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갓> 포스터

<화이트 갓> 포스터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영화 <화이트 갓>은 최근 국내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반려견 유기와 학대를 다룬 작품이다. 최근 인천시는 야생화 된 유기견들이 농가에 피해를 주고, 민간인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포획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유기견 하나하나는 반려견이란 이름으로 품었다 거리에 내버린 사람들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릴리는 아버지 다니엘에 의해 아끼는 반려견 하겐을 잃게 된다.
 
 <화이트 갓> 스틸컷

<화이트 갓> 스틸컷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이 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게 된 건 남아공 소설가 존 맥스웰 쿠체의 작품을 접하면서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버림받은 존재들 사이에도 계층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이에 감독은 사회에서 착취 당하는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유기견을 통해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을 하게 된다. 하겐이 버림받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헝가리 순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혼가정에서 자라는 릴리는 대학 교수인 다니엘의 집을 향한다. 그곳에서 릴리는 오케스트라 청년단원으로 활동한다. 다만 어머니와 살 때는 기를 수 있었던 하겐이 아버지의 집에서는 불가능하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가 주거공간이며 헝가리 순종이 아닌 개를 기르려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하겐과 같은 존재는 태어난 순간부터 불평등을 적용받는 것이다. 다니엘은 세금을 내는 걸 거부하고, 강제로 하겐을 길 한복판에 버리고 도망친다.

유기견이 된 하겐은 길거리에서 자신과 같은 유기견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길을 떠돌며 음식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의 폭력과 공격을 피해 도망친다. 버려진 존재라는 유기견에게 가해지는 인간의 폭력은 극이 진행될수록 정점에 달한다. 하겐을 비롯한 유기견 무리는 포획업체에 의해 붙잡히고, 하겐은 강제로 이를 갈리고 음식을 먹여 투견으로 변모한다. 투견이 된 하겐은 원치 않게 동료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화이트 갓> 스틸컷

<화이트 갓> 스틸컷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하겐은 순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금자리에서 쫓겨났고, 덩치가 큰 개라는 이유로 투견이 된다. 버려진 유기견들은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이유로 보호소란 이름을 쓴 수용소에 갇혀 비참한 생활을 한다.

작품은 도입부와 후반부에 같은 장면을 통해 이 유기견들의 분노를 폭발시킨다. 이 영화의 도입부는 음악 하나 흐르지 않는 텅 빈 거리에서 시작된다.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던 릴리는 방향을 바꿔 도망친다. 수백 마리의 유기견들이 이를 드러내고 그녀의 뒤를 쫓는 이 충격적인 장면이 영화의 도입부다. 보호소로 끌려간 하겐은 그곳의 관리인을 공격하고, 유기견들을 풀어준다. 그들은 함께 도시로 나와 인간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국내 반려동물 보호자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또 그만큼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하게 개를 입양하고 또 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듯, 작품은 인간을 공격하는 250마리의 유기견을 통해 시각적인 공포를 극대화한다.
 
 <화이트 갓> 스틸컷

<화이트 갓> 스틸컷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이 유기견들의 반란을 통한 경각심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CG가 아닌 실제 250마리의 유기견들을 동원해 촬영했다. 미국동물보호규정에 의거해 촬영한 건 물론, 이 250마리가 촬영 후 모두 입양되었다는 점은 영화가 지닌 의의를 살림과 동시에 영화가 지닌 사회적인 메시지를 충실히 이행한 부분이기도 하다. 개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한 방을 날리는 통쾌한 결말이다.

왜 영화의 제목이 '화이트 갓'인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제목이 말하는 신은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이 하늘 위의 신을 섬기는 것처럼,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인간을 섬기도록 만들고 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며, 쓸모없다 여겨지는 존재에게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른다. 버려진 존재인 유기견들의 반란을 다룬 이 작품은 피와 공포가 아닌 공존과 평화의 역사를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함께 써 나가자는 화합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화이트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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