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5라운드에 이어 6라운드에서도 흥국생명에게 승점 3점을 챙겼다.

김우재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24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25-23,25-23)으로 승리했다. 4라운드까지 흥국생명에게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지 못했던 기업은행은 5,6라운드에서 연속으로 승점 3점을 챙기며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제치고 단독 3위로 뛰어 올랐다(승점39점).

기업은행은 주포 안나 라자레바가 42.20%의 점유율과 58.70%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28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김주향도 40%의 성공률로 11득점을 올리며 뒤를 이었다. 5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9득점을 기록한 김수지는 블로킹 부문 4위(세트당 0.57개)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날 코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는 2세트 중반 흔들리던 조송화 대신 코트에 나와 안정된 경기운영으로 기업은행의 승리를 이끈 백업세터 김하경이었다.

입단 세 시즌 만에 임의탈퇴된 세터 유망주
 
 김하경은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30경기만 소화한 후 기업은행을 떠나 실업팀으로 이적했다.

김하경은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30경기만 소화한 후 기업은행을 떠나 실업팀으로 이적했다. ⓒ 한국배구연맹

 
매년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는 상위 지명이 예약된 일부 특급 유망주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초조하게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낮은 순번이나 수련선수로라도 이름이 불리게 되면 프로진출의 꿈을 이룬 선수들은 올림픽 메달이라도 딴 것마냥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기뻐한다. 여자부가 6개 구단 밖에 없고 2군리그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의 문은 상당히 좁다.

하지만 어렵게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도 약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절반 이상은 프로 무대에서 사라지는 게 다반사다. 매년 비슷한 숫자의 신인 선수들이 들어오는 만큼 일정 기간 동안 프로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방출을 당하거나 먼저 팀을 떠나게 된다. 실제로 정확히 5년 전인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16명 중 현재까지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7명에 불과하다.

김하경은 문제를 일으키고 징계를 받은 쌍둥이 자매와 하혜진, 전새얀(이상 도로공사), 문명화(GS칼텍스 KIXX) 등을 배출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2순위(전체8순위)로 기업은행에 지명됐다. 당시 기업은행은 주전세터 김사니(기업은행 코치)의 은퇴시기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정철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으로서는 다음 세대를 위한 백업세터 발굴이 절실했다.

하지만 김하경에게 기회는 금방 찾아오지 않았다. 기업은행에는 주전세터 김사니에 백업으로 이소진까지 버티고 있었고 2014-2015 시즌 우승을 다투던 강팀이었기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을 활용할 여유가 없었다. 루키 시즌 단 3경기 출전에 그친 김하경은 2015년 이소진이 은퇴를 하면서 기회를 얻는 듯 했지만 2016년 이고은(도로공사)이 트레이드를 통해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으면서 다시 입지가 좁아졌다.

김하경은 이고은이 기복을 보이거나 노장 김사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간간이 코트에 들어왔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기엔 코트에 들어와 있는 시간 자체가 너무 적었다. 결국 김하경은 프로 데뷔 후 세 시즌 동안 V리그 정규리그를 기준으로 30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김하경은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기업은행에서 임의탈퇴 처리되며 팀을 떠났고 실업팀 대구시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천적' 흥국생명 상대 2연속 셧아웃 승리의 주역
 
 김하경은 최근 2경기 연속 흥국생명전 셧아웃 승리의 선봉에 섰다.

김하경은 최근 2경기 연속 흥국생명전 셧아웃 승리의 선봉에 섰다. ⓒ 한국배구연맹

 
김사니 세터 은퇴 후 2017년 FA시장에서 염혜선 세터(KGC 인삼공사)를 영입한 기업은행은 염혜선-이고은 체제로 2017-2018 시즌, 염혜선-이나연(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체제로 2018-2019 시즌 세터진을 꾸렸다. 하지만 2019년 FA시장에서 윙스파이커 표승주를 데려온 기업은행은 보상선수로 염혜선 세터가 지명되면서 이나연의 백업세터가 필요해졌다. 결국 김우재 감독은 실업팀에서 활약하던 김하경을 다시 불러 들였다.

김하경은 복귀 첫 시즌 13경기에서 세트당 3.83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이나연의 백업으로 활약했다.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김사니에게 밀리고 이소진, 이고은에게 치이던 시절에 비하면 상황이 한결 나아졌다. 김하경은 기업은행이 작년 FA시장에서 조송화 세터를 영입하며 다시 3번째 세터로 밀려나는 듯 했지만 이나연 세터가 신연경 리베로와 트레이드되면서 이번 시즌에도 입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김하경은 조송화 세터가 코로나19 검사로 결장했던 작년 12월30일 GS칼텍스전에서 오랜만에 주전 출전의 기회를 얻었지만 당시 김하경에겐 실전 감각이 부족했다. 김하경은 외국인 선수 라자레바를 비롯한 공격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고전했고 기업은행 팬들은 김하경의 기량에 대한 의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하경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출전기회가 늘어나면서 안정된 토스워크로 팀의 3위 경쟁에 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16일 흥국생명과의 5라운드 경기에서 기업은행의 3-0 승리를 이끌었던 김하경은 24일 6라운드 맞대결에서도 8-11로 뒤진 2세트 조송화와 교체투입돼 기업은행의 역전을 견인했다. 특히 김하경과 첫 호흡을 맞췄던 작년 12월 30일 GS칼텍스전에서 11.76%의 공격성공률로 2득점에 그쳤던 라자레바는 16일 62.50%의 성공률로 30득점을 기록한 데 이어 24일 경기에서도 58.70%의 성공률로 28득점을 퍼부었다.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둔 24일 현재 4경기를 남긴 도로공사에게 승점 2점이 앞선 기업은행은 오는 27일 도로공사와 운명의 맞대결을 벌인다. 만약 기업은행이 이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낸다면 3시즌 만의 플레이오프 복귀를 위한 큰 고비를 넘을 수 있다. 기업은행의 김우재 감독은 잔여 경기에서도 막판으로 갈수록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는 김하경 세터를 팀이 위기에 빠지는 순간마다 '히든카드'로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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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IBK기업은행 알토스 김하경 안나 라자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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