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 우선 협상 도시로 호주 브리즈번을 선정하면서 남북 공동 개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IOC 집행위원회는 25일(한국시각) IOC 브리즈번을 우선 협상 도시로 선정하겠다는 미래유치위원회의 권고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IOC는 올림픽 개최를 7~8년 앞두고 여러 후보지가 경쟁을 벌여 집행위원회 투표로 최종 개최 도시를 선정해왔지만, 최근 들어 올림픽 유치 열기가 떨어지자 적절한 도시가 나타날 경우 우선 협상하는 방식으로 간소화했다.

브리즈번은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시설의 80% 이상을 기존 시설로 활용해 개최 비용을 줄였다. 또, 호주의 7~8월 기후가 온화하고 과거 국제 스포츠 대회를 여러 번 치렀던 경험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만약 브리즈번이 개최지로 최종 확정되면 호주는 멜버른(1956년)과 시드니(2000년)에 이어 3차례나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나라가 된다.

2032년 하계올림픽은 브리즈번 외에도 카타르 도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중국 청두와 충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도 뉴델리, 터키 이스탄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이 뛰어들었으나 남북 공동 개최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비핵화 협상 결렬에 추진력 잃어... "실현 가능성 의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에 나서기로 합의했고, IOC도 환영하며 남북한 당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 협력은 물론이고 올림픽 공동 유치도 추진력을 잃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감염 현황을 알 수 없는 북한의 폐쇄성도 우려를 낳았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 추진 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기도 했지만, 개최 후보 도시를 최대한 빨리 결정하려는 IOC의 행보를 따라잡지 못했다.

호주 공영 ABC 방송은 "남북한의 올림픽 공동 개최는 매력적인 제안이었지만,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질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다소 공상적인 남북 공동 개최는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았다"라고 전했다.

이날 통일부 관계자는 "올림픽 공동 개최에 좋은 여건은 아니지만, 개최지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IOC와 브리즈번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유관 부처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말대로 브리즈번의 올림픽 개최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IOC와 브리즈번이 독점 협상을 벌이기 때문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호주올림픽위원회(AOC)는 "앞으로 10년간 여유 있게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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