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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울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청년위원장과 인터뷰
 박한울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청년위원장과 인터뷰
ⓒ 차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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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청년정치를 꿈꾸며 활동하는 박한울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청년위원장을 만났다. 카페에서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며 요즘 가장 화두가 되고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그의 생각,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우선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6년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에서 정당활동을 시작했고, 울산 북구 이상헌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 향후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아갈 청년들을 대변하기 위해서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에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고요"

- 정당 이력도 오래됐고, 종사하는 직업도 정치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인데 어쩌다 이쪽으로 진로를 정하게 된건가요?
"아마도 부모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제가 살고 있는 울산 북구는 노동자 밀집 지역이어서 노조가 굉장히 잘 활성화 되어 있는데, 어릴 때 아버지가 항상 파업 때문에 몇 달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은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권리와 정당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었죠.

그러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하시고 부모님이 TV를 보시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저렇게 눈물을 흘리시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광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알아보려고 했어요. 책이면 책, 영상이면 영상 노무현 대통령에 관해서 안본게 없을 정도로 빠져든게 인연이 되서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속한 정당에까지 들어오게 되었죠. 아마 10여년 전에 부모님이 TV 앞에서 그렇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전용기 국회의원이 주최한 태국 민주화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
 전용기 국회의원이 주최한 태국 민주화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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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정당 생활을 해오시다가 이렇게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하게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제 나이가 만으로는 27살인데 앞으로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살아가야 할 날이 많잖아요. 그런데 지금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단적인 예로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과거에 지갑, 신분증, 화폐, 은행, 증권 등 모든 생활을 다 영위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더욱더 가속화 될 거고 점점 더 인간들이 하는 일들을 스마트폰 혹은 AI가 대체할게 분명하죠. 모든 업종에서 인간의 노동 역할이 축소될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기존의 관성에 젖은 복지체계를 넘어서 새로운 복지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고 그걸 현실에 반영시켜줄 제도가 기본소득이라고 저는 보고 있는거죠.

몇 달 전에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선거에 나갔어요. 비록 낙선하기는 했지만 평소 제가 생각했던 청년들의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에 대한 화두를 대학생 당원들에게 던질 수 있었어요. 그 때 가장 많이 얘기 했던게 앞으로 우리 청년들이 직면할 문제는 저출생과 저성장이고 이걸 극복할 방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서서히 침체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거였어요.

우선 저출생은 단순히 출산율이 낮다는 문제를 얘기하는게 아니었어요. 점점 다가오고 있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노동을 활발히 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청년 계층이 줄어들면 청년 한 명당 부양 해야 될 노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되고 결국에는 지금보다 우리 청년세대가 내야 할 세금부담이 더욱더 커진다는 거죠.

저성장 또한 마찬가지에요.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4~5% 고성장을 한다면 사실 어느정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어차피 계속 국가 전체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세수도 늘어나니깐요.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1~2%대 저성장에 직면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잘 보이지 않고 있어요. 이런 산적한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청년 세대들이 걱정과 불안을 없애고 미래를 살아갈 수 있겠어요?"

- 그럼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앞서 말한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시는건가요?
"물론 기본소득이라는 제도 하나가 생긴다고 해서 당장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청년들에게 월 30만 원(연간 360만 원)만 지급해도 우리 청년세대들이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어요. 청년세대나 대학생들이 가장 불안해하고 힘들어 하는건 '내가 남들과 똑같은 길을 따라가지 않았을 때 나 혼자서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지금 청년세대들이 모두가 공무원, 공기업에 들어가려고 똑같은 길을 가는 이 상황이 어떻게 보이나요? 기본적으로 50대1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서 2~3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데 결국 소수의 합격자와 대다수의 낙오자를 만들고 있어요. 게다가 몇 년간 공부한 내용은 향후 사기업을 취업하는데 있어서 전혀 도움이 되는 내용도 아니어서 소중한 시간을 공허하게 날리는게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청년들이 한가지 길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다양한 일에 창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씨드머니를 줄 필요가 있다는거죠. 사실 저는 사회적으로보면 굉장히 혜택을 받은 존재에요. 아버지가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단 한번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걱정해본적 없어요.

그 덕분에 저는 몇 년간 다른 친구들이 취업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온전히 정당 생활에만 매진할 수 있었어요. 만약 제 부모님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면 저도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좀 더 빨리 취업 공부에만 매몰 됐을거고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이 정당과 정치에 관련된 업무에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거에요.

그러면서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어요. 청년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의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걸요. 저는 지금 당장 전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는게 재정적 부담이 된다면 적어도 청년세대에게만이라도 우선적으로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자는 입장이에요."
 
청년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박한울 위원장
 청년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박한울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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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기본소득을 우선적으로 줘야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청년만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다른 분들이 동의를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청년세대만 힘든게 아닙니다. 산업화를 이끌어간 지금의 어르신들은 우리나라를 가장 발전시키고도 가장 가난한 위치에 있는게 현실이죠. 물론 이분들에 대한 문제도 풀어나가야 하지만, 청년세대들이 지금 이대로 우리 나라를 더 성장시킬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어차피 다같이 죽는건 시간문제에요.

제가 사실 많은걸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만18~24세를 기준으로 잡고 월 30만 원씩 준다고 하면 연간 15조의 재원이면 충분해요. 그 정도 재원으로 청년들이 가장 활발하게 사회 경험을 하고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이건 단순히 복지 차원을 넘어서 새로운 투자라고 보는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 끝으로 남기실 말씀 있으신가요?
"앞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아갈 사람들은 기성세대가 아니라 지금의 청년들입니다. 인간이 맡고 있는 노동역할이 축소되면 결국 지금의 청년들에 대한 일자리가 줄어드는건 필연적으로 맞이할 시대상황입니다. 그런 세상속에서 청년들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건 결국 창의성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이라고 믿기 때문에 정책 결정 당사자인 기성세대가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해주길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현재의 청년세대들이 정말로 힘든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비록 아직까지는 기본소득의 시대는 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명의 청년으로 시작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 외친다면 우리는 정말로 그런 시대에 살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기사를 마친다.

태그:#기본소득, #박한울, #청년세대, #기성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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