돈을 원하는가. 돈이 있으면 어디에 쓸 것인가. 돈이 없어서 불편한 점은 무엇이고, 돈으로 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술을 많이 먹다 보면 마지막엔 술이 사람을 먹는다. 돈에 너무 집착하면 돈에 사람이 먹힐 수 있다. 자, 당신에게 돈은 무엇인가?!

덧붙이는 글 |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2021, 인플루엔셜.


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지은이), 이지연 (옮긴이), 인플루엔셜(주)(2021)


태그:#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주린이, #영끌, #빚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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