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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 빼돌린 복지관, 용산구청은 무얼 했나
용산구청이 해결 못한 회계비리 문제, 이들이 바꿨다
 
 노사협의회 노동자 대표는 공익제보자 보호를 비롯해 노동조합이 제기한 직장 내 여러 문제사안을 무시했다.
 노사협의회 노동자 대표는 공익제보자 보호를 비롯해 노동조합이 제기한 직장 내 여러 문제사안을 무시했다.
ⓒ 김호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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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익제보한 2019년 서울 용산장애인복지관 회계비리 문제가 다 잘 끝난 것은 아니었다.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애써 바꾼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애석한 일이었다.

당시 용산장애인복지관 노동조합은 중간관리자도 아닌 조합원 3명의 작은 조직이라 직장 내에서 늘 열세였다. 그러나 노조의 투쟁으로 여러 관행들이 없어지면서 모든 직원들이 혜택을 누렸지만 직원들은 노조에 가입하지도 지지하지도 않았다. '총알받이'가 된 기분이었다.

사측과 대화를 해나갔지만 공익제보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노조는 더욱 위축되었다. 노사협의회(노동자의 복리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로 구성하는 협의기구) 노동자 대표에게 공익제보자 보호와 사측과 갈등을 겪던 조리사의 임금 회복 등을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노동자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문제는 직속 팀장이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지만 직장 안에서 노동자이기도 했다. 조직구조에 따라서 직속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팀장은 지시에 대한 권한도 있었지만 폭언과 괴롭힘도 사용했다. 지시에 대한 권한은 당연하지만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난 폭언과 괴롭힘을 나는 허락한 적이 없었다. 어떤 괴롭힘을 어떻게 당했는지 다 기록하고 싶지는 않다. 내 이름을 검색하면 여러 기사들을 통해 충분히 나오기도 하고 신고 과정에서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괴롭힘을 피하는 방법은 사직서뿐이었다. 사직서를 작성하고 나서도 괴롭힘은 계속 이어졌고 노조가 걱정되었다. 비겁하게 나 하나 살고 싶어 사직서를 썼지만 남은 두 분이 걱정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요구사항 중 1번은 사직서 철회였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직이니 철회를 요구했다. 사측이 조사를 통해 괴롭힘을 인정하면 요청사항을 들어줘야 할 것이고 사직서 철회는 3명밖에 없는 노조원 중 공익제보자가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했기에, 사측은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결과를 낼 것이 분명했다. 용산구청을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노동부에 신고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기까지
 
 용산구청 주무관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알린 필자에게 보낸 문자
 용산구청 주무관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알린 필자에게 보낸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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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든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넣었다. 20만 명은 안되었지만 1000명 넘는 인원이 동의해준 청원이었다. 구청담당 주무관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다. 공익제보 이후 문제해결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연락하던 주무관이었다. 해결은 못해줘도 격려의 한마디라도 해줄 줄 알았으나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괴롭힘을 당했다고 알렸는데 오히려 내가 동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단다. 바로 포털에서 2차 가해라는 단어를 찾아봤다. '피해자들에게 민감하지 못한 태도로 피해자를 탓하여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게 하는 것'으로서 해당 공무원의 문자는 2차 가해의 요건에 부합했다. 난 그때부터 그를 2차 가해 주무관으로 명명했다.

다음날인 4월 26일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복지관에서 퇴사자가 발생하면 진행하는 임면보고 처리를 반려해 달라는 것이었다. 민원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해당 주무관의 2차 가해 사실도 알렸다. 그리고 해당 주무관이 아닌 다른 주무관이 민원을 처리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구청은 사직서 기일인 4월 30일까지 별다른 응답이 없었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는 회사의 결론과 함께 내 사직서는 철회되지 않았고 패배자처럼 직장을 나와야 했다.

모든 게 끝난 5월 7일, 민원 답변이 등록되었고 나는 눈을 의심했다. 내가 민원 상에서 기피요청을 한 2차 가해 주무관이 태연하게 답변한 것이다. 당시 그 민원의 조회수는 '1'이었다. 2차 가해 주무관 이름으로 답변이 달려 있으니 내 민원은 그만이 확인했을 것이다.

이후 나는 고용노동부에 재차 신고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내가 당했다고 주장한 것보다 인정된 내용은 훨씬 적었지만 다행히 '피해자'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기였고 가해자는 '경고'라는 가벼운 처분에 그쳤다.

공익제보자가 바꿔놓은 복지관에 공익제보자만 없다. 가해자를 비롯해 사내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영향을 행사했던 이들 역시 건재하다. 2차 가해 공무원은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회사가 보내준 괴롭힘 결과(왼쪽)와 고용노동청의 최종 결과(오른쪽). 사측은 괴롭힘 행위를 업무상 발생하는 지시, 독려로 포장했지만 고용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명확히 판정했다.
 회사가 보내준 괴롭힘 결과(왼쪽)와 고용노동청의 최종 결과(오른쪽). 사측은 괴롭힘 행위를 업무상 발생하는 지시, 독려로 포장했지만 고용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명확히 판정했다.
ⓒ 김호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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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에서 느꼈던 실망감이 성동구청에서 보상되다

최근 임신한 통·번역사 사직 강요 사건으로 사회복지노동조합을 통해 서울 성동구의 한 복지기관에 면담을 요청했다. 당시 해당 통·번역사의 사직서도 작성되었고 사용자가 철회하지 않는다면 센터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항했지만 무기력하게 일터를 떠났던 지난해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내 자신은 못 지켰지만 당사자와 태아에게 '원치 않는 사직'이라는 경험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했다. 노사 사이에 이견도 있었지만, 2월 16일 첫 면담을 시작해 사직 철회와 문제 해결에 합의한 22일까지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면담과 합의 과정에 성동구청 공무원들이 함께 했다. 면담은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했고 공무원노조 분들도 자리에 함께 했다. 최종 합의서 작성에도 구청 공무원들이 함께 했다.

용산구청처럼 '반려 사유가 없어서 처리되었다'는 답변이 아닌 문제해결과 중재에 최선을 다해 참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용산구청에서 느꼈던 실망감이 성동구청에서 조금 보상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용산구청에서의 경험을 3편으로 나눠 작성하면서, 그동안 만났던 기자들을 통해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모두 풀어낼 수 있어서 기뻤다. 민간위탁 복지시설의 비리와 노동 관련 문제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어딘가에서 분명 어떤 사회복지사는 공익제보를 준비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단순히 방관자의 입장이어서는 안된다. 민간위탁 기관이 어찌 되었든 공공의 복지를 위한 시설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장애인복지관과 성동구 모 기관의 문제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생각했을 때 양 구청 공무원들의 인식 차이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민간위탁에 대한 지침이 개정되는 등 변화도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 반가운 조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침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 감독 권한이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투명한 기관운영과 행복한 노동자들이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 민간위탁에 대한 투명하고 철저한 지도감독은 구정 완성의 첫걸음임을 공무원들이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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